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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Jan 07. 2022

잊어버린 일상의 소중함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

결혼한 지 이제 고작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남편에게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있다. '절대 나보다 먼저 죽지 않기' 사실 고작 2년밖에 안된 신혼부부들이 할 소리도 아닐뿐더러 고작 서른을 넘긴 내가 벌써 죽음이라는 걸 입에 담기 이르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똑같다고 한들 먼저 떠나는 시간은 공평하지가 않다. 당장 내일, 아니 어쩌면 한 시간 뒤에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이래서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에게 있어 죽음이란, 내 존재가 사라진다는 슬픔보다 남겨진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슬픔의 깊이가 가늠되지 않아 그 두려움이 크게 다가오는 거 같다.



미국 유학 시절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걸 봤던 기억이 있다. 평소와 다를 거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친구는 갑작스럽게 아버지의 비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지병도 없으셨다는 거 보니 가족들에게는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큰 충격이지 않았을까 싶다. 급히 친구를 데리고 집으로 가 비행기표 예약에 짐 정리를 해주며 공항으로 떠나보냈는데 그 후 정신을 차려보니 나 역시도 홀로 타국에 있다는 사실이 가장 두려웠던 순간이기도 했다. 가뜩이나 부모님과 오래 떨어져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던 터라 친구의 아버지 비보 소식은 나한테도 큰 두려움을 주었던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예기치 못하게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과연 난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떠나는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이 더욱 크다는 걸 마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날이었다.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을 보내다 보니 옆에 있어주는 가족, 친구들이 당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언제나 그렇듯 내 옆에 항상 있어줄 거 같은 생각 말이다. 퇴근 후 엄마와 통화하는 짧은 순간들, 주말에 부모님을 보러 가는 나날들, 친구들과 시시콜콜 나누는 서로의 일상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이제는 항상 내 옆에 있는 남편까지, 영원한 순간을 함께 보낼 거라는 착각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변치 않는 것도 없다. 별 다를 거 없었던, 시시했던 하루를 보냈더라도 그대들의 일상을 지켜주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나에게 있어 일상을 특별하게 보낸다는 건 그저 내 일상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나의 사람들이 그대로 있어주는 걸로도 충분하다. 혹시라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대들의 일상에 조금이나마 파동이 생겼다면 잊고 있었던 소중함을 같이 찾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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