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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길 위의 시간들 22

소금 호수를 만나다

by 전지은


커다란 캐리어를 버스에 싣고 떠난다. 튀르키예 동부를 제외한 지방의 관광지를 그야말로 알차게 보았다. 앙카라에서 이스탄불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들를 곳은 소금호수, 튀르키예 주요 소금 생산지 투즈 괼(Tuz Golu). 제주도보다 조금 작은 면적. 호수 끝까지 온통 흰색이다. 한여름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듯한 신기한 풍경. 맨발로 걸어야 좋다는 우재 가이드의 설명. 한여름이라 물은 거의 말라 있고 호수를 한참 걸어 들어가야 물이 있단다. 호기롭게 맨발로 걸어 들어간다. 바닥은 까칠거렸고, 지저분한 것들이 많았다. 채 5분이 안되어 벗었던 샌들을 신었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서 본 소금물 웅덩이(호수라고 하기엔 사이즈가 너무 작다). 발을 담그고 인증샷을 찍는다. 그야말로 뙤약볕 아래 소금밭이니, 그 열기가 대단하다. 서둘러 주차장 쪽으로 걸어 나왔다. 튀르키예 소금 소비량의 60-70 %를 이곳에서 생산한다는데 별 변변한 공장 하나 보이지 않는다. 소금 호수는 입구의 건물을 거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꽤 커다란 기념품 가게이다. 공항에서도 면세점을 지나야 입국을 할 수 있었는데, 티르기예의 장사 수완은 보통이 넘는구나 싶다.

소금호수는 여름에는 수분이 증발해 하얀 소금층이 드러나지만 겨울에는 물이 찰랑거리며 고기도 살아, 분홍색을 띠는 이색 적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단다. 분홍색의 얕은 소금물 속을 걷는 나를 상상하며 혼자 웃는다. 언제 또 올까?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버스에 올라 앙카라 공항으로 향한다. 창밖의 풍경들은 지난 며칠과는 달리 제법 도시의 모습들이다. 한 국가의 수도가 가까우니 산업지구와 도시가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아쉽게도 앙카라는 공항만 이용하는 지나가는 곳이다. 튀르키예 수도의 문화와 예술을 다음으로 미뤄둔다. 이스탄불 공항을 봐서 인지, 아담하게 느껴지는 공항. 체크인을 하러 간 곳도 번잡하지 않아 편하다. 이스탄불까지 비행시간은 1시간 정도. 방금 탔는가 싶은 데, 물 한잔 받아 마시니 도착했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일행들과 긴 작별을 한다. 우리 그룹의 가장 어린 멤버였던 초등 1년생과 엄마, 일주일을 함께한 우재 가이드, 아들과 함께 왔던 예쁘고 고운 엄마, 젊은 치과대학 여학생 둘과… 한국 사람들의 헤어짐은 길고 찐하다. 정이 많은 민족, 그 말을 실감하며…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 근처에서 일박을 해야만 다음날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편하게 탈 수 있다. 공항에서 가장 가까워서 예약을 했다는 호텔로 이동을 하며 튀르키예의 마지막 밤을 근사하게 보내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디 사람의 일이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만 되던가. 호텔로 오는 차량을 잡으며 우여곡절이 있었고, 호텔은 생각보다 훨씬 먼 곳에 있었다. 호텔 근처에는 변변한 식당하나 보이지 않았다. 후배님들의 감기 몸살과 기침은 점점 심해지고, 모두들 밖에 나갈 기분이 아니다. 각자의 방에서 비행기에서 받아온 식은 샌드위치를 먹고 쉬기로 한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 이런 분위기라니…


밤새 1초도 못 잤다. 바로 옆이 활주로인 것처럼 뜨고 내리는 비행기 소리. 도로의 자동차 소리. 에어컨이 꺼지지 않아 프런트에 연락을 했지만 고칠 수 없는 상황. 전원을 뽑을 수는 없어 이불을 더 달라고 했지만, 여름이라 두꺼운 이불은 없단다. 난감하다. 한여름밤에 추위와 시끄러움에 떨며 얇은 시트 같은 걸 2개 돌돌 말고 침대에 그냥 누워있었다. 눈만 말똥말똥.

새벽은 왔고, 아잔 소리가 들린다. 미국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직항이 아니고 갈아타는 비행기는 길고 지루했지만 잘 도착했다. 덴버 공항. 반갑고 푸근하다. 살아서 돌아왔구나. 전장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개선장군 같은 모습으로.


한 달을 비웠다가 돌아 온 집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둘이서 라면 3개를 삶아, 정신없이 먹는 일이었다. 속이 개운하고 마음은 편안해진다. 돌아온 곳, 내 집, 내 방, 내 잠자리에서 편한 잠을 청한다. 24시간쯤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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