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한 모든 내향인들에게
2023년 8월 22일 화요일
오늘은 습작품을 pdf로 만들고 도서관에서 빌려오고선 구석에 버려두었던 청소년 소설을 조금 읽었다. 이제부터 습작을 포폴에 넣어 이력서에 같이 첨부할 생각인데 생각만 해도 창피하다. 부끄러워서 수정을 좀 해보려고 했더니 대공사가 될 것 같아서 그냥 지금의 상태 그대로 써먹기로 했다. 잘 안 먹히면 대규모 수정에 들어가야겠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것 한 일이 없어 일기 쓰기가 좀 난감하다.
오늘 한 일은 별로 없지만 사건은 있었다. 오랫동안 연락이 듬성듬성 되던 친구와 드디어 만날 약속을 잡은 것이다. 이 친구는 나와 대학 동기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집이 가까워 자주 만났고 나로서는 드물게도 카톡으로 연락도 자주 하는 친구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잘 만나지 않게 되더니 메시지도 잘 주고받지 않게 되었다.
우리의 교류가 끊긴 것에는 나의 탓도 있고 친구의 탓도 있겠지만 과거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약간의 죄책감과 반성이다. 그 친구가 인간관계에 대한 일종의 번아웃을 겪기 전까지 항상 먼저 다가와 줬던 것은 친구였으니까.
항상 마음은 그렇다. 친구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먼저 연락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메시지 창을 열었다 닫았다 하다 완전히 꺼버린 적이 수없이 많다. 비단 오늘의 친구뿐 아니라 다른 친구에게도 말이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건 사실이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타인에게 연락을 하고 사교의 끈을 잇는 데에 별 다른 힘이 들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어떤 인간도 완전히 홀로 살 수는 없으며, 사람의 기질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만능 설명서가 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먼저 다가와준 많은 친구들에게 일종의 마음의 빚이 있다. 그 빚을 갚아야 할 때가 되었을 때 '나는 원래 그런 거 못해'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쓸모없는 친구일까.
많은 시간 동안 쓸모없는 친구로 살아왔지만 사람인 이상 바뀔 수는 있겠지. 내가 노력하기를, 그래서 변화하기를 바라본다. 그 변화로 주변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 일기에만 이렇게 술술 써 놓지 말고 진짜로 노력을 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