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쓰레기통
"선배는 1명인데, 여러 명을 상대하는 느낌이에요. 매일 어떤 장단에 맞춰서 움직여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출근할 때마다 오늘은 어떤 상태로 근무를 해야 할까 걱정이에요." 꽤 많은 후배들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심지어 같은 직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은 감정에 의해 행동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감정에 의해 행동하는 것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있습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조절 능력이 향상 돼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독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분이 있습니다. 조절을 못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이것이 조절 가능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후배들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말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날에는 실수를 해도 한없이 좋은 선배입니다. 제가 왜 그런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지 명확하게 짚어 이해시켜 주시고, 다음에는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주시기도 합니다. 천사가 있다면 이런 분인가 싶었죠. 그런데 어떤 날에는 실수가 아닌 것에도 화를 내십니다. 심지어 너 같은 놈은 ○●□■ 라며 심한 욕설을 퍼붓기도 하죠. 저는 악마와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대체 저는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 걸까요?"
사람이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상태는 안전한 상황일 때입니다. 도저히 저 선배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다면 그것은 안전한 상황이 아닙니다. 늘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흡수하고 있는 상태이며 이 상황에서는 사실상 업무에 집중이 불가능합니다.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춰서 집중을 한다는 것은 그것을 발전시키고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최고의 상태입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원하는 것이기도 하죠. 하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인간은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사주 경계를 하며 위험하다는 신호를 감지하는데 집중력을 쏟게 됩니다.
따라서 선배는 후배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은 후배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선배들은 자신은 후배를 그렇게 대한적이 없다고 확신하실 겁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지 생각해 봅시다.
지난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선배님들의 선배님들에게 당했던 것을 생각해 보는 겁니다. 위에서 깨지고 와서 호통치는 선배, 집안일로 인해 짜증 내는 선배의 모습이 기억나시죠? 혹시 이런 행동을 후배들에게 보이신적이 한 번도 없으신가요? 앞선 예시가 강력하다고 해서 자신이 후배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셨나요?
물론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의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후배들이 선배들을 보며 꼰대라고 느끼는 것은 감정의 변화를 이기지 못하는 모습이 아닌, 감정의 변화를 이기지 못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후배들도 선배들이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후배들은 '선배'라고 생각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