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어서 이게 일기 제목
2023년 9월 1일 금요일
9월의 첫날이다. 하지만 달라진 건 딱히 없다. 아직 귀 먹먹함이 낫지 않아서 오늘은 병원에 갔다가 이력서를 한 군데 넣고 오랜만에 인터넷을 돌아다녔다. 책도 조금 봤지만 일기를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으니 왜 이렇게 한 일이 없나 의심스럽다.
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판단이 요즘엔 일기를 쓰기 위해 브런치를 켤 때 결정된다. 고민 없이 글이 써지면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거나 생산적이지 않더라도 즐겁게 보낸 것이지만 깜빡이는 커서를 앞에 두고 고민이 시작되면 그날 하루는 공친 것이다.
일기를 쓰기 시작하니 약간 화가 나는 점이 있다. 분명 카페에 앉아서 뭔가를 많이 한 것 같은데 막상 일기에 쓸 만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내가 했던 많은 일들이 '뭔가를 이루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 '하루를 채우기 위해 했던 것'에 가까웠다는 결론이 난다.
오늘 나는 어떤 기업에 이력서를 넣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새로 썼지만 사실 그 기업에 지원하는데 자기소개서는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 쓴 자기소개서를 다른 비슷한 기업에 지원할 때 사용할 수 있으니 마냥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병원에 갔다가 한 기업에 지원하는 일이 오늘 하루 종일을 써야 할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머지 시간은 어디로 가 버린 걸까? 어째서 나의 하루는 그 순간엔 지루해서 길게 느껴지지만 밤에 회상해 보면 한, 두 줄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짧게 변해버린 걸까?
사람이 늙으면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만 계속해서 하루가 짧아진다고 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삶이 익숙해지기에 새로운 경험이 적은 노인들은 치매에 걸린다. 아직 반백도 되지 않은 나이에 하루가 이토록 짧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약간의 위기감이 느껴진다. 노동은 하지 않더라도 다른 놀 거리를 찾아 하루를 채울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위기가 위기로 느껴진다면 그건 정말 위기인 것이겠지? 이제 이 위기를 어떻게 타파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일단 지금은 자고 내일 아침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