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배열증 치료를 시작할 때, 제가 이 질환에 깊이 관여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우연히 배열증에 대해 포스팅을 했었고, 그 글을 보고 환자가 찾아왔을 때 처음으로 배열증이라는 질환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질환을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환자를 치료하면서 점점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치료에 집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도침이라는 치료 기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도침이 신경 압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치료 과정에 적용해보았습니다. 또한, 불안장애, 수족냉증 같은 자율신경계 질환을 많이 치료해 왔고, 한의학적으로 한열과 관련된 질환들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배열증 치료에 기존의 치료법을 응용하여 접근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특히, 수족냉증 치료에서 얻은 경험을 배열증 치료에 활용했습니다.
수족냉증은 손발이 차가운 질환이고, 배열증은 등이 뜨거운 질환으로 대조적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배열증이 단순히 열이 과도하게 많아서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열이 특정 부위에 치우쳐서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었죠. 한의학적으로 상열하한, 즉 상체는 뜨겁고 하체는 차가운 상태가 비슷한 원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배열증과 수족냉증은 본질적으로 같은 원리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초기에 배열증을 치료할 때는 수족냉증 처방을 바탕으로 한 약재를 사용했습니다.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기초적인 처방에 더해, 열이 위쪽으로 뜨는 것을 막고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되는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함께 사용했습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이로인해 알음알음 소개가 발생하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저를 찾아왔고, 이 질환에 대해 깊이 연구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배열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만나면서, 이 질환에 대해 생각지도 않은 많은 사실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배열증으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하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은 배열증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었고, 이 증상 자체로 인해 질환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도 흔히 보았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생각보다 많은 환자분들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고, 심발타, 리리카 등 다양한 약물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저는 공황장애, 불안장애, 수족냉증, 두한증, 구강작열감 등 다양한 자율신경계 질환을 치료하면서,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질환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다른 곳에서는 이해받기 어렵지만, 저는 이러한 문제들을 매일 다루면서 환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으니 환자분들의 반응도 유난히 컸습니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자신의 증상을 저는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으니까요.
보이지 않고 진단되지 않는 질환으로 너무나 큰 고통을 겪는다는 점에서 환자분들의 외로움과 절망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제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특수통증이나 한열질환 환자를 보는 지금, 여전히 새로 만나는 환자분들의 안도감 섞인 눈빛에 마음이 뭉클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행힌 것은 배열증과 한열질환 치료를 진행하면서 이 질환이 제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입니다.
한열질환은 유난히 섬세하고 예민한 분들이 많이 앓는 질환이기도 하고, 치료과정이 결코 순탄치많은 않은 질환입니다. 환자분들의 감정과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자칫 의료진이 먼저 나가떨어질 수 있는 질환이죠.
지난 수년간 다양한 환자분들을 만나며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이 질환을 다루며 겪는 어려움보다는 보람이 조금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환자들이 치료를 통해 점차 회복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길이 저에게 주어진 사명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배열증을 비롯한 다양한 자율신경계 질환에 대한 연구와 치료를 지속할 것입니다. 공황장애, 불안장애, 수족냉증, 두한증 등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질환들을 다루면서, 그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특수통증과 한열질환.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무엇보다 꾸준히 임상현장에서 이 자리를 지켜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의사 권고은
대한 약침학회 학술위원
대한연부조직학회 정회원
척추도인안교학회 정회원
턱관절균형의학회 정회원
동의방약학회 정회원
한방 비만학회 회원
한방 신경정신과학회 회원
대한 응용근신경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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