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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람 Aug 17. 2023

일기를 쓰고 싶지 않았다, 쪽팔려서

쪽팔려서 방 안에 틀어박히고, 그러다 보니 나올 수가 없어진다?

2023년 8월 17일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5월 초에 일기 쓰기를 그만뒀으니 3개월이 훌쩍 지나 나타난 셈이다. 


일기 쓰기를 그만둔 후 한 달 동안은 재밌게 놀다가 퇴사 후 4개월이 넘어가서야 불현듯 선득하니 한기가 들었다. 이력서를 보충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구직사이트를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또 다른 고민이 들었다. 한 산업을 선택해서 꾸준히 일을 했던 게 아니라 여러 산업을 메뚜기처럼 뛰어다녔기 때문에 걱정이 된 것이다.


내가 이 공고에 지원하기를 눌러도 될까?


주변을 둘러보면 다른 친구들은 회사에서 자리를 잡아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나와 똑같이 일을 쉬고 있는 친구도 있지만, 그런 친구들은 충분히 능력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일을 구할 수 있는 친구들이었다.


회사를 나올 때만 해도 해방감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었는데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나를 얽매는 것이 없어 느껴진 해방감, 무궁무진한 미래의 광활함에서 느꼈던 기쁨은 온데간데없었다. 상황은 똑같은데 이제 그 광활함은 이제 나에게 두려움이었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제멋대로다.


브런치에 <매일 일기>를 연재하는 것은 약간의 스트레스가 동반했다. <매일 일기>이니 매일 일기를 써야 할 텐데, 나의 하루는 그다지 파란만장하지 않으니까. <매일 일기>를 작성하며 일상의 발견을 포스팅하는 것에도 점차 거부감이 들었다. 그때의 깨달음이 거짓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금방 휘발되었기 때문이다. 포스팅에 썼던 깨달음만을 모아보면 나는 굉장히 성장하고 있는 성장형 인간인데, 실제의 나는 그렇지 않았으니 마치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퇴직하며 <매일 일기>를 시작했으니 성공적인 재취업으로 매거진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 (개인적인) 무언의 압박감도 있었는데, 그런 아름다운 마무리가 불가능할 것 같은 마음에 겁이 나서 발을 뺀 것도 있다. 나는 겁쟁이였다.


그러면 다시 일기를 쓰는 이유는?


나는 생산성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업무가 필요한 사람이다. 혼자서 둘 때 기막힌 창의성으로 엄청난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강제적인 것(=일)이 부과되었을 때 가장 생산성 있는 삶을 살았다. 강제성이 없다면, 나는 금세 나태함에 젖어들었다. 


외부적 압박 없이는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지는 나 자신을 위한 최소한의 강제성.  <매일 일기>가 내게 그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일기를 쓰기 위해 밤에 노트북을 열고, 일기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뭐라도 한다'. 이 가설이 들어맞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일기를 안 쓰는 것 보다야, 일기를 쓸 때 내가 '뭐라도' 했다는 것이 이미 이전 포스팅을 할 때의 경험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2030 무직자 66만 명의 시대


인터넷을 보다가 2030 청년 무직자가 66만 명에 달한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66만 명 중 한 명을 담당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나와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구나 하는 안쓰러운 동질감이 든다. 학생에게는 학교가, 사회인에게는 회사가 세상이다. 그렇다면 구직자의 세계는 어디일까?


소속감을 가질만한 세계를 갖지 못한 구직자들. 이들은 원래 알고 있던 사회의 변두리로 몰리다가 세계의 바깥으로 튕겨나가 버린다. 그것이 자의일 때도 타의일 때도 있다. 발 디딜 세계가 없어 방 안에 틀어박히고 방 안에 틀어박히다 보니 나오기가 무섭다. 그렇게 달처럼, 사회의 인력에 끌어당겨지지만 그 안에 소속되지 못한 채로 사회의 주위를 둥둥 떠다니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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