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lin Jul 20. 2023

Anti-fashion

Another way of embracing diversity


다양성은 패션과는 뗄 수 없는 단어이다. 패션은 종종 스타일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성별, 인종, 종교 등 사회적인 범주까지 대변하려 하는 대담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패션산업계에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마케팅을 선도하는 예가 많다. 작년 4월, Burberry​는 라마단을 기념해 종교적인 이유로 수수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슬람 여성들도 만족시킬 수 있는 컬렉션을 론칭하며 종교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같은 취지로 Dolce & Gabbana, Zara, COS, 그리고 Mango 역시 라마단에 적합한 컬렉션을 생산하였고 그들은 컬렉션을 통해 이익을 얻은 브랜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 외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의 화보촬영과 런웨이 진출을 장려한 브랜드들도 패션계의 다양성에 크게 기여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패션 브랜드들은 여전히 노골적으로 공격적인 주제와 이미지들을 사용하며 다양한 차별을 저지르곤 한다. 한 예로 Dolce & Gabbana는 2015년에 'gang rape​' 라는 성차별적인 테마를 연출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2018년에는 아시안, 특히 중국 문화를 대놓고 조롱하는 듯한 광고​를 선보여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H&M의 ‘Coolest monkey in the jungle​ (정글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라는 이름의 점퍼를 입은 흑인 소년과 함께 한 캠페인은 패션계가 인종차별적이라는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렇듯 패션업계는 민감한 실수를 계속해서 저지르고 있다.


나는 패션을 너무 사랑하고, 동시에 혐오한다.

그 어느 곳보다 다양하고 유연해야 할 패션세계는 모순 투성이이다. 뻔하고 편협한 상업적 목적으로 도배된 인위적 다양성은 오히려 패션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특히 스타일을 묘사할 때, 패션은 ‘feminine', 'mannish', 'boyish' 등의 이분법적인 용어들을 사용하여 더욱 편협해지는 경우가 많다. (전혀 패셔너블하지 않은 패션 용어들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이 매력적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패션이 가장 권위적일 때 ‘안티-패션’이라는 희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안티패션은 주류에 도전하는 하위문화의 한 종류인데, 기존의 획일화된 강압적인 패션을 거부하는 태도를 말한다. 자유화된 패션을 상징하기도 하며, 즉 주류가 인정하는 패션에서 탈락하여 독자적인 미학을 바탕으로 한 스타일을 지향하는, 일종의 패션 반항아인 셈이다.


이러한 안티패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탄생한 패션 스타일은 매우 많은데, 사실 새롭게 떠오르는 거의 모든 패션 트렌드는 반패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안티패션의 시작은 19세기 미국의 드레스 개혁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드레스 개혁 운동은 딱딱한 코르셋, 무겁고 거추장스러우면서 당시 지저분한 길거리를 휩쓸고 다니던 긴치마로부터 여성들을 해방시켰다. 1850년부터 1870년까지 성 평등을 위한 급진적인 여성인권운동이 계속되었고, 그동안 코르셋을 대체할 거 편안하고 건강한 속옷이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Hippie

이를 기점으로, 패션은 권력에 저항하는 크고 작은 움직임들로 바뀌었다. 1960년대 미국에 등장한 히피문화는 당시 제약이 많던 중산층 미국인의 삶을 거부하며 대신에 머리를 기르고, 면도를 하지 않는 등 개방하고 관용하는 생활방식을 장려하였다. 그들은 신체적,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좀 더 영적인 것들을 추구했다.


Punk

펑크패션은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함께 시작되었는데, 사회에 불만이 많았던 십 대들에게 빠르게 받아들여졌다. 당시 젊은이들에게 핫했던 Malcom McLaren의 SEX라는 이름의 가게는 페티시즘에 초점을 맞춰 가죽으로 스키니 바지, 필요 이상으로 화려한 큐빅장식의 티셔츠, 찢어지고 오염된 청바지 등을 판매했다. Sex Pistols 등의 펑크 록 밴드들에 의해 더욱 인기를 얻게 된 펑크스타일은 패션이 어떻게 성별과 아름다움의 기준에 도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Grunge

그런지패션은 1990년대에 자본주의에 대항하며 등장했다. 그런지패션은 정통 하이엔드 패션과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항으로, 지저분하거나 낡은 느낌의 스타일을 하고 있으며 이는 상업적으로 변해가는 패션뿐만 아니라 소비주의, 물질주의 등 물질이 구체화한 모든 가치에 대한 거부를 보여주었다.




가장 최근의 안티패션은 Sustainable fashion (지속가능 패션) 이 아닐까. 기후위기가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 여러 패션 브랜드들 또한 친환경적인 소재로 된 의류를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중고 또는 빈티지 의류, 핸드메이드 의류 등을 트렌디하게 활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안티패션은 사회적 규범과 아름다움의 기준에 도전한다. 물론 이것이 패션의 부족한 다양성을 완전히 충족시킬 수는 없는데, 반항정신이 만들어낸 패션도 하나의 유행이 되고 주류가 되는 순간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또 다른 안티패션이 생겨날 것이고 새로운 스타일로 권력에 저항할 것이다. 바로 패션이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로 보는 90년 패션 역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