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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Sep 30. 2024

힘내라! 브롱코스!!!

시즌 4번째 게임

겨우 겨우 이겼다. 그래도 이긴 건 이긴 것!

새벽잠을 설쳤던 것은 꼭 미식축구(풋볼 Football)가 있는 날 이어서는 아니다. 나이가 들며 잠 패턴이 바뀌었다. 올빼미처럼 밤늦게까지 깨 있고, 한밤중에도 일거리를 찾아 서성거리는 일들이 사라졌다. 이른 저녁식사를 한 후 7시가 지나면 졸린다. 그 시간부터 잠이 들면 밤 중에 깰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틴다. 너 튜브를 보기도 하고 운동을 핑계 삼아 그냥 거실을 서성거리기도 한다. 그 시간에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독서는 그야말로 최상의 수면제다. 책을 들고 두어 페이지 넘어가면 벌써 눈까풀의 무게는 책 보다 무겁게 내려앉는다. 레몬수를 마시기도 하고 창을 열어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지만 8시가 넘으면 더 이상 소용이 없다.

누우면 5분 안에 잠이 드는 것 같다. 새벽까지 길게 잔다. 나이가 들면 불면증이 많아진다는데 다행히 나는 정 반대다.

오늘 새벽도 마찬가지. 미국 시간으로는 일요일인 오늘. 미식축구가 있는 날이다. 이른 시간 자동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실시간으로 본다. 혼자 관람하는 나의 팀, 브롱코스(Broncos)의 게임이 영 잘 풀리지 않는다. 첫 2 쿼터는 한 번도 기선을 잡지 못하고 게임을 따라가기만 하다가 졌고 3번째 쿼터에서 그야말로 억지로 터치다운을 하나 했다. 7:6 이 되었다. 그러나 흥분도 잠시. 역전되었다. 상대방인 뉴욕 제트(NY Jets)가 필드골을 더했다. 스코어는 7:9. 그대로 질 수는 없었는지 브롱코스도 겨우 필드 골을 하나 넣어 10:9. 두 팀 모두 터치 다운이 없이 필드골만으로 이어가는 게임은 짜증 나게 지루했지만 어디 사람 사는 일이 마음먹은 대로만 되던가? 팀장인 쿼터백도 터치다운을 안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 것이다. 상대방의 수비에 확실히 밀렸다. 그나마 최선을 다한 것이 필드골이다.

이어지는 4번째 쿼터. 각각의 팀에서 필드 골 기회가 한 번씩 주어 졌지만 두 팀이 모두 실패. 겨우 겨우 브롱코스가 승리했다.

이번 시즌엔 연습게임 3번을 내리 이기고 본게임에 들어와 2번은 연속 졌다. 브롱코스는 이번주 본 게임을 이김으로 2승 2패가 되었다. 아직은 시즌의 시작에 불과 해 팀이 연속적으로 승리할 거라는 장담을 할 수 없다. 더구나 브롱코스의 쿼터백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프로팀에 처음 입단한 새내기. 대학 풋볼과는 차원이 다르다. 프로 풋볼 팀에서 그가 살아 남을 지는 두고 볼일이지만 이번 게임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첫 번째 터치다운 볼을 한 개 던졌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경험이 쌓이고 프로팀 세계를 배워가겠지만 찐 팬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그의 자리는 불안하기만 하다. 젊다는 것과 쿼터백 중에서는 가장 잘 뛰다는 장점이 있고 대학에서의 경험과 브롱코스의 유능한 감독의 혜안에 들어서 선택된 것에 기대를 걸고 믿어 보는 수밖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을 상대방의 방어벽을 뚫고 힘껏 던지는 풋볼. 쿼터백의 마음처럼 공은 엔드 존(End Zone)으로 날아 리시버의 양손으로 쏙 들어가 터치 다운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상대방의 팀의 만만치 않은 태클과 방해가 구장 곳곳에서 복병이 되어 기다린다.

뿐만 아니라 엄청 넓고 높은 골대를 향해 킥커(Kicker)가 차 넣는 필드골도 처음엔 바로 잘 가는 듯하다가 마지막에 옆으로 비껴가 골이 안되기도 한다. 이번 경기의 4번째 쿼터에서 양 팀이 모두 한 번씩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 킥커도, 팀을 응원하는 관중들도 실수를 원하지 않았지만 상황은 생기는 것이고 그 상황에 승복해야 하는 것이 경기.


이기면, 지는 팀이 반드시 있다. 누군가는 지는 것에 승복하고, 누군가는 승리의 기쁨을 맛본다. 세상의 어느 상황도 영원한 것이 없다. 모든 게임이 그렇겠지만 풋볼을 보고 있으면 흥분과 실망이 교체되며 지나간다. 인생처럼 업 앤 다운을 빠르게 맛보게 되는 시간.

삶의 여정에서 방해꾼이 있는가 하면 방패막이도 있다. 멀고 정확히 던지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조금씩 천천히 골문을 향해 전진하는 일도 생긴다. 연습과 경험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득점과 실점의 게임 안에 나도 함께 한다. 이른 잠에서 깬 새벽을 즐긴다. 일출이 장관이다.


여명의 신비로운 기운을 가득 담아서, 브롱코스에게 보낸다. 힘내라! 브롱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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