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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게 Feb 05. 2024

일본의 아날로그, 미니멀리즘 그리고 노동에 대해

오래쓰이는, 단순한, 약자를 배려하는 문화


일본여행을 통해서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에 대해 느낀 것들을 기록해두려고 한다.


국내여행도 너무너무 좋지만 내가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다른 문화에 흠뻑 젖어들어 느끼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한 다양한 문화를 느끼는 것이 너무 즐겁고 짜릿하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지는 기분이다.


일본 여행이라기엔 홋카이도 라는 비교적 시골스러운 곳을 여행했기에 느낄 수 있던 것들일 수도 있지만.

4-5년전에 오사카 갔을 때랑은 또 다른 시야로 일본의 문화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공감 된다.


내가 보고 느낀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네 가지로 정리해보겠다.



1. 보편화된 공중전화기


일본 여행 중에 눈에 띄었던 점은 어디를 가나 공중전화기가 구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이 없는 사람들이나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려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공중전화기 아닐까? 또한, 긴급 상황에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장점도 있다.(물론 악용의 여지도 있기는 하다)


팬데믹 시절에 동선을 파악한답시고 국민들의 휴대전화를 적어 추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때 휴대폰이 없는 사람들은 추적이 불가능하여 계속 감염이 확산되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나도 이때 휴대폰이 없는 사람들, 집이 없어 공중목욕탕 가서 씻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공중목욕탕 폐쇄가 안 됐었는데,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고 비난하곤 했다. 나도 물론 무지해서 초반엔 왜 폐쇄를 안 하는지 답답해했었다.)


일본은 확실히 소수에 대한 배려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것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갖춰져 가는 시대에서도 공중전화기를 없애지 않는다. 낡고 오래된 것들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고만 할게 아니라 깨끗하게 현대식으로 바꾸어 진짜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자본을 쓰는 것.



2. 고령층의 일자리 창출


노천 온천을 방문했을 때, 그곳을 청소하는 분들이 다 고령자였다. 어두운 밤이었는데 울퉁불퉁한 돌을 밟고 수질을 체크하고 바닥을 점검하며 청소하는 할머니뻘 되는 분을 보고는 사실 마음속으로 조마조마 했다. '저러다가 다치면 어쩌려고?', '보기만 해도 불안한데 왜 이런 위험한 일을 시킨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난 뒤 약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나는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한국에는 위험한 일, 힘쓰는 일, 체력이 필요한 모든 일들을 거의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맡는다. 오히려 나이들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안타까운 주위의 시선을 견뎌야 한다. 나 또한 .. 이러한 한국문화에 적응되어 있어서 은퇴한 노인들이 위험한 일을 하는 경우에 걱정스러운 감정이 먼저 들곤 한다.


일본에서 본 고령 노동자들은 위험한 일, 체력을 요하는 일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고 심지어 베테랑처럼 보였다. 사실 못하는 게 어딨나? 시켜주지 않아서 그렇지. 언젠간 나도 사업을 크게 벌이면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싶다고 했더니 아빠가 말했다. "아직 한국사회엔 노인 일자리 창출이 참 어려워. 그들이 갑자기 아프거나 다칠 확률이 높은데 고용주들만 곤란한 상황이 많을거야." 물론 이 말도 맞다. 하지만 그러면 언제까지 많아져가는 노인 인구들을 그저 쉬게만 할 텐가? 사실 집에서 쉬는 게 편하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우리 삶에 많은 활력과 삶의 이유를 불어넣어준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사회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고, 그들에게 맞는 안전,체력 등의 교육 제도가 적절하게 갖춰져야 할 것이다. 직업에 귀천이 어딨냐는 말과 더불어 직업에 '나이'가 어딨나. 



일본 세븐일레븐의 장애인전용화장실

3. 장애인 시설 확보


일본은 어딜가나 장애인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엔 아직 모든 버스들이 다 저상버스가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이 버스를 타야 할 경우 정말 오랜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일본에는 버스에 기본적으로 장애인 마크와 함께 장애인이 탑승할 경우 버스기사가 미리 준비된 도구나 시스템을 활용하여 도와준다고 한다. 심지어 가장 놀랐던 건 편의점에도 있던 장애인 전용 화장실.


길거리에 장애인들이 얼마나 보이는지가 곧 그 나라의 장애인식을 잘 보여준다고 한다. 일본은 그런의미에서 장애인들이 활동하는 데에 국가가 얼마나 많이 힘을 써서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지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여 필요성 조차 못 느꼈던 편의점의 화장실까지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 모습이 그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4. 미니멀리즘과 아날로그


일본에서는 소비와 소유보다 경험과 품질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이런 가치관은 일상 생활뿐 아니라 도시의 디자인, 건물 구조, 교통 시스템 등에서도 나타난다. 건물은 보통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그대로 보존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관광지에서도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 보다는, 얼마나 오래된 나무인지 어떤 이야기가 깃들어있는지가 더 중요하고 사람들이 그런곳을 많이들 찾는다.



일본여행에서 관광지를 갈 때면 그곳의 웅장함에 압도당하기 보다는 소소하고 평화로운 정취를 천천히 음미하며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단순하고 심플한 삶의 가치가 얼마나 아름답고 중요한지 또 한번 깨닫게 되었다. 무소유, 디지털 디톡스 생활을 실천하기에도 아주 좋은 나라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도쿄나 오사카 같은 큰 도시가 아닌 홋카이도를 가서 더욱 이런 것들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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