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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난 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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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컨 Dec 22. 2022

암수술로 열흘 휴가 내기


암진단을 받은 날 저녁 우리 집의 모든 보험을 도맡고 있는 보험설계사 처이모는 지난번 우리 집 불이 났을 때 화재보험 하나 없어 민망했던 기억을 지우고자 자기가 가입시켜준 암보험이 얼마나 빵빵한지 알려주려고 태블릿을 들고 테이블에 았다.


최초 암진단을 받으면 얼마고 치료하는 동안 또 얼마가 나오고 거기에 회사 단체보험도 있고

태블릿을 이리저리 두드려가며

나의 신장암 값어를 계산해주고 있었다.


얼추 계산을 마치니 예상치 못한 큰 보험금임 알았지만 기분도 기분이거니와 그게 마나 큰돈인지 실감이 안 나는데 내가 마지 큰 부자가 된 것처럼 여기는 처이모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주말보내고 닷새만에 출근을 했다.

지난주 수요일 퇴근 후 배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이런저런 검사 후 암진단까지 받고 나서 주말까지 쉬고 난 월요일 출근이었다.


이미 전화로 나의 병명을 알려서 회사 사람들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보고체계에 따라 팀장, 임원에게 내 신상에 대한 경위와 현황 그리고 향후 전망까지를 보고하고 있는 내 모습이 진정 직장인의 본모습이라며 자평다.


수술과 입원 기간 포함 2주 정도 부재중 기간을 병가로 처리할지 연자가로 리 할지가 고민이었는데 내규를 살펴보니 병가로 리하면 연말 Profit share에 해당 기간만큼 산정이 안된다고 하여 10일 휴가 결재를 올리며 스마트한 내 모습이라며 자화자했다.


수술 전까지 2일 정도 출근기간이 있었는데 신장암 진단받은 거지 그 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마음은 암수술을 방금 마친 환자 느낌이라 일주일에 한두 번 마시던 술도 하루에 서너 개 피던 담배도 딱 끊 되었다.


동료들점심 먹으며 원 메시지를 받았는데 잔정 많은 동료들이 입원키트박스라며 여러 가지 필요한 물품과 책을 담아주어 감동하게 했고 요긴하게 쓰기로 약속했다.



15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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