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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Jan 07. 2022

캔터베리 이야기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 제목의 익숙함에 끌려 빌린 『캔터베리 이야기』. 

 

그렇다. 학창 시절 ‘영미문학’ 수업에서 시험에 꼭 나온다고, 영어 스펠링까지 외웠던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이 있었는데, 그것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와 제프리 초서 Geoffrey Chaucer의 캔터베리 이야기 The Canterbury Tales이다. 외우기는 했지만, 혹시 실수할지 몰라 책상에 살짝 적어두었기에, 시험이 끝나도 잊히지 않고 있다. 중세시대 문학은 외우려 해도 도저히 외워지지 않는다. 국어에도 고전이 어렵듯, 영어도 고전 영어 Old English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당시 영국은 위치적으로도 고립돼 있고,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아 자국어 문학에 있어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뒤처져 있었다. 그런 시대에 영어로 시작 詩作 활동을 시작한 사람은 초서이다. 

 

 초서를 ‘영시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유는 초서의 작품은 영국 문학과 영어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았던 셰익스피어에게도 활력을 주었기 때문이다. 예일대 영문학과 교수인 해럴드 블룸은 셰익스피어를 제외하고는 영어권 작가 중 초서가 가장 으뜸간다고 했으니 말이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캔터베리 대주교인 토머스 베켓이 순교하자,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캔터베리로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 무리를 이루는데, 모인 여관에서 여관 주인이 중심이 되어, 가고 오는 길에 한 사람씩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자는 제안을 한다. 대신 거역하는 사람은 캔터베리까지 가는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고,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돌아왔을 때 모두가 돈을 내어 축제를 벌여 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모두 찬성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사, 상인, 변호사, 대학생, 의사, 바스의 여인, 본당 신부, 방앗간 주인, 면죄사, 소지주, 여관집 주인 등등 당시 중세시대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에 의해 24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 내용과 맞지 않은 5개의 이야기를 비롯해 나머지는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나에게 영어, 작품, 작가라는 세 가지 안목을 주었다.

 

 먼저 영어는 나를 강하게 하는 친구가 되었다. 솔직히 영어는 나에게 피할 수 없는 통로다. 내가 가야 하는 길 앞에 딱 버티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영어를 빨리 잘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지만, 모국어가 아닌 이상 많이 접하고, 문법을 공부하는 편이 그나마 나을 것이다. 그렇다고 영어를 멀리할 수 없어, 영어 교사자격증은 취득했지만, 교생실습만 해 봤을 뿐이다. 다행히 일본은 교생실습이 2주였고, 첫 주는 참관, 두 번째 주에 수업 시연을 하려 했는데, 하늘이 도우셨다. 국제학교에서의 교생실습의 두 번째 주는 태풍으로 휴교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 자격증은 훗날 항공사에서 귀한 대접을 받게 했다. 영어를 피하지 않은 대가로.

 

 영어는 고생은 많이 했지만, 강하게 살아남은 친구와 같다. 영어의 기원을 보면, 로마를 거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브리튼 섬에 유입되었다. 브리튼 섬에 도착한 게르만족의 하나인 앵글족이 자신들의 이름 앵글 Angles을 넣어 새 정착지를, 

(England, Engla+land)로 불렀고, 영어 English로 앵글족의 말이란 뜻이 된 것이다. 그 후 앵글로색슨족에 의해 두 번 침입, 바이킹의 침입, 네덜란드 부근의 게르만어의 영향을 받다, 로마 가톨릭 교회 전파로 영어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 역할을 했던 것이 초대 캔터베리 주교였다. 이 책의 토머스 베켓은 후임이었는데, 헨리 2세와의 불협화음으로 순교하게 된 것이다. 이런 영어가 대영제국 시기 제국주의 정책에 따라 세계 곳곳에 식민지가 확장되며 세계로 퍼져 나갔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경제적 문화적 영향력이 향상했고, 근래에 와서는 통신기술의 발달로도 영어는 다른 문화권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영어가 한 번에 안 외워지고 어려운 것은, 이렇게 여러 나라의 영향을 받으며 고생을 했고 그 과정에서 강대국의 선택을 받아 스스로 강해져서인 것을 이해하기에, 나약해질 때는 영어라는 친구를 떠올려 보곤, 어려울 수밖에 없는 영어를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이 작품은 세련되지는 못하지만 매우 교훈적이라는 것이다.

 

 캔터베리로 가는 중에 여러 직업의 사람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데, 지어냈다고는 하지만 세상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진실이 파헤쳐지는 듯하다.

 

 먼저 ‘바스의 여인 이야기’에서는,

 

 “세네카와 다른 학자들이 말한 대로 가난이란 고귀한 것이에요. 가난한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헐벗고 다닐지라도 부자랍니다. 하지만 남의 것을 탐내는 사람은 가난하지요. 자기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면서 그 무엇도 탐내지 않는 사람은 남들이 시골 농부와 똑같이 취급하더라도 부자랍니다.”


  ‘소지주의 이야기’에서는,

 

 “오랜 시간 함께 살고자 하는 연인들은 상대방의 말에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한 사람의 뜻에 지배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배라는 것이 나타나면, 사랑의 신은 날개를 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모습을 감춥니다. 사랑은 영혼처럼 자유로운 것입니다. 사랑에는 많이 참는 자가 유리합니다. 사실 인내란 최고의 덕입니다.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사랑은 아무리 애를 써도 얻을 수 없는 것을 정복하게 합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는다 해도 일일이 잔소리하거나 투덜대서는 안 됩니다. 참는 법을 배우십시오.”


라는 부분에 밑줄을 긋고 싶다.

  

 이 이야기들은 가난하기보다 부자가 되고 싶고, 결혼 생활이나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는 진리의 약 藥인 것 같다. 『캔터베리 이야기』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것은 시대는 바뀌어도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은 변함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시대를 뚫고 이어져 나갈 수 있는 책은 많지 않기에 고전은 특별하다.

 

 마지막으로 작가에 대해서는, 이 책을 쓴 초서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의 이력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때는 스무 살 정도의 어린 나이였기에 더더욱 놀라웠던 것일까, 대부분이 평탄하지 않은 삶이었다. 순수했기에, 그것을 작품으로 쓸 수 있었으리라. 영미문학에 이름을 남긴 작가들의 삶과 이 책은 영어라는 친구를 닮았다.

 

 도서관에서 빌린 『캔터베리 이야기』를 반납할 때가 되자, 영어에 대한 이해와 작품이 주는 진리, 그리고 작가의 삶에 대한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오랜 독서로. *      

                                                                                                                       2022년 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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