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보다는 실패가 원동력이었다. 성취감을 내다보면 미련을 들여다보게 될까 봐, 지나온 길이 최선이었음에도 되돌아가고 싶어질까 봐. 그렇다면 분명 후회한, 후회하게 된 것들을 후회하게 될 테니까. 모든 움직임은 더하기보다는 덜어내기 위함이었다. 공기를 짓이기는 밤을 달려 새벽의 끝으로 도망가야지 해놓고 간다는 게 고작 꿈나라뿐이었다.
수상한 꿈을 꿨다. 꿈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은 연극을 하면서,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사진에서도 충분히 동적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책에서 ‘탁자 위의 풀이 혈기 없는 창백한 꼴을 하고 있었다.’라는 문장을 낭독했다. 거울을 봤을 때 파리하게 시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휘날리는 벚꽃잎 아래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는 교내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늦잠을 자서 결국 그 버스를 놓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