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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잇 Dec 12. 2021

오렌지 브라운 스코티시폴드 고양이

히피펌, 와이드 팬츠, 네온 오버 티셔츠

봄인지 여름인지  중간 애매한 위치의 5 초에는 사람들의 옷차림에는 평소보다 강한 개성이 들어간다. 기다렸다는 듯이 짧은 팬츠와 크롭티를 입고 당당히 걷는  사람, 주머니에 손 꼭 찌르고 멀어져 점이 된 봄의 뒷모습만 쳐다보고 이미 등 뒤로 와서 기다리다 답답한 마음에 검지로 조심스럽게 어깨를 두드리는 여름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  사람은 드라이클리닝  때가  검정 캐시미어 코트를 아직 입고 있다. 개성이라고는 찾을  없는 나는 검정 가방에 그저 회색 맨투맨을 아직 고집하며 약속을 위해 김포행 비행기를 기다린다. 딱히 그렇다  수화물이 없으니 셀프 체크인을 하고 바로 탑승 게이트로 향한다. 하지만 이미 게이트  의자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어쩔  없이 부담스레 많이 남은 시간에 대비해 아무도 보지 않는 TV 앞에 자리한다. 역시나 아무도 보지 않는 TV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세트에서 녹화한 패널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TV 뒤로는 탑승 준비에 바쁜 승무원들이 지나다닌다.


“저기요.”


어디선가 많이 본 클리셰처럼 누군가 손가락 두 마디 끝으로 어깨를 두드린다. 고개를 돌리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보통을 넘지 못한 키에 여유감 있는 와이드 팬츠, 네온 페인팅이 된 흰 반팔 오버 티셔츠, 날개뼈를 조금 넘는 오렌지 브라운 톤 히피펌의 그녀는 나보다 1시간 늦은 김포행 비행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게스트 하우스에 폰을 두고 온 것 같아요. 같이 간 친구는 아직 그 게스트하우스에 있을 것 같아요. 제 폰을 가져와 달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어느 하나 확답 없는 문장 뒤 그녀는 나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는 듯 고개를 들고 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내 눈을 흘깃 보고 있다. 친구의 번호를 아는지 물었다. 대답보다는 힘껏 고개를 위아래로 한번 끄덕인다. 나도 말없이 내 폰을 건넸다. 보통은 그냥 지나갈 일이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무언가 신용할 수 있는 이미지로 비쳤다. 신용만큼 거부감 또한 그리 들지 않았다. 어느 정도 통화 후 내게 그녀는 폰을 주었다. 다행히 친구가 공항으로 출발하기 직전 이미 그녀의 폰이 있는 것을 보고 가지고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연신 감사하다며 매고 있는 백팩을 한참 무언가를 열중하듯 바삐 부스럭거리더니 갈색 종이봉투 안에 담긴 작고 앙증맞게 생긴 오동통한 가리비를 주었다.


“김포에서 내리면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반사적으로 거절을 던졌다.  순간 안내 방송에는 탑승하라는 멘트가 나오고 뒤늦게 그녀는 나의 대답에 크게 고개를 한번 위아래로 흔들고 인사와 함께 사라졌다. 비행기를 탑승하고 사이드 엔진음이 들리자  잠시 후회하였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40 동안  잠을 잤다. 꿈속에는 작은 오렌지 브라운의 이례적으로 곱슬거리는 스코티시폴드 고양이가 나의  다리 사이로 뫼비우스의 띠를 두세  돌고 사라졌다. 착륙  잠에서  나는  동안 후회를 하였다.




겨울이 확실해지는 11월 말에는 사람들은 개성 없이 숏 패딩과 롱 패딩으로 나누어진다. 그 사람들 속 난 검정 롱 패딩을 걸치고 퇴근을 했다. 노트북을 열고 보이는 손바닥 너머 시선은 옆 오동통한 가리비에게 향했다. 입이 살짝 열려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 속에는 가리비 발처럼 종이 모서리가 보였다. 가리비를 열고 종이를 열어보니 시간이 지나 번진 글씨의 감사하는 말과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 난 가리비를 받을 당시와 히피펌 스코티시폴드 고양이를 생각한다. 그리고 당시보다 비행기에 오르고 한 후회 속 사이드 엔진음을 기억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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