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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in Mar 20. 2022

The Vitality

In the Middle of Desert


캘리포니아 남쪽 사막 한가운데에 알록달록 페인트칠을 한 흙더미가 있다. 꽃, 나무, 폭포, 파랑새 등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들 뿐만 아니라 성경 구절도 곳곳에 그려져 있다. 이미 캘리포니아 사막의 랜드마크가 되어버린 그곳의 이름은 'Salvation Mountain'이다.


그곳의 대부분의 시간은 침묵만이 존재한다. 가끔 멀리서부터 방문객들이 찾아갈 때면 그들의 잔잔한 대화 소리가 머물기도 한다. 그리고 더 가끔은 뮤직비디오 제작 등 예술작품 활동을 위해 방문한 단체들로 인해 열정적이고 시끌시끌한 소리가 한동안 공간을 차지한다.


이제 Salvation Mountain과 처음부터 함께했던 주인은 세상을 떠나고 없다. 자유의 몸이 된 그곳은 지금 허허벌판에 혼자 남겨진 걸까? 신기하게도 그곳은 아직 온갖 인터넷 사이트와 SNS에서 사람들로부터 떠들어지고 이야기가 덧붙여지는 중이다. 내가 Salvation Mountain에게 끌리는 매력은 바로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생동감'이다.




놀라운 점은 Salvation Mountain 전체가 한 사람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이다.

1931년 11월 1일에 태어난 Leonard Knight는 미국 Vermont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에 파견되었던 지프 수리공이었다.


1967년에 누나를 따라 교회를 접한 후 어느 날 신의 말씀을 깨달아 다시 태어남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것이  그를 캘리포니아 도시 외곽의 사막에 신의 사랑에 대한 기념물을 세우게 이끌었다.




Knight는 아웃사이더 종교인이었다.

그는 교회가 너무 똑똑해지고 복잡해졌다고 주장했다.

Knight argued that church divisions were rooted in human debates that divided rather than united God's people. In the midst of the arguments about orthodoxy, he claimed that Jesus was left out.

- Sara M. Patterson, 'Middle of Nowhere'

그는 "종교인들의 세력싸움 안에서 신은 내팽개쳐져 있다"며 서로 교파를 나누고 같은 기독교인들끼리 차별하는 모습에 지독한 환멸을 느꼈다.


그는 교회 밖에 서서 신은 모두를 사랑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전했다. 그의 기독교적 정체성이 그를 알 수 있는 열쇠였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기독교인'으로 불려지기를 거부했는데, 이것은 정의와 분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한편, Knight는 아웃사이더 예술가였다. 기존의 관습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독학으로 날것 그대로의 직설적인 스타일의 작업을 하는 예술가라는 말이다.


보통 훈련되지 않은 아웃사이더 예술은 내면의 극단적인 감정, 정신 질환, 혹은 종교적 열정 등 눈에 보이지 않은 영적인 영역의 시각화로 나타난다. Salvation Mountain의 디테일은 6-7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히피와 사이키델릭 반문화의 색채를 띄고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그의 산은 Jesus Movement (예수 운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렇게 Knight는 아웃사이더 종교인인 동시에 아웃사이더 예술가였다. 아웃사이더로서, 그는 교회와 예술 세계를 자유롭게 비판하고 사랑하는 입장을 취했다.




In the Middle of Nowhere..


Salvation Mountain을 신성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지리적 특징 중 하나는 '사막'이다.

자연환경이 열악하면 열악할수록, 신앙심은 더 강해진다.


Knight의 의도였든 아니든, 사막을 그의 구원의 장소로 선택한 것은 참 영리한 방법이다. 사막의 배경과 그의 산은 자유와 공포의 무한한 공간과 알록달록 예쁘고 안락한 부분으로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순례자들은 약 500마일의 길고 힘든 산티아고 여행에서 의미를 찾듯, 신을 느끼고 경험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신성하다고 이해될 수 있는 공간들을 여행한다. 때로는 자신을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면서 말이다. 사막은 이 모든 순례 조건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다. 사막은 방문객들에게 물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거리감도 만들어내는데, 그곳의 황량한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구원'에 도달하는 것이 이토록 어렵고 신성한 일이라고 속삭인다. 이런 개념 속에서 Salvation Mountain과 사회의 거리 끝에 서로를 비판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성된다.




또 다른 성스러운 상징은 '산'이다. 엄밀히 말하면 산은 아니지만, Knight가 산 모양으로 지었고 또 산이라고 이름을 붙였으니까 그냥 그곳을 산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산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여러 종교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상징인데, 보통 초월과 영적 상승의 장소로서 작용하며 하늘까지 연결되는 신과의 접점 장소로 여겨지기도 한다. 아브라함과 모리아 산,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 산 등 산과 언덕은 성경에서 500번 이상 언급되고 있다. 또한 산은 '신에 가까이' 닿는 곳이기 때문에 기독교 외에 유대교 문화에도 논리적인 종교적 상징을 갖는다.


Knight는 순례자들에게 '신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공짜로 제공함으로써 선지자의 역할을 해왔다. 그의 산에는 정상에 오르려면 거쳐야 하는 노란색 벽돌길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 길을 오르며 문화의 외지인의 경험을 하며 주류를 자연스럽게 비판하고 그 결과 자신이 도덕적으로 높은 위치에 도달했다고 느끼게 된다. Knight는, 이로써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




The Oasis in Desert


Salvation Mountain에 방문하려면 도착 직전에 거쳐 지나가게 되는 도시가 있는데 바로 Slab City이다.

Slab City는 Salvation Mountain이 만들어지기 수십 년 전에 세워졌다. 그곳에는 Camp Dunlap이라고 불리는 해병 기지가 있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해체되고 1956년까지 콘크리트 조각들 (Slab)만 남아있었다. 젊은 가출자, 도망친 범죄자, 은퇴한 캠핑카 족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들만의 도시를 형성했다.


한편 그곳에는 공식적인 자치 정부가 없기 때문에 "버려진 도시" 혹은 "유령도시"라는 별명이 붙었고, 주민들은 "The last free place on Earth (지구 상의 마지막 자유의 장소)"라고 부른다. 전력망도 없고, 수도도 없고, 경찰관도 없는 그곳을 허가받지 않은 거주자들이 점령하였다.


그 무법도시는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는 예술작품으로 가득하며 주민들은 모두 아웃사이더 예술가이다. 나는 그곳이 Knight에게 예술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Salvation Mountain의 창조는 그의 1984년 Slab City의 발견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서로 싸우고 헐뜯는 교회들에 싫증난 무렵 그는 분명 그 도시 특유의 '날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Slab City의 독특한 미학은 사막의 끝없는 공허함 속에서 Knight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오아시스였을지도 모른다.




남부 Riverside와 북부 Imperial County에 위치한 Salton Sea 또한 그의 오아시스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1905년 캘리포니아 개발 회사의 부실공사로 인해 콜로라도 강이 다량 흘러나왔고, 그로 인해 우연히 생겨난 강이다. Salton Sea의 염도는 현재 바다보다 50%가 높다. 1950-60년대에 캘리포니아 남부의 인기 있는 관광지였던 그곳은 이제 염분 증가, 극심한 온도, 산소 부족, 수질 문제, 그리고 가장 심각한 문제인 독성 때문에 버려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현재 그곳을 죽어가는 지역으로 묘사하곤 한다.


그러나 Salton Sea는 Leonard Knight를 사막의 주인이 되게 만들었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사막에서 Knight는 Salton Sea를 통해 자신의 산과 유토피아적 세계관을 만드는데 필요한 공급을 얻었다. 마실 수 있든 없든, 그 물의 질은 Knight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방문객들이 주고 간 충분한 양의 깨끗한 물이 있었다. 그는 Salton Sea의 물을 사용해 진흙을 만들어 그의 산의 핵심 재료인 Adobe brick을 완성했다. Salton Sea의 죽어가는 물은 그의 작품의 일부가 되었고, 그의 산에 영감을 준 오아시스였다.




The Authority of the Site


장소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뒤틀리고 변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변신하느냐 이다.

humans do not have access to a raw version of nature out in the world, of what might be called a first nature. What we access has instead already been filtered through social constructs.

- James Nisbet, 'Second Site'

미술사 교수이자 작가 James Nisbet은 "인간은 날것의 버전, 즉 최초의 자연이라고 불릴 수 있는 공간에 접근할 수 없으며 우리가 접근하는 것은 이미 사회적 구조를 통해 걸러진 곳이다"라고 말했다.


자연적 원인일 수도 있고 인위적 원인일 수도 있다. 그것이 진화일 수도, 부패일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소의 '유연성'인데, 이 때문에 장소는 언제나 다시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변화를 통해 장소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장소는 변화를 거듭할수록 생명력을 가지고 그 결과 권위를 얻게 된다.




Salvation Mountain 또한 땅이 존재하는 동안 수도 없이 많은 변화를 거쳐왔겠지만, 가장 최근의 변화는 팝 문화로서의 장이다.

Coldplay 'Birds' MV / Jessica 'Fly' MV

앞서 장소의 유연성에 대해 설명했지만, 한편으로는 장소의 변화하는 특성이 오히려 Salvation Mountain의 자유를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모순적인 의문이 생긴다. 실패자들의 기회와 자유의 땅이었던 그곳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이로 인해 그곳에 암묵적인 개념과 규칙이 자리 잡았다. 그럼, 그 장소는 아직 자유의 공간일까 아니면 새로운 제한의 장소일까?




어쨌든, 새로운 버전의 장소가 나쁜 것은 아니다. 종교적, 예술적, 그리고 문화적 기능 모두를 포함해 Salvation Mountain의 변신은 매력적이다. 태초에 땅 덩어리에서 시작해 오늘날까지 수세기에 걸쳐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결국 이것은 지금 Salvation Mountain의 모습 또한 최종판이 아님을 증명한다. 그 황무지는 한때 Knight라는 이름의 파트너를 얻었고, 그가 떠난 지금은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있다.


Salvation Mountain은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래서 주인이 없어도 그곳엔 생동감이 있다. 죽을 듯 꺼져가다가도 다시 부활하는 불사조처럼 그곳의 유연성과 확장성이 스스로를 지켜준다. 변신을 통해 정체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굳건한 생명력을 갖는다. 그렇게 탄탄한 생명력을 가진 장소는 권위를 얻는다. 자신의 목소리를 갖는다는 말이다.


Salvation Mountain은 수많은 변신을 통해 생명력을 얻으며 허허벌판에서 살아남았다. 장소의 힘은 참 대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이 장소에게 이름 붙여주고, 의미를 부여해주고, 스토리를 만들어준 핵심 매개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장소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도 인간이고, 따라서 장소를 '살아있게' 도운 것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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