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안데르센, 카카오브런치X저작권위원회 응모작
어느 작고 따뜻한 마을의 초록색 집에는 엄마와 엄지가 살고 있어요.
“엄지야, 핸드폰만 하지 말고 나와서 엄마랑 저녁밥을 먹자꾸나.”
엄마가 방문을 두드리지만 엄지는 침대에서 꿈쩍도 하지 않아요. 엄지는 핸드폰 속 세상을 구경하느라 바빠요. 엄지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방 안에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실컷 볼 수 있거든요. 엄지는 그중 가장 멋진 사진을 꾹 눌러 저장했어요.
어두운 밤, 엄지는 열려 있는 창밖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어요.
“마을 밖의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자 놀랍게도 창밖에 앉아있던 두꺼비가 엄지에게 말을 걸어왔어요.
“내가 도와줄게.”
창문으로 간 엄지에게 두꺼비가 눈짓을 하니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엄지가 제 이름처럼 엄지손가락만 하게 작아졌어요! 엄지가 두꺼비의 등에 올라타자마자 두꺼비는 창밖으로 폴짝 뛰어내렸어요.
“여긴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이 아니야.”
칠흑같이 어두운 강에 도착한 엄지가 툴툴거렸어요. 그러자 두꺼비가 말했어요.
“넌 집을 떠나고 싶어 했잖아. 내 아들이랑 결혼하면 그럴 수 있어.”
무서워진 엄지는 핸드폰을 꺼내 빛을 켰어요. 그 빛을 보고 물고기가 다가왔어요.
“내가 도와줄게.”
물고기는 엄지를 업고 강을 며칠이나 헤엄쳐 어느 겨울 숲에 엄지를 내려줬어요.
#춥고배고파요#도와주세요
겨울 숲의 추위에 엄지는 덜덜 떠는 손으로 ‘아임스타’에 글을 올렸어요. 근처에 사는 두더지가 그 글을 보고는 엄지를 자신의 굴로 데리고 왔어요. 외로운 두더지 아저씨를 위해 엄지는 겨울이 끝날 때까지 여기에서 지내기로 약속했어요.
한 달 후, 엄지는 핸드폰이 없어진 걸 발견했어요. 이제 바깥세상을 구경조차 수가 없어요. 시무룩한 엄지에게 두더지 아저씨는 선물을 많이 가져다주었어요. 하지만 엄지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어요. 굴 안은 여전히 컴컴했고, 겨울은 계속되고 있었거든요. 겨울이 끝나야 이 굴을 나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데 말이에요.
또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엄지는 굴에서 날개가 다친 제비를 발견했어요. 엄지는 매일 그 길을 오고 가며 제비를 정성껏 치료해주었어요. 엄지는 제비가 지루하지 않게 자기가 이곳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해주곤 했어요.
건강하게 나은 제비는 엄지에게 같이 떠나자고 했어요. 하지만 엄지에겐 두더지 아저씨와의 약속이 있는걸요. 제비는 실망한 엄지 앞에 도와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흰색의 무언가를 툭 내려놓았어요. 자세히 보니 흰색 거미줄로 엄지의 핸드폰이 칭칭 감겨져 있었어요.
“겨울 숲에 있던 걸 주워왔어요. 그리고 여긴 일 년 내내 겨울이 끝나지 않아요.”
엄지는 굴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러고는 핸드폰을 감싼 거미줄을 북북 뜯어 제비에게 핸드폰 속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어요. 엄지가 항상 가보고 싶었던 바로 그곳의 사진을요.
“제비야, 너는 이곳을 알고 있니? 나는 이곳에 가야만 한단다.”
“알고말고요! 이곳이 바로 제가 온 남쪽나라인걸요.”
엄지는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끼며 제비의 등에 올라탔어요. 굴 속 저 멀리서 두더지 아저씨가 달려오는 게 보였어요. 제비가 서둘러 날개를 활짝 폈어요.
제비는 남쪽나라를 향해 부지런히 날았어요. 며칠 뒤 제비는 어느 곳에 엄지를 살포시 내려주었어요. 엄지는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눈앞에 있는 건 엄마와 살던 그 마을이었거든요!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초록색 집으로 달려간 엄지는 엉엉 울면서 집 대문을 두드렸어요.
“엄지야, 핸드폰만 하지 말고 나와서 엄마랑 아침밥을 먹자꾸나.”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엄지는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어요. 둘러보니 엄지의 방이에요. 작아졌던 몸도 원래 크기로 돌아왔어요. 손에는 핸드폰이 빛을 반짝거리고 있어요. 엄지는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핸드폰을 내려놓았어요. 그러고는 방문을 활짝 열어 밖으로 나가며 말했어요.
“네 엄마. 같이 아침밥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