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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람 Aug 21. 2023

손대는 건 많아도 끝내는 게 없다

하루를 홀라당 까먹었다

2023년 8월 20일 일요일


일요일의 밤이 지나고 있다. 오늘은 어제 쓰다가 말았던 자기소개서를 완성해서 지원 공고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다음에 오펜 단막극 당선작을 읽고 티빙에서 그 단막극을 보는 것까지가 처음의 목표였는데 아쉽게도 단막극 대본을 읽는 것부터는 실행을 못했다. 그러니까 오늘 하루 한 생산적인 일이라곤 지원공고 하나에 이력서 넣기가 다였던 것이다.


회사에선 프로젝트에 마감 기한이 있어서 좋으나 싫으나 하루에 할 일을 해치워야 한다. 그리고 이 일을 함으로써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약간의 아드레날린 분비도 된다.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하지 않으니 마감 기한도 하루에 할당된 일도 없어 일들을 자꾸 미루게 된다. 이 점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고 고쳐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어차피 구직을 하고 나면 자동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데 뭐'라는 악마의 소리가 들려 다음 날도 도돌이표가 되는 것이 문제다. 내일 일기에도 같은 한탄을 할 것만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오늘의 일기를 쓰며 낯익은 반성을 해본다.


눈에 보이는 마감기한이 없더라도 마음속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하루에 끝낼 수 있다. 문제는 마감이 없는 상황에서의 내 내면이 약간의 무정부 상태 비슷하다는 점이다. 마감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모든 일들은 모두 동등하게 우선순위를 주장한다. 이 괘씸한 것들에게 강제로 우선순위를 정해줘야 하지만 어째선지 나는 무능력하기 짝이 없다. 그 결과 이걸 하다 저걸 하고 다시 다른 걸 하다가 처음에 손에 잡았던 것으로 돌아가서 이것저것 손대기만 하다 모두 놓치고 말아 버리는 거다. 


남의 돈 받고 일할 때에는 우선순위가 마치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이는데, 왜 그 밖의 일들을 마주할 때는 바보가 되어 버리는 걸까. '돈을 받고 일' 할 때에만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것은 다시 말하자면 '돈'이나 '강제적으로 앉아있는 시간'같은 외부의 강제성이 없다면 무능력해지는 것을 뜻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쉽게 말해 자기 통제가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오늘 단막극 대본과 단막극을 보려고 한 건 내일의 글쓰기 모임을 생산적으로 보내기 위해서였는데 합쳐서 두 시간도 걸리지 않을 일을 결국 끝내지 못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모임에 가기 전까지 재빨리 끝내야겠다. 그래도 내일은 모임이 있어서 일기 쓸 소재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다행이다.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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