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롱코스 8번째 게임
지난 열흘 동안 시선은 TV에 고정돼 있었다. 한국에서 한국시리즈 열풍이 한창일 때, 미국에선 월드 시리즈(World Series)가 시작되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건 오래되었다. 그 옛날 야구 경기 중계를 하는 날이면 엄마와 같이 야구 경기를 시청했다. 이때는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기도 했었다.
세월이 흘러 미국에서는 아들과 함께 야구를 봤다. 이때는 피자 배달을 시키고, 아이는 코카 콜라를, 나는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며 소리소리 지르며 응원하는 것이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는 남편은 남의 나라 이야기 듣는 듯 쳐다보며 ‘그렇게 재미있어?’ 한 마디 하는 것이 전부. 어제는 월드 시리즈의 결승전인 게임 7번째. 32년 만에 월드 시리즈에 올라온 캐나다 토론토의 블루제이(Blue Jay)와 L.A. 다저스(Dodgers) 게임. 결국은 연장전 11이닝에 다저스 선수의 홈런과 마지막 병살타 처리로 5:4로 이겼다. 그들의 축배를 보며, 미국에서 돈을 가장 많이 들인 팀이 이기지 못하면 완전 실패라고 했던 ESPN의 해설자의 한마디가 생각났다. 블루제이는 그런 거금을 들이지 않았어도 실력과 노력으로 32년 만에 정상에 도달했다. 일본 선수들이 전방위로 진을 치고 있는 다저스. 아들과 함께 시청하며 응원하는 팀. 그 끝은 ‘돈 값 하네’ 하는 내 생각이라면 너무 시니컬한 것인가.
이튿날, 성당을 다녀오며 나의 팀, 브롱코스(Broncos)의 게임을 전화기로 본다. 상대는 리그의 하위에 속하는 택산(Texans). 이길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했고 스코어 차이가 얼마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쪽 모두 게임을 풀어 가지 못했다. 스코어는 15:15. 택산은 터치 다운을 한 번도 못한 채 필드 골로만 점수를 만들었고, 브롱코스는 겨우 터치다운 2개에 컨벌전 하나를 더했다. 게임이 거의 끝나가는 4 쿼터. 집에 도착해 전화기를 손에 든 채, T.V. 를 켰다. 3초 전 브롱코스의 필드 골로 3점을 추가해 18:15가 되며 브롱코스가 이겼다. 게임을 이긴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으로 봤을 땐 그야말로 창피할 만큼 지리멸렬.
지난 몇 주간 브롱코스는 그야말로 행운의 신이 늘 우리 편인 것 같다. 4번째 쿼터만 되면 갑자기 무슨 매직처럼 터치 다운을 하고, 필드 골을 성공시킨다. 그리고 역전을 한다. 누구는 행운도 실력이라고 했지만, 관람을 하는 팬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저 정도의 실력이면 처음부터 잘 던지고, 잘 받고, 잘 뛰고, 잘 막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꼭 4 쿼터에서 만?’
나만 갖는 의문일까? 사는 일에 늘 이유가 있는 것처럼, 게임에도 그들만의 이유가 있다. 게임이 끝나고 나서 하는 인터뷰에 그 이유를 풀어놓는다. 실력으로 처음부터 확실하게 기선을 잡아도 손뼉 치고 소리 지르며 재미있게 봐줄 텐데, 이제 제발 그만 마음을 졸이게 하라고 전하고 싶다.
오늘 게임이 끝나며 브롱코스는 6승 2패로 리그의 선두에서 한 발자국도 내려오지 않았다. 광 팬인 나는 여전히 상기되어 있지만, 확실하게 믿음을 주는 그런, 나의 팀, 브롱코스가 되면 안 될까?
밤이 깊었다. 다른 팀들의 게임을 보고 있다가 저 정도는 돼야, 선두를 지키는 것이지!라는 생각. 유속이 빠른 물속 흔들리는 돌 위에 서 있는 듯한 불안함. 흔들리다 물에 빠질 것 같아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내가 아니기 만을 간절히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