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8.
마지막 날치고는 시드니 하늘은 너무 맑고 좋았다. 물론 특유의 더위가 한시도 방심하지 못하게 했지만, 나름 바람도 불고 괜찮았다. 정말 목적지가 없이 나온 것이라 정처 없이 걷다가 하늘도 찍고 이젠 익숙해진 호주 신호등도 찍고 그러다가 뜬금없이 미트파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리즈번에서도 먹을 기회야 있겠지만 혹시나 시드니 미트파이가 지역 특색의 맛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City hall 근처에서 지나쳤던 Pie face를 찾아갔다.
역시 고기파인 나, 고기 냄새 흠씬 나는 파이 냄새를 맡고 나니 마음도 한결 나아지는 거 같았다. 근처 벤치에 앉아서 파이를 베어 물었더니 안에서 육즙이 흘러나오고 맛은 약간 장조림을 빵이랑 같이 먹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 번 먹어보니 미트파이 노래를 부를 정도는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름 미션 완료이기도 했고, 이것도 도전해 봐야 아는 것이지 하고 나머지 파이를 마무리지었다. 또 어디를 가볼까 하고 떠올려보니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가 떠올랐다.
* 호주에서 횡단보도 건너는 법
호주에서는 횡단보도 신호를 받기 위해서는 사진에 보이는 화살표 밑 동그란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러고 나서 조금 있다 보면 보행자 신호가 바뀌고 그때 지나가면 된다. 신호는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우리와 같다.
스트라스필드(Starthfield), 일명 한인타운으로 알려진 그곳, 기왕 외국 나와서 산다면 일부러 피해야겠구나 싶었던 곳이었는데, 막상 시드니를 떠날 판국이 되니 한 번도 못 가본 것이 괜스레 아쉬운 마음에 가보기로 했다. 문제는 거리, 마지막이고 체험이고 간에 이동하다가 시간만 허비하면 공항까지 도착에 영향을 줄 것 같아 겁이 났다. 그런데 참 마지막이란 단어가 무식하게 만드는 것인지, 그야말로 발도장만 찍고 돌아오자는 심산으로 곧장 가보기로 했다.
막상 도착하고 나니 지도에서 보였던 거리감과 다르게 빠른 시간 내에 도착했다. 역 근처에는 크리스마스 맞이 트리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거리를 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커 보이진 않았다. 영화에서 본 차이나타운 같은 걸 상상했었는데, 직접 보고 나니 그보다는 서부극에 등장하는 작은 점포가 즐비한 그런 거리가 떠올랐다. 해장국집도 보이고, 치킨 집도 보이고, 주로 음식점이 보였고, 건강식품 판매점도 빠지지 않았다. 금세 한쪽 거리를 다 돌고 시간이 될 것 같아서 쇼핑몰 안에도 들어가 보니 낯익은 한국제품이 보여서 반가웠다.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 않은 스트라스필드 뚜벅 투어, 시간은 남았지만 곧장 다시 Central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