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책이라고 보기에도 민망한 나만의 첫 번째 책을 3주 만에 완성했다. 직접 자비로 출간을 한 건 아니고 인터넷을 검색해 그럴싸하게 전자책 만드는 기본적인 툴을 이용해 전자책을 만들어낸 것이다. 인생을 기록하기 위해 또는 주변의 지인 몇몇에게 돌릴 심산으로 만든 책이었으나 글쓰기가 아닌 '책 출간'이라는 것을 목표로 시작하다 보니 단어 선택이나 문장이 매끄럽게 나가 거나한 법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책 제목도 그렇고 목차의 구성도 그렇고 모든 것이 어려웠다. 실제로 책을 출간하게 된다면 이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도 강하게 들었고.
개인용 블로그에 단순하게 내 삶을 기록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글쓰기였다. 고민의 고민을 끝에 만들어낸 책의 제목은 '공무원도 부자 되는 게 꿈이다.'로 정했다. 그렇게 완성된 책을 주변 몇몇 지인에게 전달했다. 일단 어느 강사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결과물을 만들어낸 나 스스로 만족감이 있었고 실제로 책을 배포했을 때 주변의 반응도 궁금했다.
우리 부부의 자산이 얼마고 부채가 얼마인지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말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 궁금해하지도 않고 설사 내가 그 과정을 진솔하게 말한다고 해서 상대 또한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은 세상에 어디에도 없다. 우리 부부의 치부가 담겨있는 부분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들의 반응이 더 궁금했다. 나는 총 3명에게 내가 만든 첫 번째 전자책을 전달하게 됐는데 첫 번째는 영원한 내 편인 우리 아내였고 두 번째는 당시 강연에 참석했던 아내 친구의 부부 마지막으로 내 고등학교 동창에게 전자책을 전달하게 됐다.
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차례로 살펴보자. 먼저 첫 번째, 우리 아내는 역시나 내 편이었다. 강사가 전달한 미션을 수행해 낸 점에 대해 꽤나 놀라워하는 눈치였고 우리 부부가 자산을 일구어낸 과정을 돌이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추억을 더듬는 듯했다. 아내 친구 부부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아내 친구 부부의 남편과 나는 재테크적 관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마침 이런 류의 주제를 가지고 전자책을 썼고 이를 전달하니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마지막 내 고등학교 동창은 나에게 어떤 말을 전해줬을까? 책을 다 읽었는지 정확하게 알 길은 없으나 그 친구는 나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자신감 있어 보이는 모습이 멋지다.'라고 말이다.
언제부턴가 인생의 소중함을 진심으로 느끼고 있다. 내게 주어진 건 단 한 번뿐인 인생. 게임처럼 죽다가 다시 살아날 수도 없고 리셋이 될 수도 없는 한 번의 인생. 무의미하게 시키는 대로의 삶을 살았다면 이제부터라도 멋지게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삶을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책 출간에 대한 욕심도 갖게 된 것이니 긍정적인 영향임에는 분명하다.
여하튼 주변의 이런 반응을 보고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단 자신감이 생겼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글쓰기와 관련된 책 하나를 읽고 실행까지 옮겨 100페이지 남짓의 원고를 써낸 나 자신이 가장 먼저 자랑스러웠고, 신기해하는 주변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 내용을 가지고 책을 출간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사실 의심스러웠다. 박봉의 공무원 부부가 엄청난 부를 이룬 내용을 담은 것도 아니고 특출 난 재테크 방법에 대해 논한 것도 아니었다. 단순한 게 아끼고 절약해서 이렇게 되었다. 정도의 내용으로 원고 투고를 하기에는 나 스스로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강사가 말한 대로 책 출간을 위한 원고까지는 작성했으나 투고까지는 이어낼 용기가 없었다. 내가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 가장 큰 사유일 것이리라.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내 인생 첫 번째 책이 단 3명에게만 보이는 게 아쉬웠다. 다른 사람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능성도 확인하고 싶었고.) 다른 방법이 없을지 여러 방법을 궁리하던 끝에 내 글을 '카카오 브런치'에 실어보기로 했다. 브런치 내에는 '브런치북'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어 누구나 손쉽게 책의 초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글쓰기를 하면서 나만의 책을 완성시킬 수 있고 출간에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원고가 생기며 심지어 독자들의 반응도 함께 체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카카오브런치에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글 몇 개를 작성해 내부 심사를 통과해야만 '작가'라는 타이틀로 글쓰기를 실천할 수 있다. 내 경우 일 년 여전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브런치 글쓰기 심사를 통과한 이력이 있기에 기다림 없이 바로 글을 옮길 수 있었다. 당시가 5월의 말이었고 복직을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시기도 좋고 기회도 좋게 느껴졌다. 내가 정성 들여 쓴 글이 브런치 세상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는 기대감을 갖고 그렇게 브런치북의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