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 부부 공무원이 10억의 자산을 일구어간 이야기. 혹하지 않은가? 온라인상에 글이 게재된다면 어느 정도의 괜찮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공무원 관련 이슈가 한창 뉴스 등에 오르내릴 무렵이어서 시기 또한 적절하다고 판단했고 말이다. 내 인생 첫 번째 전자책은 '공무원도 부자 되는 게 꿈이다.'라는 제목으로 총 21회 차로 구성된 전자책이었다. 구성도 없고 두서도 없는 생초보 작가의 첫 도서는 약 51분간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도 있었다.
글을 하나둘 연재하기 시작하며 작년 초 서너 개의 글을 쓰고 방치해 두었던 내 브런치 플랫폼이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원고는 사전에 미리 작성을 해놓았던 터라 매일 동시간대에 발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고, 오전 이른 시간에 맞춰 글을 하나씩 올릴 때마다 별거 아닌 일상을 통해 인생이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도 들었다. 어디서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분명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어보는 주변 지인들에게 "취미 그런 거 없어요." 말하고 다녔던 내게 이제는 취미라고 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생겼다.
그렇게 한 달을 꼬박 '책 출판'을 목표로 꾸준히 글을 올렸다. 나와의 약속이기도 했고, 꾸준한 글쓰기가 훗날 출판을 하는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내가 느낀 브런치 플랫폼의 힘은 이러했다. 일단 조회 수가 타 채널에서 운영 중인 블로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대해졌다. 3년 내내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얻어낸 방문자 수와 단 한 달간 브런치에 글을 기록하며 얻어낸 조회 수가 대동소이했기 때문이리라.
조금 많이 신기했다. 꾸준하게 일정 기간을 글을 기록한 점은 별반 다를 게 없었는데 결과는 엄청난 차이였다. 기록할 때 다른 점이 있었다면 블로그에는 숫자들을 언급하면서 최대한 사실 중심의 이성적인 글을 기록하려고 했다는 점이고 브런치에는 조금 감성적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는 점에 차이가 있었다. 노출되지 않으면 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는 경쟁이 치열한 타 블로그와는 다르게 더욱더 힘을 빼고 글을 썼다는 점도 한몫했으리라.
더불어 인위적으로 구독자 수를 늘리려고 하는 행위도 브런치에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의미 없는 이웃 추가와 성의 없는 댓글 대신 내 글을 진정으로 읽어주는 이가 단 한 명이라고 있길 바라면서 위와 같은 행위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이 공간에서만큼은 더욱더 진정성 있는 글로 소통하기를 바랐던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하나씩 생기면서 조금씩 구독자 수도 쌓여갔다.
21회 차의 글을 연재하면서 이따금씩 다음 '직장 IN' 카테고리에 내 글이 게재되기도 하는 날에는 폭발적인 조회 수가 이어졌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이런 재미를 느껴보지 못했던 탓인지는 몰라도 글을 게재하는 재미도 따라왔다. 브런치 내 '요즘 뜨는 브런치북' 섹션에서도 6번째로 랭크되기도 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쌓였다.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이가 분명히 있다. 꾸준히만 하면 책 출판해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분수에 넘치는 생각도 함께 굳어졌다.
여기까지의 글을 읽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별 것 아니네'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기의 두 가지 사건을 통해 나는 한번 더 자신감을 얻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아래와 같다. 나는 이성적인 글을 작성하는 것보다 감성적인 글을 쓸 때 더욱 강점이 드러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내 글을 읽으며 이따금 댓글을 달아주는 이들을 통해 용기를 얻고 때로는 위로도 받았다. 그렇게 한 달여 간의 첫 번째 브런치북(전자책) 연재를 마친 후 여운이 짙게 남았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자면 첫 번째 연재가 끝날 때쯤 어느 출판사의 기획자가 내 글을 보고 집필에 대한 제안을 해줄 것이라 착각했다. 그러한 상상을 한 번쯤 해본 적 있지 않은가? 백마 탄 왕자님이 짠 하고 나타나는 상상, 로또에 당첨되는 허황된 상상 같은 것들 말이다. 박봉 월급쟁이 공무원이 매체에서 이슈화되는 시기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게 출판사에게 매력적일 것이라는 굉장한 착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나의 브런치북 집필을 마치게 되면 브런치에서는 글이 독자에게 어땠는지 간략히 분석을 해준다. 내 글을 끝까지 읽어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내 글을 읽어주는 이들이 주로 여성이었고 30,40대였다는 정곡을 찌르는 통계 수치에 할 말을 잃었다. 시작은 언제나 사람에게 기대감을 심어준다. 그 뒤에 다가올 현실은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한번 넘어진 순간에 좌절할 순 없었다. 그렇게 나는 복직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연달아 새로운 브런치북 연재를 기획하게 됐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이 말은 정말 사실일까?를 반신반의하면서 말이다. 공무원 나부랭이 아빠는 과연 책을 출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