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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잇 Jul 08. 2022

나는 사실 불치병이 있어

평소에 “천부적이라는 말을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믿는 편이다. 사람마다 각자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어도 많은 비중으로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나의 친구가 턱걸이는 잘하지만 키위를  먹는 것과 사진을 찍을  절대 웃을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경우에는 이어폰 줄을  풀지만(요즘은 대부분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당히 애매해졌다.) 걷거나 뛰면서 물이나 음료를 마시지 못한다. 물론 살면서 그렇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하다. 예를 들어 친구와 점심을 먹은  카페에 가서 아이스티를 사들고 같이 이야기를 하며 걷고 있는 상황을 보면  어이가 없다. 친구가 앞을 보고 걸으며 이야기를 하다가 옆을 돌아보면 나는 없다. 왜냐면 가다가 멈춰서 아이스티를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는 나를 기다렸다가 어느정도 나란한 위치가 되어 다시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는  옆에 없다. 뒤에서 아이스티를 마시고 있으니까. 이렇게 대화의 단절이 발생한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어쩔  없는, 내가 생각하는 “천부적 것은 이런 것이다. 좋든 싫든 고쳐지지 않는 불치의 병과 같다.


내 친구 중에는 “패트”라는 친구가 있다. “패트와 매트”라는 실제 인형으로 만든 퍼핏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주인공을 닮았기 때문에 패트라고 부른다. (너무 많이 닮아서 되려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고등학교 졸업 사진도 패트 분장을 하고 찍었다. 특이 사항으로는 태백산맥을 쓰신 조정래 작가님과 같은 가문 항렬이라는 것이 있다.) 패트와 함께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아이스티를 시켰다. 나는 테이크아웃이시냐고 묻는 점원의 질문에 먹고 갈 거라고 대답했다. 패트는 나에게 먹고 간다니 너는 그렇게 한가하냐며 핀잔을 주었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고 고백했다.


“있잖아. 나는 사실 불치병이 있어.”


나의 진지한 표정만큼 패트의 표정은 아까 전 따지는 말과 표정에서 재빨리 진지하게 변하지 못한 그 사이 언저리의 어색한 웃음이었다.


“그게 무슨 병인데?”


“나는 사실 걸어 다니면서 음료를 못 마셔. 체할 것 같아.”


“그러든지”


기대한 대답이 아닌지 패트는 실망하듯 말하였다. 이 아이는 천부적으로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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