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뜻하지 않은 하루 연차휴가 날 혼자서 극장을 찾아 탑건을 봤다. 주인공 톰 크루즈의 컴백이 마치 나의 컴백이라도 되는 양 감정이입을 한 채 보고나와서는 그 감흥을 잊을 수 없어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다가 지난 주 온 가족이 다시 극장을 찾게 되었다.
멤버들 간 숨겨진 사연과 갈등 그리고 화합 후 마침내 작전실행과 위기, 성공적인 생환 등으로 마무리 짓는 90년대 감성 가득한 스토리 전개에 둘째는 흥미를 잃고 잠이 들었고 첫째는 볼 만했다는 인색한 평가인 반면 집사람은 미션 임파서블에서만 느꼈던 톰 크루즈의 매력을 탑건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쩌면 톰 크루즈는 하나도 늙지 않았냐 정말
눈만 조금 쳐졌지 몸이 탄탄해서 해변에서 럭비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60대라고 하겠어?"
라며 인물묘사에 극도로 치중한 영화 후기를 말한다.
스토리가 미국국뽕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톰뽕이 가득한 영화가 틀림없다.
옷을 입어도 벗어도 멋있고
전투기를 타던오토바이를 타던 멋있고
모래밭에 메다 꽂혀도 톰 크루즈는 멋있엇다.
사실 아이들 엄마에게 톰 크루즈와 같이 허세작렬하면서 보고만 있어도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액션배우가 있는데 바로 007 시리즈의 다니엘 크레이그다.
남자인 내가 봐도 멋있어서 "나도 살 뺄테니 저런 수트 좀 사줘!" 라고 하면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라는 핀잔이 돌아오곤 한다.
내가 톰 크루즈나 다니엘 크레이그가 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흉내나 내볼까 하는 생각에 톰 크루즈가 탔던 가와사키 오토바이를 검색하는 지난 한 주 였는데 밤길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 전신 타박상으로 한 달 간 재택요양을 해야 한다는 절친 소식에 삐끗만 해도 부러지는 나이 지천명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하늘의 뜻이 고이 걸어다니라는 뜻일테다.
새로운 미션 임파서블 영화가 내년에 개봉한다면서 다시 톰 크루즈를 볼 수 있다며 알고 싶지도 않은 그놈의 톰톰톰 소식을 신이나서 읊어대는 와이프를 보면서
매 끼 밥 해대고 빨래 개켜 줘도 부아돋는 깐죽거림으로 속 다 뒤집어 놓는 남편이란 화상대신 톰과 다니엘이 어쩌면 그녀의 영적 반려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탄한 몸매에 시크한 말투에 허세같지만 한없이 멋있는 몸가짐들
스크린 속에서라도 절대 늙지 않는 배우로 남아 영상으로나마 반려할 수 있는 그들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