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전에는 근무를, 퇴근 후 저녁에는 여러 군데 발품 팔아 새로 거주할 집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겨우 찾은 새로운 집에 계약을 하거나, 기존에 거주하고 있는 집에 들고 가지 못하는 물건들을 당근에 내놓거나, 학술논문 투고를 수정하거나, 시험준비를 하면서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하게 많은데 생각만 하면 짜증이 나거나 다 내버려두고 도망치고 싶은 그런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반복적으로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 지속적인 두통, 집중력이 저하, 무력감, 불면증, 심지어 신체화증상까지 겪게 되면서 이러다가 내가 죽을 것 같아 이번 추석기간에는 나에게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게 바로 국토종주를 도전하는 것이었다. 일상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느껴 본 지 오랜만이라, 나에게 자존감을 그리고 자기 효능감을 상승하고자 하여 결심하였다. 3년 만의 도전이라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였지만 처음으로 밟아보는 전주-광주-하동-여수의 자전거코스를 밟으며 자연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기대가 더 컸었다.
그렇게 3박 4일간 진행했던 국토종주, 물론 고되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오로지 나의 의지와 힘으로 끝까지 나아가는 그 열정, 그리고 그 종점에 도착한 성취감이 그려질 때 나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라이딩하는 중에 체인이 빠져서 스스로 수리하다가 도저히 안 돼 히치하이킹을 했는데 다행히 트럭을 몰던 아저씨가 세워주셔서 우리를 자전거정비점까지 데려다주신 에피소드, 그리고 계곡까지 가면서 계곡에서 라면을 손수 끓여주신 일, 이렇게 뜻밖의 만남이 나에게 생기를 줄 때 나는 뜻밖의 만남에게 용기를 주었던 추석연휴기간이었다.
3박 4일간 121KM를 완주했던 이번 추석연휴는 참으로 완벽했다. 다리가 아프고, 어깨가 뭉치고, 폭염에 땀띠가 생겨도 젊었을 때 해보지 않으면 영영 도전 못할 것 같은 실외라이딩, 20대의 끝자락에 도전을 해볼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라이딩 내내 슝슝 달리던 내 페달, 바람의 숨결을 들으면서 자연의 경치에 감탄하고 구름과 달, 구름과 해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마치 나를 위한 선물이 주어지는 것처럼 너무 예뻤다.
지금은 비록 일상에 돌아왔지만 상태는 너무 후련했다. 라이딩 내내 꾸준히 페달을 밟았던 것처럼, 내 인생의 페달을 밟아보자는 마인드로 다시 회복이 되어 가끔은 나의 지침과 멈춤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쳐야 비로소 보이는 나 자신, 멈추어야 비로소 느끼는 내 상태 한 번쯤은 나를 위해 귀 기울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여자 친구, 누군가의 선생님, 누군가의 제자가 아닌 진정한 “나”말이다. 오늘부터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기로 했다. 나의 지침도, 멈춤도 내가 사랑해야 할 내 인생의 한 부분임을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