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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난 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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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컨 Dec 29. 2022

수술 하루 전

제모 민둥이


가족들과 한동안 떨어지기 전 마지막 식사라고 생각하고 식사를 차렸다.

이런저런 반찬과 계란말이를 지막하게 만들어 수술을 앞둔 내 심정 빠알간 케첩으로 써봤다.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 꼭 끌어안 안녕 인사를  다음 집에서 십여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서

입원 수속 후 병실과 침대를 확인하고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나서야 내일이 수술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금식 시간이 시작되기 전 병원 내 스타벅스에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아직까진  나이롱환자의 객기를 누려본다.


수술 하루 전 환자는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어서 뻗치는 힘을 주체 못 하고 병원 구석구석을 쏘다닌다.

늦은 장마에 훗훗한 날씨라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지하 아케이드 내 푸드코트 로비에서 사람 구경하며 무료함을 달래다가 외래병동에 비치된 잡지 여러 권을 가져와 읽어보기도 한다.

수술 전 아직 살만할 때

밤이 되어 어둠이 내리고 외래환자들과 보호자가 돌아간 병원은 차분해진다.


나도 병실로 돌아와 새로운 환경에 흥분했던 하루를 가라앉히며 내일 오후에 있을 수술을 준비한다.


간호사로부터 제모크림을 건네받으며 절개와 천공 부분인 하복부와 사타구니에 꼼꼼히 바르라고 안내를 받는다.

소 약물에 반응하는 인체를 보며 사람이 참 보잘것없는 존재구나 느낀 적이 자주 있었다.


 건강검진 때 대장내시경이라도 하면 들

불쾌한 맛 음료를 한 번에 0.5리터씩 8컵  4리터를 마셔야 하는데 두세 컵부터

꾸륵꾸륵 장에서 신호가 오면서 좍좍 싸대거나 수면내시경 받으며 수면가스가 쉬시식 들어오는 소리에 기절해버릴 때가 바로 그럴 때이다.


제모크림도 다를 바가 없어서 화장실로 들어가 하안크림이 수북한 털에 엉기도록 꼼꼼하게 구석구석 바르고 나니 마치 때타월에 밀려 나온  때처럼 털이 우수수 떨어지는 게 징그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던 저녁 시간이었다.


입원 때 동행했던 집사람은 돌아가고 혼자서 누구 방해 없이 휴대폰을 벽까지 즐기고 난 다음날 아침이었다.

오후 3시였던 수술 스케이 변경되어

오전 10시 30분으로 앞당겨졌다는 소식은 아직 비몽사몽이던 잠을 번쩍 깨게 만들었다.


배웅 없 혼자서 수술장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 아직 집에 있을 집사람에게 변경된 시간을 알려줬지만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은 수술시작 시간까지 당도하는게 쉽지 않아 혼자 입장이 확실해진 상황이었다.


수술 후 당분간 씻지 못할 테니 우선 샤워부터 하기로 하고 머리를 감고 부분 민둥이가 된

몸을 바디워시로 문지르고 면도까지 깔끔하게 한 다음 진한 애프터쉐이브 스킨향을 품기며

화장실을 나오니 수술장으로 실어갈 이동침대가 이미 도착해서 승를 보채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도 멀쩡했던 내가 수술실용 이동침대에 누우니 당장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느껴졌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천정을 바라보는 시간이

참 길었는데 저 사람은 무슨 병이길래 저게 누워서 가나? 하는 다른 사람의 궁금증이 느껴지기도 했고 매끄럽지 못한 운전실력에 쿵쿵 벽에 부딪치기라도 하면 머리털을 바짝 서게 만드는 큰 충격 았다.


수술장 대기장소에서 혼자 뉘어진 나는 길고 긴 수술 전 주의사항을 듣고 나서야

내가 수술받는 방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수술방에는 이미 의료진이 자리 잡고 수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천정만 바라보고 누 있으니 소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소리는 수술용 칼과 가위 같은 집기 같았는데 수술 준비하면서 나누는 대화 내용은 주변에 어디가 맛집이라는 내용이어서

배에 구멍 여섯 개를 내고 신장 일부를 잘라낼 수술을 할 사람을 눕혀놓고 나눌 얘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 방에서 심각한 사람은 나 혼자 뿐이구나 싶었다.


수술 준비를 다 마쳤는지 바짝 얼어있는 내게 말을 걸어온다.

"환자분 환자분 생년월일과 이름 말씀해 주세요"


천정만 바라보며 나는 말한다

"76년 0월 0일 000이요"


'네 맞아요 이제 수면가스 들어가실 거예요" 하는  높이지 않아도 될 가스한테 까지 높이는 말투가 뭐냐하며 타박했던마지막 기억이었다.






16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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