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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Jul 25. 2024

그래서 이제 어떻게 살 텐가 2

퇴사 후 갭이어 9개월차



미처 몰랐다, 행복의 복병


요즘 행복에 있어 사랑, 사람, 관계 만큼이나 중요하구나 깨닫게 된 다크호스가 있었으니…

바로 건강이다.

왜냐하면 내가 아프기 때문이다.ㅋㅋㅋㅋㅋ

왜 항상 잃고 나서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일까...

지금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유일하고도 치명적인 것이 건강이다.

지친 마음이 가시니,

맛이 간 몸이 남았다.



노답


아프다는 말이 지겨울 정도로 자주 아프다.

몸살과 감기를 달고 살고 없던 항생제 알러지가 생겼다.

아파서 약 먹고 약 먹으면 두드러기 나고 두드러기 나면 껍질 벗겨지고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가 위장염인데,

하루종일 소화에 온 기력을 다 쏟는 느낌이다.

그것도 잘 못해서 자꾸 체하고,

속이 울렁거려서 자다 2~3번씩 깬다.

일어나면 핑 도는 건 일상이고 종일 몸에 힘이 없다.

5분이상 차를 타면 멀미하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무조건 2~3시간은 자야 한다.

그래서 집에 박혀 있다가,

살려고 뛰러, 걸으러 나온다.

그냥 내 몸을 건사하는게 힘들다.

집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이 사실상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노답이 답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지금 내가 어디가, 어떻게, 어느 정도로 아픈지를 이만큼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 몸 상태가 어떤지 보지도 못했다.

마음만 앞섰다고 할까...

건강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느낌? ㅋㅋㅋ

노오오오력 하면서 억지로 운동하고 억지로 챙겨먹고 억지로 활기차게 살고,

이것저것 무리하던 것들이 더 큰 수렁으로 다가왔다.


그냥 쉬면 되는 건데, 그게 너무 어려웠다.

아무 것도 안하고 쉰다니… 너무 불안하고…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일을 그만둔 자리에, 자꾸 할 일을 채워 넣었다.


그러다 극복해야해 나아야 해 이것만 유지하자 노오오오력 하던 것을 턱, 내려놓았다.

못해 먹겠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냥 좀 쉬어.

해야만 하는 건 없어 다 네가 만든 거야.

너 지금 답 없어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체념하고 나니,

비로소 내 몸과 마주할 수 있었다.


마주하니 무리하지 않게 되었고,

마주하니 정확히 아픈 부분을 보살피게 되었다.

덕분에 소화기관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모든 것이 나아지고 있다.

외식하면 배가 아파서 집밥만 먹다가 3년 만에 요리를 시작했다.

직접 요리할 기력이 생길 때까지 손수 집밥을 챙겨주신 덕분이다.

잘 먹으니 잘 자게 되었다.

2~3번 자다 깨던 것이 1번으로 줄었다.

여전히 살려고 나가지만, 즐겁게 뛰고 있다.

아무 것도 하기 싫고 할 기력 조차 없다가,

이렇게 글도 몇 자 적게 되었다.

무엇보다 마음 때문에 몸을 망치는 악순환이 대폭 줄었다.

몸 자체가 아픈 것만 보살피면 되니까…

아득하지만 희망이 보인다.



잘 하고 있어.


컨디션 악화로 무너지거나 불안이 덮쳐올 때면,

배를 쓰다듬으면서 다독인다.

봐, 먹고 자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잖아.

일상부터 회복해야 해.

충분해.

잘 살고 있어.


일을 그만두고 만난 지역활동가 선생님이

왜 자꾸 힘든 일을 말하면서 웃냐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너무 나으려 애쓰고 있는 것 같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 주신 적이 있다.

들을 때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으면 좋았을껄…

항상 얻어터지고 나서 깨닫는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아파봐서 다행이라고,

회복도 빠를 거고,

앞으로 보통의 또래 친구들보다는 건강을 더 잘 챙기면서 살지 않겠냐고 위로해주셨다.

들을 때는 소중함을 몰랐는데,

요즘 이 말 덕분에 힘내서 살고 있다.




퇴사 후 9개월…

멈추니 쫄리긴 했지만 멈춰야 보이는 것이 있더라,

건강할 때 건강관리 잘하자…는 교훈을 몸소 전하며...ㅋㅋ

오늘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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