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 처음 와보는 당신은 (아마도…) 몰랐을 사소한 이야기.
※ 멍청함 주의
고성군에 전입 신고를 한 날, 선물로 쓰레기봉투 20장과 관광유적지 무료입장 쿠폰을 받았다. 지역상품권이라도 몇 장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대상이 아니란다. 쩝... 그래도 쿠폰이 어디야. 하며 해당 관광지를 살피니 그마저도 이미 다 둘러봤던 곳들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입 신고 좀 미리미리 할 걸 그랬다. 어쨌든 쓸모없어 보이던 관광지 무료입장 쿠폰은 몇 달 뒤 기적적으로 쓰임새가 생겼다.
며칠 전 거룩한 퇴사 의식을 마친 고향 친구가 놀러 오기로 한 것이다. 만세! 나는 나름 호스트로서 속초, 고성, 양양의 핫 플레이스와 먹거리, 그리고 약간의 역사를 곁들인 2박 3일의 탄탄한 투어 계획을 준비했다. 그리고 드디어 당일이 되었고, 신나서 속초 버스터미널로 달려간 나는 한 가지 잊고 살았던 사실을 친구의 목소리로 듣게 되었다.
“야 무슨 버스로도 6시간이 걸려?!!”
집에서 출발 아침 7시, 속초 터미널 도착 오후 2시. 고향과 고성은 반나절이라는 거리와 피곤함이라는 것.. 퇴사 힐링으로 여행을 온 친구는 안타깝게도 진한 피로감과 함께 나의 고성 투어차에 올랐다. 이때 있었던 사소한 이야기 두 개를 친구 몰래 풀어 본다..
“화진포라는 곳을 갈 거야.”
“거기에 뭐 있는데?”
“이승만 별장이랑 김일성 별장. 둘이 가까이 있어서 한 번에 보면 돼.”
“헐, 김일성 별장이 왜 여기에 있어? 여긴 남한이잖아.”
“어…?”
“신기하네. 둘이 짱친이었냐? 가깝게 별장 짓게.”
“어…? (아닌 것 같은데, 뭐지…?)”
고성의 화진포에는 이승만 별장과 김일성 별장, 그리고 이기붕 별장이 있다. 이를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무슨…?’의 인지부조화가 먼저 들지만, 시간순으로 정렬하면 한국전쟁 전후의 일이라 이해가 가능하다. 1948년에 김일성 별장이 생겼고, 1950년에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이승만 별장은 1954년에 신축되어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기붕 별장은 1920년대에 세워졌었고, 휴전협정인 1953년 이후 이기붕이 별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결론은 분단 전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고성군 참조)
“야, 무슨 끝도 없이 올라가냐? 이러다 북한 가겠다.”
“ㅋㅋ여기에 DMZ 있대. 통일 전망대 가려고.”
“그 파주에 있는 거 말고?”
“어. 거긴 서해고 이쪽은 동해. 여기가 예전에 금강산 가던 곳이래.”
“야, 그럼 이대로 계속 쭉 달리면 북한 나오냐?” (미필)
“어…?” (역시 미필. 통일전망대 본인도 안 가봄.)
“와이씨, 그럼 쭉 가면 그만 오라고 거기서 총 쏘는 거냐?”
“…어...? 내 차 방탄 유리 아닌데…”
통일전망대를 가기 위해 7번 국도를 따라 고성의 끝자락에 닿으면 검문소가 하나 있다. 톨게이트처럼 생겼는데, 지나가는 이들은 이곳에서 모두 확인 절차를 마친 뒤 통일전망대로 이동할 수 있다. 게다가 이곳을 지나기 전에 별도의 접수처를 들러 신고서 작성과 소정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결론은 그냥 쭉 간다고 북한 경계까지 가진 않는다. 방탄유리는 더더욱 필요 없고.
우리 사이에 몇 년 동안은 회자될 명언을 실컷 남기곤, 그 친구는 2박 3일의 퇴사 여행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두 손엔 속초에서 산 닭강정과 술빵, 홍게 찜 등을 실컷 사들고 말이다. 고성 곳곳에 숨은 명품 해변들과 그 여유로움에 반한 그녀는 무슨 코미디처럼 그다음 직장을 강원도의 한 도시로 선택했다. 그 후 한 달에 한 번씩 두 시간을 달려 고성에 놀러 오고 있다.
고성을 처음 오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 도시와는 다른 즐거움을 주는 곳, 매일이 새로운 이곳이 바로 강원도 고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