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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티 Aug 28. 2024

스타트업 입사 2주년 회고 (프로덕트 디자이너)

3년차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다

입사한 지 벌써 2년이라니. 처음 스타트업에 몸 담을 때, '스타트업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라는 말을 듣고 웃으며 넘겼는데, 이제는 그 말이 조금 와닿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잘 적응은 하고 있는 건지...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다른 팀원들이 오래된 레거시를 물으러 나를 찾아올 때, 이제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이 조직에서 보내고 있음이 실감 나요.


8월 16일 2주년을 이틀 앞두고, 팀원들로부터 2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잔뜩 받았어요. 15일 광복절, 16일 당일이 휴가인 저를 위해 피플팀에서 정말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셨어요. 정말 감사했고, 지금까지 잘 해왔음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어요.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



2주년 축하 메세지!


지난 1년을 요약하자면,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고, 덕분에 정말 행복하게, 재밌게 일했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시야가 넓어지고,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또, 이전보다는 저의 강점과 약점이 조금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 같기도 했어요. 1주년 회고 때는 '일을 어떻게 하는 건지 이제 좀 알겠다'라고 말했었는데, 2주년이 되니 '어떻게 해야 일을 잘하는 건지 좀 알겠다' 싶어요.





지난 1년간 무엇을 했는지  톺아보기


업무 및 회고 기록, PRD, 제품 Release note, Slack 소통 내역, Google 캘린더 등... 온 사방에 흝어져있는 나의 작업에 대한 흔적을 모았습니다. 살펴볼 내용은 크게 4가지로 정리했는데요 :


- 어떤 작업을 진행했었는지

- 어떤 성과를 만들어냈는지

- 무엇을 잘했는지

- 무엇이 아쉬웠는지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자료는 업무 및 회고 기록입니다. 3개월만 지나도 작업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커뮤니케이션 내용들을 기억해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때그때 회고하고 기록해 놓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정말 유용합니다. 개인적으로 적는 일기와 스프린트가 끝날 때마다 회고하는 문서를 살펴보면서 당시에 어떤 과정을 거쳐 작업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복기했습니다.





동료들로부터 피드백받기


제가 속한 조직에서는 N주년을 맞이한 팀원을 위해 협업했던 팀원들이 피드백을 써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동안 저도 여러 팀원들에 대한 피드백을 써서 제출했었는데, 막상 제가 받을 차례가 되니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긴장감이 참 새롭더라고요. 


참 감사하게도, 그동안 함께 스쿼드에서 일했던 PM, QA, 프런트엔드/백엔드 개발자, 그리고 디자인 챕터의 디자이너들이 바쁜 업무 일정 와중에 피드백을 제출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저의 말과 행동이 다른 팀원들에게는 어떻게 비쳤는지 알 수 있었고, 정말 뿌듯하고 힘나는 메시지들이 많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대체로 더 좋은 사용성을 제공하기 위해서 끝까지 고민하는 것, 협업 능력,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 팀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부분에 대해 높이 평가해 주신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더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기 위해 또 새로운 목표를 갖고 달려 나가야지요.





지난 1년간 잘한 것 (Good)


1. 제품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무게중심 잡기

제품이나 기능, 그리고 사용자 니즈 속에서 어느 정도의 무게로 대응할 것인지, 얼마나 어느 정도의 일정과 리소스를 넣을 만한 작업인지 보는 감이 많이 길러진 것 같아요.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제품은 B2B이지만, 그중에서도 저희 스쿼드에서 만드는 기능은 비교적 B2C의 성향을 많이 띄는 편입니다. 덕분에 로드맵에 있던 작업 외적으로 긴급 대응건이나 사소한 개선 작업이 많은 편입니다. 동시에 여러 작업을 병렬적으로 수행할 때도 있기 때문에 리소스 분배가 필수적이에요. 무게중심을 잘 잡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어 기능 스콥핑이 원활하게 이루어졌고, 빠르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2. 크고 작은 사용자 경험 개선하기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면 당연한 것 아니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문적인 분야일수록 그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요 경험뿐만 아니라 각 단계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은 부분까지도 섬세하게 신경 쓰는 능력이 많이 길러진 것 같아요.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 아무리 급한 상황에도 User Flow 자세하게 그려보기, Biz 팀원이나 외부 인원을 대상으로 UT나 디자인잼 많이 하기, 스쿼드 차원에서 큰 기능을 릴리즈 하기 전에 다 같이 시나리오 짜서 테스트해 보는 등 다양한 시도들을 많이 했어요.


3.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팀 문화 만들기

업무 중에 불편한 점이 있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편입니다. 상대 팀원에게 의견을 말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안해 본다거나 같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는 식으로요. 이런 점 덕분에 '함께 일하기 편하다'라고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간혹 할까 말까 고민되는 순간도 있지만 '우리는 한 팀이고, 함께 잘 되길 원한다'라고 생각하면 제가 느끼는 부담도 훨씬 줄어들어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요. 팀원들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해보고 싶어요.


4. 성장 의지를 바탕으로 다른 팀원에게 동기부여하기

동료들로부터 받았던 피드백에서 많이 나왔던 내용이자 개인적으로 참 반가웠던 내용입니다. 책 읽기, 스터디, 독서모임, 인강 듣기, 컨퍼런스 다녀오기, 사내 챌린지 참가하기 등... 오직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 했던 작은 행동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내고, 팀원들은 이 모습에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간혹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 더 잘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고 싶은데, 아직은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에 '좋다', '고맙다'라는 의견을 주신 동료들에게 오히려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앞으로는 공유를 좀 더 활발하게 해 봐도 될 것 같다는 용기도 얻었어요.





지난 1년간 아쉬웠던 것 (Wish)


1. 디자인에 대한 뚜렷한 주관 가지기

디자인 과정 중에 이렇게 가도 좋고, 저렇게 가도 좋은 상황이 오면 아직도 고민이 많이 됩니다. 사실 멀리서 보면 작은 고민일 뿐인데, 그 순간만큼은 적절한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더 좋은'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판별해 내야 하니까요. 이때 스스로 뚜렷한 주관이나 원칙을 갖고 있다면 좀 더 흔들리지 않는 의견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나만의 뾰족한 기준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좀 더 고민해보려 합니다.


2. 더 날카롭게 지표를 세우고 데이터 분석하기

쉽지 않은 '데이터 드리븐'이지만, 제가 해볼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기획 및 디자인 단계에서 지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제품 릴리즈 이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데이터를 팔로 업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후회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데이터와 얼마나 친해야 할지 고민도 했었는데 제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친할수록 좋다'입니다. 개인적인 노력을 많이 기울여보고 싶은 영역입니다.


3. 폭넓은 솔루션 방안을 도출하고, 표현해 보기

핑계... 일 수 있지만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생각의 범위를 어느 정도 제한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출될 수 있는 솔루션이나 시안이 틀에 갇히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발짝 떨어져 다시 처음부터 의심해 보고, 고민해 보면서 좀 더 폭넓은 솔루션 방안을 도출해보고 싶습니다.


4. 프로토타이핑 잘 활용하기

디자인 화면을 전달하는 과정 중에는 전달 대상 및 상황에 따라 다양한 프로토타이핑을 사용하게 됩니다. 굉장히 러프한 lo-fi부터 구체적인 인터랙션이 들어가는 hi-fi까지. 적재적소에 맞는 수준으로 전달하는 것은 잘 하지만, hi-fi 프로토타이핑을 빠르게 제작해서 전달하는 능력이 좀 아쉽다고 느껴졌습니다. Figma를 활용한 프로토타이핑 기능과 좀 더 친해지는 것을 목표로 공부해 볼 예정입니다.





매 순간 귀찮음을 이겨내며 남겨놓았던 작은 기록을 보며 지난 1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행위는 즐거웠습니다. '아 이런 일도 있었지'하며 그때의 상황을 기억해내기도 하고, '그때의 나는 이런 고민을 갖고 있었구나. 하지만 지금은?' 하며 지금의 나와 비교해보기도 했습니다. 글에 미처 녹이지 못한 더 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누구든 무엇이든 좋은 점만 있을 수도 없고, 나쁜 점만 있을 수도 없는 법.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던 1년이었습니다. (스스로 이렇게 느낄 정도면 나쁘지 않았나 봅니다.)


요즘은 회고 내용에 대해 동료 디자이너, PM과 이야기 나눠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비슷한 고민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또는 해결하려 하는지, 저는 앞으로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지 이런 인사이트를 얻고 있습니다. 조금 정리가 되면 앞으로의 목표도 업데이트해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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