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를 돌아봤을 때 내게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한 가지 습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중도에 포기하는 습관'이었다. 시작에는 늘 순조로웠다가 막상 기초 단계를 익히고 조금 더 어려운 심화 단계로 들어갈 때쯤이면 어김없이 '포기'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렸다. 실제로 대부분 포기했었고 말이다.
지레 겁먹고 도망쳐버린 탓에 놓친 것들도 꽤나 많았다. 우스운 예로 볼 좀 열심히 찬다고 군 시절 부대 별 대항전 축구 대회 선수로 뽑혔던 사례가 있었는데 다가올 강도 높은 훈련에서 도망치고 싶어 지레 포기했던 사례도 있다. 결론적으로 내가 속했던 부대는 축구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4박 5일의 특별휴가 포상도 받게 되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의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게 옳던 그르던지 간에 말이다. 옳은 선택을 했다면 우리는 감정과 결과 두 가지 모두의 긍정적인 결론에 도달하여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터이고, 반대로 그른 선택을 했다면 괴로움과 고배라는 선물 아닌 선물을 전달받게 되겠지만 이 부분에서 또한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음에는 안 그러면 되니 말이다.
그렇게 내게 '출판'이라는 목표를 두고 두 번째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한번 더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한 수 접고 내공을 더 키울 것인가'에 대한 선택 말이다. 사실 이번에는 그리 큰 고민을 하진 않았다. 먼저 '출간'에 대한 목표가 정말 강렬했기 때문일 것이고, 이 만큼 내 인생을 가슴 뛰게 할 무언가가 당장에는 보이지 않았다. 한수 접고 글쓰기에 대한 공부를 한다고 해도 보다 정교한 글쓰기를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도 없었다. 글쓰기라는 걸 배우기 위해 따로 여윳돈을 투입할 자금도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이런저런 자기 합리화를 통해서 나는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인간은 능동적으로 살아갈 때 본인이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 말이다. 회사에서 주어진 책무에 따라 일을 해나가게 된다. 설사 본인이 나는 능동적으로 일을 해내고 있어라고 할지라도 이는 회사가 부여한 수동적인 역할에 불구하다. 여기서 별거 아니지만 중요한 차이가 발생했다. 무조건 다시 도전한다는 생각을 지니게 된 건 바로 이 능동적인 자세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한 편의 브런치북을 완성하고 또다시 새로운 소재를 찾아 나섰다. 내가 독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는 어떤 게 있을까? 누구나 본인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창작의 소재를 지니고 있다. '이건 별 거 아닌데?'라는 혼자만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화의 시대 속에서 온전히 주도적으로 깊은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순간이 내게 매우 적었음을 느꼈다.
당시 나는 아내와 함께 공동 육아휴직을 하는 중이었는데, 인생의 안식년이라고 표현하는 해당 기간이 없었다면 나는 이런 고민을 하는 순간조차 없었으리라 되돌아본다. 그만큼 인생은 치열하고 선택의 순간이 너무나 자주 빈번히 찾아온다. 그런 순간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내 인생 두 번째 책은 '공동 육아휴직'을 소재로 한번 이야기를 풀어내보기로 결정한다.
이제껏 살아온 인생 중에 가장 보람이 있었던 순간을 몇 가지 꼽으라면 아내와 함께한 '육아휴직'기간일 것이리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물론이거니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자체 평가에서 내가 이만큼 성숙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담고 싶은 에피소드도 흘러넘쳤고, 독자들의 관심도도 어느 정도는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자. 생각해 보라. 박봉 공무원 부부의 육아휴직. 부모 둘 중 하나가 교대로 육아휴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동시에 하는 육아휴직말이다. 그것도 무려 1년 6개월 동안 공동 육아휴직을 해냈다. 이 기간 제대로 된 월급 따위는 받아볼 수 없기에 아이 키우기에 상당히 악조건인 상황. 그럼에도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한다고? 내 기준에는 신선한 소재라 생각했다.
집안이 금수저 아니었냐고? 물어보는 이들도 있겠지. 글쎄. 내 첫 번째 브런치북 '공무원도 부자 되는 게 꿈이다.'라는 책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런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부모가 금수저가 아님을 원망해 본 적도 없다. 성인인 부부인데 못 해낼 것이 어딨겠나 싶었다. 공동 육아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과정 그리고 소회 등을 진심 어리게 풀어낼 수 있다면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출간 도전을 위해 두 번째 브런치북 '부부 모두 육아휴직해도 괜찮아' 집필을 시작하게 된다. 일전에 사두었던 글쓰기 책 한 권에 더해 추가로 한 권의 글쓰기 관련 도서를 추가로 읽어 내려가면서 어설프기 그지없는 두 번째 브런치북 집필에 전념을 다하게 된다. 그 시점은 6월 초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공개는 복직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공동 육아휴직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멋진 기회이기에 머릿속에 이리저리 흩어낸 에피소드 들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보고 목차를 구성했다. 생각나는 대로 글쓰기를 이어가면서 그렇게 목차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채워졌다. '출간'에 대한 목표가 강했던 나였던 지라 전편보다 조금 더 단어 선택이나 문장의 구성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편은 무조건이다.'라는 일념 하나 가지고 기록한 에피소드들은 독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통계지표에서 전편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까? 아니면 반대일까? 그렇게 복직 1주를 앞두고 두 번째 책을 완성하게 됐다. 복직 이후에는 이렇게 무언가에 대해 깊게 고민할 시간과 여유가 당분간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러고 있고.) 그 끝이 어떻게 됐든 간에 일단 나 스스로에게 부여한 미션을 성공했으니 이것으로 됐다 싶었지만 그래도 출간까지 이어진다면 최상의 결과 아닐까? 하는 질문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