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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난 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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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컨 Sep 19. 2022

요로결석이네요 그런데?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밤새 피곤에 찌든 모습의 응급실 당직의사가

증상을 묻는다.

말로 형언할 수 없었던 지난밤의 통증 설명을 하면서 급성 맹장염인 것 같다는 나 스스로의

진단 결과를 듣더니 의사는 진료 침대 위로

올라가 보라 하고는  복부 이곳저곳을 꾹꾹 눌러본다.


"여기 아파요?" "여기는요? 아파요 안 아파요?"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나도 내 상태를 잘 모르겠다는 애매한 대답으로 일관했더니 일단 복부 CT를 찍어보자고 한다.


그렇게 CT를 찍기 위해 또 CT를 찍고 나서 결과를 듣기 위해  아픈 사람이 득시글대는 응급실에서 두 시간 가까이 있다 보니  나도 기분이 푹 가라앉아서 없는 통증이 다시 생길 것 같아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대기 전광판에 내 이름이 호명되고 당직의사실로 다시 가서 앉았다.

의사는 흑백 CT 사진을 붙여놓고는 설명을 시작하려 한다.


"선생님 맹장염이 맞죠?"라는 내 질문에


"맹장염은 아니고요 요로결석이었네요" 하면서 진단의 근거를 설명해준다.


 지난밤과 아침의 통증은 결석 큰 덩어리가 내려오느라 생긴 통증이었고 지금은 다 빠져나갔다면서 더 이상 통증은 없을 거라고 알려줬다.

맹장염이던 요로결석이던 일단 더 통증은 없다니 안심이었다.


 요.로.결.석.


2년 전에 당시 임원과 몇몇 직원이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한 선배가 최근에 요로결석이었다면서 아파서 떼굴떼굴 굴렀다는 후일담을 얘기했고 같이 듣던 임원도 맞장구치며

아마 출산 고통과 맞먹는 통증이라며 얘기했던 그 요로결석이었다.


그땐 남 얘기였고 실제로 남 일이기도 해서 난 상관없다 하고 넘겼는데 그게 나한테 벌어지다니

그런 생각이 들던 그때 당직의사는 다시 말을 떼기 시작했다.


"그런데요 여기 신장 쪽에 뭐가 보이는데요...."


이런 형태는 전형적인 암으로 의심이 된다면서 암센터 진료를 잡아주겠다며 나가서 기다리라고 한다.

암센터 진료는 내일로 잡았고 그전에 여러 가지 검사를 해야 하니 아침부터 나와서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쳇! 암은 무슨

분명 응급실 초짜 의사 내린 오진일 거라 믿으면서 회사에는 뭐라고 얘길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병원을 나선다.    


 


 


 


 


13화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짜장면에 체한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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