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 차茶 마시는 시간을 주면 어떤 일이 생길까?’
평소에 차 茶 마시는 것을 좋아하기에, 교토 京都 N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흥미로웠다. 차를 마시는 것이 교육에 어떤 영향을 줄까,라고 생각할 만큼 여유 있는 삶은 아니지만 차 茶를 좋아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교육 敎育에도 관심이 생겼는데, 그런 일상의 의문이 석사 논문으로 좁혀서 다가오는 날이 있었다. 전부터 알고 싶은 부분이었기에 자료를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일본의 다도 茶道는 중국과 한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선 전문가들이 더 잘 알고 있지만, 당시 중국이나 한국에서 건너간 사람들에게 다도를 배울 때, 이해를 못 하고 형태로 외워서 익히다 보니 다도의 격식이 까다로워졌다고도 들었다. 그런 것은 차례 茶禮 지내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다음 세대로 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으리라. 이런 것이 다도의 예법 禮法이 되었고, 다도가 일본으로 건너간 시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마음’을 담아 차가운 물을 끓여 내는 시간이라 하였다. 그 시간은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진다. 흐르는 시간은 알 수 없기에 잠깐 순간 時를 멈추고 그사이 間에서 지금을 음미한다. 그런 사이에 있는 시간을 장식해 주는 것이 커피나 허브차일지라도, 요즘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도 茶道라 나는 생각한다. 차를 마시며 잠깐 다른 세상에 갔다 오는 것이니까 여행처럼 멋있을 필요가 있고, 그런 시간은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힘이 된다.
N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부터 6학년이 다도 교육을 받는다. 1학년은 기초 단계라 28시간, 2학년은 10시간, 3학년은 8시간, 4학년부터 6학년은 6시간이다.
다도 교육에 관한 설문지 조사 결과는 다행히 신뢰도가 높은 자료가 나왔다. 대상은 4학년 2 학급 80명과 6학년 2 학급 78명이었다. 4학년은 다도를 이해하는 단계로, 6학년은 평가와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4학년은 호기심이 가장 많은 시기로 다도로 인해 집중력과 사회성 미적 감각에도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계절마다 바뀌는 꽃과 다기의 여러 모양, 차와 함께 먹는 음식에도 말이다. 반면에 6학년은 오랜 시간 다도 교육을 받았음에도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사춘기라 그런 것 같지만 평가는 정확히 내렸다. 다도로 인해 좋아하게 된 과목이 언어 言語가 13명 수리 數理(數學과 科學)가 68명, 사회 社會가 20명, 예술 藝術(音樂과 美術)이 49명, 기타가 8명이었다. 다도를 응용해서 내린 평가는 6학년이 더 정확했기에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일본 N 초등학교 다도 교육의 사례연구』의 결론을 내렸다.
한편, 이런 결과를 위해 도와주신 N 초등학교 학생과 수녀이신 교장 선생님, 담당자 K 선생님에게 사례하고자 여쭈어보았다. 학생들에게는 한국의 C 대학 마크가 있는 폴더 파일을, 선생님들에게는 홍삼차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장 선생님께는 한국에 있는 사립 초등학교에 대한 정보를 드리고, 새로운 자매결연 학교를 찾기 위해 도와드렸다. 결국은 가톨릭 초등학교로 정해졌지만, 그 중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줌마의 아이가 C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자매학교에 관해 물어보았다. N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한국의 C 초등학교에도 호감을 느끼고 계셨기 때문이다. 아줌마는 일본의 N 초등학교와 맺어지면 좋겠다며, 당장 C 초등학교에 가자고 했다. 갈 때는 아줌마의 친정아버지까지 갔다. 일이 커지려 했지만, 아줌마와 아줌마의 아버지는 이 일이 마음에 드셨나 보다. 당사자인 나보다 열성적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사정까지 N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께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이 있어, 다도 茶道담당자 K 선생님에게 물어본 이야기로 마무리하려 한다.
May:
원래 다도는 불교와 관련이 있는데, 왜 가톨릭 학교에서 다도 교육을 하나요?
K 선생님:
선교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Saint Francis Xavier는 그리스도교를 전하기 위해 일본에 갔지만, 온갖 탄압으로 선교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일단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이었죠. 일본에 그런 곳은 당시 다도 茶道가 유행이라 차를 마시는 곳으로, 교토였다고 해요. 결국 대부분의 사람에게 전도를 했다고 합니다. 들키면 죽을 수 있기에 그들은, 당시 중국과 한국에서 전해 온 다도에 그리스도교적인 사상을 넣어 마음으로 전도했대요. 다실 茶室의 문을 작게 한 것과 무릎을 꿇고 죄인처럼 앉아 있는 모습은 성경의 좁은 문과 죄인을 뜻하고, 다도에서 지향하는 ‘미완성의 미 美’라 해서 와비 侘び 도 성경에서 말하는 뜻을 담고 있지요. 이런 다도의 창시자인 센노 리큐 千利休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豊臣秀吉의 다도 선생님이기도 했어요. 센노 리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이런 종교적 간섭을 하려다 죽임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답니다. 다도는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지만, 그 안에는 기독교적인 요소가 많기에 우리 학교에서 하게 되었지요. 이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랍니다.
May:
사립 초등학교와 공립 초등학교 중 어디가 좋을까요?
K 선생님:
교토 京都 N 초등학교도 사립이고, 보시다시피 좋아요. 저도 이곳에서 다도를 오랫동안 가르쳐왔으니 말이에요. 그렇지만 전 공립도 좋다고 봐요. 예법이나 심성 교육을 위해서는 보호를 받는다는 점에선 좋지만, 강하게 키워야 하잖아요. 저희 딸은 마음이 약해서 강하게 키우고 싶었어요. 저희 부부는 맞벌이라, 딸이 외로움을 타서 강아지를 키웠거든요. 그랬더니 수의사가 된다는 거예요. 저는 반대하고 싶었지만,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어요. 그랬더니 고맙게도 국립인 나라 여자대학 奈良女子大学 의대 醫大에 갔답니다.
K 선생님은 은근히 딸 자랑을 하고 싶은 것 같았지만, N 초등학교 다도 茶道담당자로서 균형 있는 조언을 해 주신 것이라 믿음이 갔다. 고마워하는 나에게 선생님은,
“은혜를 갚아서 기뻐요. 그동안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갚고 싶었던 것들을 May에게 갚은 것뿐이에요.”
그것은 다음에 은혜를 갚아야 할 대상에 대한 숙제처럼 들렸다. 지도교수님은 계속해서 학교에 남아 있기를 바라셨지만, 내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 학생들일지도 몰라. 내가 학생들한테 받은 마음을 갚아야 할 것 같아.’
그 순간 이런 생각이 큐피드의 화살처럼 내 가슴에 꽂혀버렸다. (*)
2022년 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