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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 Sep 26. 2021

끝날 때까지끝난 게아니다

수사는 퍼즐 같아서 여러 번 하다 보면 모양만 봐도 대충 어디에 끼어들어갈지 보이고, 채워야 할 조각이 무엇인지 예측이 된다. 그건 예단과는 다르다. 

고소인의 조사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수사 방향이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사기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사기라고 하면 '돈을 받고 갚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그건 그저 결과에 불과하다. 민사소송이라면 중요하겠지만, 형사사건으로서의 사기는 돈을 갚지 않았다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인식과 능력 없이 기망하여 편취하는 것' 이게 사기다. 

앞 단어가 더없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추후에 사정이 나빠져서 갚지 못했다고 한다면 똑같이 돈을 갚지 못한 결론이 나왔다 하더라도 사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피의자는 갚지 않은 게 아니라는 걸 주장하지 않는다. 내가 죽이지 않았어요!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갚지 않은 건 인정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주지 않으려고 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경찰관이 사기로 송치하려면 못 갚은 건 사실이나 처음부터 그런 게 아니라는 피의자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증거자료를 모아 법리대로 증명해야 한다. 



계약서가 없는 상태에서 고소인이 '피의자가 이자 10%를 주기로 했어요'라고 했다고 치자. 피의자에게 물었더니 '돈을 빌린 건 사실이나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라고 한다. 

그럴 때 하는 것이 대질이다. 

둘을 앉혀놓고 서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보라고 한다. 

여러 번의 대질에서 놀랍되 놀랍지 않은 것은 서로가 다 경찰관이 상대를 편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경찰은 집단에 속한 이이지 개인이 아니다. 

눈앞에 있는 이들은 업무적으로 만났을 뿐, 일면식도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는 말을 할 필요도 없다. 누구를 편 들어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서 요새는 경찰관이 상대로부터 돈을 먹었다고 주장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래서 결국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항상 이야기하는 게 불친절과 불평등이다. 개개인의 인성을 논할 수는 없는 노릇이나 적어도 누군가의 편을 감정적으로 들어주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대질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던지 간에 늘 서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놀랍지만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긴 하다. 


여기서 고소인이 해야 할 일은 경찰관에게 피의자 편을 들어준다고 화낼 것이 아니다. 최대한 모순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00일에 커피숖에서 피의자가 10% 이자를 준다고 해서 500만 원을 줬어요'라고 했다고 치자. 그런데 입금 일시가 그때가 아니고 그때 커피숖은 휴일이었으며 심지어 00일에는 고소인이 해외여행을 간 날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안이하다고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대질조사라는 것은 결국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여 진술로 확인해보겠다는 것인데 진술 자체에서 모순이 발생하면 당연히 그 신뢰도는 떨어진다. 

그래서 방금 말한 것과 자료가 다르네요. 방금 말한 것이 조금 전에 말한 것과 달라요.라고 말하면 당황하다가 화를 낸다. 그리고는 내가 언제 그랬냐고 하고 그러시지 않았냐고 언성이 높아지면 피의자 앞에서 그래도 되는 것이냐고 하는데, 그 과정을 고스란히 피의자가 듣고 있음을 간과한다. 


이런 실수는 피의자보다 고소인 쪽에서 훨씬 많이 일어난다. 

경찰관이 왜 고소인한테 증거자료를 찾아오라고 하는 것이냐, 라는 말 이전에 경찰관은 고소인에게서도 증거자료를 찾는다. 

고소인이 00일에 커피숍에서 만났다고 한다면 피의자가 그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00일에 고소인이 무엇을 했는지, 해당 커피숖이 영업을 했는지는 경찰관이 찾는다는 것이다. 

경찰관은 구조상 고소인의 대리인이 되지만, 절대 고소인의 편은 아니다. 

고소인의 모순과 불성실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산범죄는 신체에 발생하는 일명 강력범죄와 같이 혼란과 공포에 빠진 상태에서 고소를 하거나 조사를 받지 않는다. 

피해자의 상황도 조사 당시에는 고려의 대상이지만, 이쪽 영역은 당장 보이스피싱을 당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를 제외한다면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최대한 준비해야 하고, 최대한 냉정해야 한다. 

수사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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