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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Apr 19. 2024

전화가 무섭다. _end

우당탕탕 사회초년생





괜히 ‘공포증’이 아니야



나도 안다, 별게 아니라는 것을.

막상 전화를 끊고 나면 이렇게 긴장할 일이 아니었는데, 허탈해진다.

특히 나는 비영리법인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고생이 많네, 따듯하게 말해주시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런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별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이런 저런 노하우를 익히고,

실수해도 주워담을 수 있다는 걸 경험해도,

여전히 전화벨이 울리면 식은 땀이 났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면서

이제는 전화는 물론이고 카톡도 힘들다고,

알람 소리만 들어도 두근거리고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고,

그냥 그 돈 안받고 일 안하겠다고,

펑펑 울면서 그만두는 친구를 본 적이 있다.


보면서 나도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당시 나도 똑같이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숨쉬기 갑갑해서

업무시간 외에는 핸드폰을 버리고 살았다.

연결 되지 않는 시간,

숨통이 트이는 시간을 만드는 것으로 하루 하루 연명했다.


일을 하겠다고 와서 전화조차 못 받는다니 정말 한심하다,

힘들어도 버텨야지 하던 내가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눈앞의 친구에게도 하지 못할 말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진짜 힘들지 않아?

나도 그렇더라.. 고생 많았지..

공감하는 말만 격하게 주고받다가 떠나 보냈지만,

전화로 힘들어하는 친구를 다시 만난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어쩔 수 없어 네가 고쳐야할 문제지,

하다 보면 고쳐질거야 버텨봐

아득해지는 말 대신..

전화도 못하면서 어떻게 일을 하겠다고 나왔니

타박하는 말 대신..

(수천 번 속으로 하고 있을 말이다.)


마음 고생 많겠다.

괜찮아지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전화 울리면 또 긴장하게 될 거야.

괜히 공포증이라 하겠어, 그런 사람 많아.

메신저로는 청산유수잖아ㅋㅋㅋ 살아온 환경이 다른 거야.

쉽게 고쳐지는 거 아니니까 마음 급하게 먹거나 자책 하지마.


근데 너… 진짜 잘해보고 싶구나.

충분히 생각하고, 정리해서, 책임질 수 있는 답변을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힘든 거야.

말 한마디 뱉는 걸 무섭게 여길 만큼,

책임감 있게 일을 하고 싶은 거야.


일을 그냥 해치우는게 아니라 ‘잘’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태도로 임하는 너라면 분명 너만의 방법을 찾게 될 거야.

앞으로도 계속 힘들겠지만,

힘든 것 이상으로 값진 무언가를 분명 얻게 될 거야.

나도 전화하기 힘든데..

그래도 연결되서 뭔가 만들어지는 거 보니까 신기하고 좋더라.

그냥 그만두면 되는데 굳이 버틸 이유가 나는 아직 있더라고.

그것들에 집중해보려고 해.

토닥이고 응원해주고 싶다.


주변에서도 말 한마디 무겁게 여기면서

진심으로 잘해보고 싶어하는 친구구나,

예쁘게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힘들더라도 보람있고 배울 거리를 만들어준다면

계속 진심으로 임할 사람이다.

정말 괜찮은 친구라니까?!! ㅋㅋㅋ흑흑흑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우리 모두,

오늘도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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