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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희 Oct 30. 2021

향수 - 3

세월의 향기



선을 따라간다. 꿈을 꿨다. 깨기 싫은 악몽이었다. 바다에 비치는 노을을 보며 걸었고 또 다른 해가 떴다. 다음은 일어나지 않았다.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대했고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연두색은 분홍색이 되었고 노란 띠가 입혀졌다. 구름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냐고 물었다. 비 오는 날 창밖을 볼 때마다 가끔씩 떠올리곤 했다. 영화 대신 그날의 기억을 더듬었다. 알고 있던 이유를 잃어버려 헤맸고 실제로 다시 겪었을 땐 미세하게 달라져 있었다.


감나무는 비스듬히 굽어있었다. 산비둘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흐린 날과 맑은 날에 산에 올랐다. 어제는 자장면이 먹고 싶었고 내일은 버터와플을 사 먹어야겠다. 이제는 더 이상 라디오를 듣지 않는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돌아온다.


유년기의 필름 사진에서는 그리운 추억의 냄새가 났다. 세월의 향기가 향수를 일으켰다. 향수병이 도졌다. 셔터를 누르며 향수(香水)가 향수(鄕愁)가 되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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