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제 어떻게 살 텐가 1
퇴사 후 갭이어 9개월차
짧은 근황 요약
대학원 졸업하고 서울에서 첫 직장 다니다가,
번아웃으로 몸이 안 좋아져서 작년 11월 일을 그만두었다.
강원도양양을 오가며 스키, 디제잉 등 배우면서 요양하다,
2달 반 태국여행을 다녀왔다.
돌아와서는 다시 서울 양양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서울은 강의알바 등 일이 있을 때만 가고 거의 양양에서 살고 있다.
앞으로도 양양에서 살게 될 것 같다.
짧은 여행 후기
여행은 생각만큼 좋지 않아서, 좋았다. (응?ㅋㅋㅋㅋ)
어디론가 한번씩 절박하게 떠나줘야 하는 삶에서 벗어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떠나지 않아도 외국이 아니어도,
내 몸과 마음이 나답게 지금 여기 잘 자리하고 있다.
비로소 여행이 삶에 있어 필수가 아닌 ‘취미’가 되었다.
이번 여행, 과거에 했던 여행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돈과 명예로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정말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 분들이 무엇에 불행해 하고 무엇에 행복해 하는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무엇에 허전함을, 무엇에 충만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알아차렸다.
어차피 태어난 거,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마음이다.
책을 봐도 이런저런 삶을 만나봐도 역시나,
행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랑, 사람, 관계인 것 같다.
발작버튼이자 치트키 같은 것이랄까.
다 갖춰져도 이것들이 없으면 공허하고,
다 갖춰지지 않아도 이것들이 있으면 나름 행복하게 산다.
가치관과 다른 삶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정작 내가 사는 삶은 인정과 성취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삶이었다.
일상은 피폐했고, 사람과 관계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
나를 사랑하는 일도, 남을 사랑하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쉬는 내내, 새 삶을 결심하는 내내,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의 진로나 커리어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데 심한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나의 일상 속에서도 살아 숨쉬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 생각했고,
과감하게 삶의 방향을 전부 틀었다.
틀고 보니,
이미 전부 가지고 있었다.
혼탁한 삶의 과정 속에서 소홀했음에도,
나를 사랑하는 일을 나보다 잘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사랑 가득한 사람들, 건강한 관계들이 있다는 것에 한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덕분에 전혀 다른 삶의 방향이 지지와 응원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무엇도 하고 있지 않다는 불안감 보다,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요즘이다.
여전히 앞으로 뭘 하고 살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 살지는 정했다.
이제는 뭘 하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최우선으로 두고,
그러고도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려 한다.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내가 배운 사회적경제(사회연대경제)는,
한 사람의 행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을 말해주는 생활양식이자 사고방식이었다.
지금 가진 것에서부터,
배운 것을 내 일이 아니라 내 삶으로 실천하려 한다.
배운 것들로 인해서 내 삶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활동 방법이다.
배운 것들을 토대로 내 삶부터 바로 세우고,
삶의 연장선이 되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없이,
이제는 나의 일상부터 배운 대로, 꿈꾸는 대로 살련다.
미처 몰랐다, 행복의 복병
… 또 보러 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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