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계의 청중 응대 방식에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 몇 가지 사례는 단순한 운영 미숙을 넘어, 청중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드러낸다. 몇 달 전, 모 렉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획사로부터 청중들의 전화번호로 추정되는 숫자들이 무더기로 전달된 일이 있었다. 문자 메시지로 시스템 오류라는 해명이 뒤따랐지만,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또 다른 사례로 지방의 신생 공연 기관의 유료 회원제 운영에서도 구조적 허점이 드러났다. 일부 등급에서는 유료회원으로 인식하지 않아 결제 단계에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선예매 권리는 사실상 무의미해졌고, 일부 좌석에 대한 추가 예매 안내는 해당 티켓 오픈 약 40분 전에야 문자로 통보됐다.
같은 기관에서 발송한 프리뷰 렉처 안내 메일은 모든 정보가 줄바꿈 없이 이어져, 정보 배열과 시각 구성 모두 부실했다. 가독성을 통한 정보 전달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이쯤에서 질문이 생긴다. 이들은 시범 공연에서 무엇을 점검한 것인가? 시범 공연 예매 당시 예고에 없던 유료회원제는 왜 갑작스럽게 도입된 것인가?
앞에서 살펴본 사례가 개별 기관에서 발생한 일로 치부할 수 있으나,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청중을 대하는 태도다. 과거 한 공연이 연주자 사정으로 갑작스레 취소되었을 당시, 관계자가 개별 연락을 돌리며 정중히 사과했던 경험도 있었다. 지금은 그 자리에 ‘편의성’이라는 명분 아래 무성의한 대응이 자리잡고 있다.
클래식 공연계 운영 전반에는 애초부터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점이 늘 존재해 왔다. 과도하게 인상되는 티켓 가격, 합리적이지 않은 좌석 배치와 등급 체계, 라인업이 발표됐다가 예고 없이 사라지는 일까지. 그러나 이제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청중을 바라보는 인식과 대응 방식마저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물론 청중 역시 고객의 탈을 쓰고 진상이 되어선 안된다. 공공장소 예절, 음악가와 운영진을 포함한 상호 간의 매너는 청중에게도 요구되는 기본이다. 놀랍게도 일부 청중들은 이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
그러나 서비스 이용자의 기본 권리가 침해된 상황에서, 소극적인 응대가 반복된다면 이는 전체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일이 특정 기획사와 기관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업계 전반이 공유하는 태도인지에 대해서는 지금 한 번쯤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청중을 향한 태도가 상식을 벗어날수록, 음악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결국 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