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우리 부부에게 재테크 관련 강의 하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예전에는 개그맨이었지만 현재는 작가 그리고 사업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 개그맨의 재테크 관련 강의였고 부부 모두 돈에 관심이 많은 터라 가능하면 참석하고 싶었다. (심지어 무료였다.) 기회를 얻게 된 것도 참 우연이었다. 밤늦게 침대에 누워 어떤 유튜브를 보다 잘까 고민하다 중간에 스쳐 지나가는 광고를 보고 정신없이 신청을 하게 됐으니까. 신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참석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게 됐고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우리 부부는 돈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다. 돈을 벌 수 있는 직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크게 돈을 벌 수는 없지만 꾸준함에서 나오는 결실이 분명히 있을 거라 믿으며 한 걸음씩 전진하는 우리 공무원 부부에게 머릿속을 환기할 수 있는 이런 류의 강의가 이따금씩 필요하던 터에 '잘 됐구나' 싶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이 강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당시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주변에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님, 장모님 그리고 주변에 살고 있는 처남까지 모두 개인 일정이 있어 아쉽지만 한 사람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아내가 나보다 강의 참여 의지가 강했던 터라 결국 딸아이는 내가 보기로 하고 아내는 모 개그맨의 열렬한 팬의 아내 친구 부부와 함께 강의에 참석하게 됐다. 그게 책 출판의 도화선이 될 거라는 걸 당시의 나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강의를 다녀온 아내에게 후기를 물었다. 강연자의 마인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고, 강연자는 참석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열렬한 강의를 펼쳤다는 이야기 등등을 풀어놓는 아내를 보며 "아쉬운 강의는 아니어서 다행이네"라는 말을 건넸다. 아내는 강사인 모 연예인의 사인을 받기 위해 책까지 미리 구매하기까지 했으니 해당 강의는 아내에게 당연히 만족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한참을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말미에 아내가 한 말 하나가 귀에 쏙 들어왔다. 내용인즉슨 6월 말까지 참석자 본인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글로 써서 출판사 여러 곳에 원고 투고를 해보고 실제로 여기까지 마친 사람은 강사인 본인에게 꼭 한번 연락을 해달라는 이야기였다. 결론은 '책을 써보라는 이야기'였다. 흥미로웠다. '일반인인 개인도 책을 출간할 수 있다고?'라는 반사적 울림과 함께 말이다.
출간. '서적이나 회화 따위를 인쇄하여 세상에 내놓음' 평소에도 책을 쓰는 것이 인생의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유의미한 도구라 생각하며 선망하는 일이긴 하지만 유명인도 아닌 일반인이 출간을 한다는 소리가 참 허황된 소리 같아 보였다. 아내는 연이어 말을 이어갔다. "일단 책 한 권 내면 본인 몸값도 올리고 좋을 거라는데." 아내가 들었던 강의에 따르면 책 출간이라는 1차적인 목표를 달성할 경우 추가적으로 2차, 3차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 새로운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은 방관하고 있지만 한 때 블로그를 운영한 경험이 있었다. 재테크 관련 기록을 남기며 성장하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은 마음과 돈을 함께 벌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블로그를 3년여간 꾸준히 기록을 남겼으나 그에 걸맞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포기한 전적말이다. 속칭 망한 블로그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글을 쓰고 기록하는데 흥미가 있었던 터에 아내의 말을 곱씹어보기 시작했다.
'책이라는 거.. 진짜 써볼까?' 그날 이후 나는 어떤 이야기를 책 안에 담아낼 수 있을지 몇 날 며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자신 만의 이야기가 있다. 색도 다르고 결도 다르다. 그 소재를 어떻게 도출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야 하지 방법을 모르기에 한참을 고민했다. 결론은 아래와 같았다. 일단 어떤 글이든 책 비슷한 걸 완성까지 해보고 주변에 선보인 후에 책 출간은 시도해 보는 것으로 말이다.
책에 담을 인생의 첫 번째 이야기는 박봉인 공무원 부부가 재산을 모아간 일련의 과정이었다. 엄청난 부를 이룬 것은 아니나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며 자산을 불려 나간 공무원의 부부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책 한번 써보겠다고 3주 간 한글 프로그램을 켜놓고 목차도 구성하고 프롤로그, 에필로그까지 써 내려가며 부단히 애썼다. 그렇게 작성한 한글 파일을 몇몇 지인들에게 전달했다. '공무원도 책을 쓸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공무원의 아빠의 책 쓰기는 그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