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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Apr 17. 2022

가면 사나이와 반딧불이 (1)


<우연히 파일을 뒤지다가 찾은 3-4년전에 창작한 장편 동화 한 편. 혼자 끄적였던게 전부라 부끄럽지만 옛날생각이 나 한번 올려본다.> 



가면 사나이와 반딧불이 


항상 가면을 쓰는 사나이가 있었습니다. 

사나이는 아주 오래전 커다란 불 속에서 얼굴을 잃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사나이는 끔찍해진 자신의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다녔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사나이를 보며 “가면 사나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나이는 가면을 썼어도 계속 두려웠습니다. 

혹시나 사람들이 가면 속의 잃어버린 얼굴을 보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나이는 아주아주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숲속에서 사나이는 작은 나무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사람은 정말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나이는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게 되어 안심이었지만 혼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정말 외로운 것이었습니다. 

밥을 먹어도, 길을 걸어도, 잠이 들어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사나이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가면 속에서 사나이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깜깜한 밤이 찾아왔습니다. 

사나이가 하늘에 떠 있는 아름답고 눈부신 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꼭 모으며 별들에게 말했습니다. 

“별님, 별님. 저에게도 친구를 만들어주세요.”

그때, 어두운 하늘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작은 별이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별은 하늘에 떠 있을 때처럼 아주 작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환한 빛을 내며 아름답고 특별해 보였습니다. 

작은 별은 어느새 사나이의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안녕, 나는 반딧불이야.”

작은 별이 사나이에게 말했습니다. 

사나이는 작은 별의 반딧불이라는 이름조차 몹시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나는 사나이야. 사람들은 나를 가면 사나이라고도 불러.”

사나이가 아주 수줍게 인사를 했습니다. 

사나이는 반딧불이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반짝반짝한 반딧불이 와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건 반딧불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나이와 친구가 되고 싶었고, 사나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사나이가 먼저 반딧불이에게 친구가 되어달라고 말했습니다. 

반딧불이는 친구가 되는 대신 약속 하나를 지켜달라고 대답했습니다. 

“낮에는 나를 절대 찾지 말아 줘.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나는 다시는 널 볼 수 없어.”

사나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사나이도 반딧불이에게 친구가 되는 대신 약속 하나를 지켜달라고 말했습니다. 

“너도 내 가면 속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고 약속해줘.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나도 다시는 널 볼 수 없어.” 

반딧불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나이와 반딧불이는 서로의 약속을 지킬 것을 맹세했습니다.      


그리고 둘은 소중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나이는 날마다 별이 뜨는 밤을 기다렸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나면, 언제나 반딧불이가 찾아왔습니다.      


반딧불이는 만날 때 마다 사나이가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함께 하자고 말했습니다. 

“사나이야, 오늘은 우리 함께 춤을 추지 않을래?”

빙글빙글 제자리를 맴돌며 반딧불이가 춤을 추었습니다.

노래라고는 매미와 풀벌레들의 찌르르한 울음소리뿐이었지만, 무척이나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나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한 번도 춤을 춰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추는지 방법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춤을 잘 추지 못한다면 반딧불이가 실망을 하게 될 까봐 걱정도 되었습니다.  

“아니야, 나는 한 번도 춤을 춰 본적이 없는 걸. 이렇게 널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

사나이가 손을 설레설레 흔들었습니다.

그 모습이 반딧불이에게는 꼭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주 잘 하고 있는 걸? 그 상태에서 몸을 빙글빙글 돌려봐. 그럼 그게 춤이야.”

반딧불이의 말대로 사나이는 손을 흔들며 몸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사나이의 세상이 소용돌이처럼 어지러워졌습니다. 

하늘도, 나무들도, 풀들도 모두 빠르게 지나갔다가 다시 되돌아 왔습니다. 

사나이는 자신도 모르게 근사한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황홀한 춤의 세계에 빠져, 사나이는 정신없이 춤을 출 뿐이었습니다.

숲 속에서 구경하던 꽃과 나무가 줄기와 가지를 치며 찬사를 보냈지만, 사나이는 이 모든 것이 반딧불이 덕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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