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4.
개인의 자유 의지에 의한 이동이 자유로웠던 평범했던 일상이 그리운 요즘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초유의 사태 속에서 우리의 삶도 시장의 분위기도 급진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데요. 기업도 개인도 유례없던 위기 속에서 저마다 나름의 극복 의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최근 부쩍 소비의 핵심 주체로 부각되던 2030, MZ세대 (Millennials/Generation Z)에게 건강에 대한 관심과 가치 있는 소비는 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였습니다. 최근 코로나 이슈를 맞아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고, 여기에 비용 효율화 및 개인화된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기 있던 비대면 서비스는 건강이라는 키워드와 맞물려 시장의 전면 트렌드로 등장했습니다. 오늘은 최근 가장 핫한 주제인 ‘건강’과 ‘비대면’을 내세워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든 브랜드의 공간과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제약회사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업계 중 하나입니다. 신약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제약회사들은 부가적 수익 창출과 시장 확대를 위해 몇 년 전부터 식품, 화장품 등 타 산업으로의 영역 확장을 시도하였습니다.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앞세워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자 한 것이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관심에 비례하여 이런 제약사의 행보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데요. 기존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타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비타민, 오메가, 루테인 등 다양한 기능의 영양제 복용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필수가 되었습니다. 커피 한 잔도 마찬가지죠.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곳이 주변에 있다면 어떨까요? 이러한 컨셉으로 18년 오픈과 동시에 좋은 반응을 이끈 곳이 유한양행에서 만든 브런치 카페 겸 건강식품 매장, 뉴오리진(New origin)입니다.
“앞쪽에 원하시는 약을 하나 골라주세요. 물과 드셔도 되고 주문하신 음료나 음식에 넣도록 갈아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 약재상 컨셉에 맞게 꾸며진 뉴오리진 광화문점, 한쪽에 마이스터가 운영하는 바에서 원하는 영양제를 고를 수 있습니다
뉴오리진에서는 음료나 식사를 구매하면 한쪽 코너에서 마이스터라고 불리는 전문 직원의 안내에 따라 원하는 건강보조제를 하나 복용할 수 있게 합니다. 때로는 친절한 상담을 통해 필요한 영양제를 추천받기도 하죠. 일명 ‘버들서비스’로 원하는 영양제를 골라 주문한 메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뉴오리진 매장의 시그니처 체험입니다. 메뉴의 운영도 프로바이오틱스나 녹용이 포함된 건강 음료, 원료로 사용되는 버섯이나 산림방목 태초란처럼 까다롭게 선별된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7일 에이징 바닐라빈 라테’, ‘캘리포니아 썬샤인 C’ 등 메뉴의 이름에서도 건강 성분에 대해 알 수 있게 구성하여 소비자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합니다. 공간의 인테리어 또한 벽면 가득 채운 각종 약재료와 메뉴의 원재료를 소개하는 디스플레이로 ‘모던 아포테카리(Modern Apothecary)’라는 브랜드의 컨셉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 뉴오리진의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 기획부터 서비스와 공간까지 ‘건강한 삶’을 키워드로 소비자의 호감과 인기를 얻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출처: 뉴오리진 공식 페이지)
뉴오리진은 ‘음식과 약을 같이 먹는 체험’을 기반으로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는 스토어로 카페라는 레드오션 시장에서 새로운 카테고리 창출에 성공했습니다.
화장품과 의약품을 합친 코스메슈티컬(Cosmetic+Phamaceutical)이라는 신조어까지 있을 정도로 화장품은 특히 제약회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진출하는 대표 분야입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을 활용한 제품은 성분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가 쉽기 때문일 텐데요. 까스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은 회사의 대표 제품인 ‘활명수’의 생약 성분 중 엄선된 5가지를 담은 제품을 주력으로 스킨 케어 브랜드 ‘활명’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먼저 런칭하여 국내로 들여온 케이스로 뉴욕 패션 위크 등 다양한 해외 프로모션 참가를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먼저 쌓았습니다.
작년 말에 삼청동에 플래그쉽스토어를 오픈하면서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있죠.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요즘 많은 브랜드가 오프라인 공간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가집니다. 하지만 브랜드 인상을 만드는 데 공간만큼 훌륭한 매개체는 없습니다. 활명도 국내 첫 플래그쉽스토어를 오픈하면서 입지 선정부터 브랜드 스토리를 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제약사로서의 브랜드 역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탄생한 정체성과 경험을 상징적인 공간을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 경복궁 건춘문 맞은편에 자리한 활명 플래그쉽 스토어. 왕이 먹던 생약성분으로 만든 화장품이라는 역사성과 스토리를 알리기 위해 입지부터 디자인까지 세심하게 기획했습니다
동화약품의 활명 외에도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은 박카스 성분을 활용한 ‘파티온’을, 광동제약은 ‘피부약방’을, 대웅제약은 ‘이지듀’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화 방지 및 피부 개선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 트렌드를 파악하여 치료 화장품의 이미지로 코슈메슈티컬이라는 새로운 시장 영역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코로나19로 달라진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소비 문화가 바로 비대면(언택트 Un+Contact)입니다. 사실 언택트는 꽤 오래전부터 이야기되던 트렌드입니다. 다만, 근래에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SNS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타인과의 연결이 쉽게 이루어지면서 오히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발적 고립의 언택트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죠. 여기에 로봇과 인공지능 등 4차산업의 발달에 맞춰 점진적으로 커가던 비대면 서비스가 코로나 19를 계기로 우리 일상에 더욱 파고들게 되었는데요. 생활 속으로 자리 잡은 비대면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비대면 서비스는 적극적이고 친절한 점원들의 서비스가 오히려 불편하다는 소비자들의 심리와 인건비로부터 발생한 경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고용주의 필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바일 앱 및 인공지능 등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이슈가 더해져 더 적극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죠. 흔히 비대면 서비스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대두되는 것이 키오스크(Kiosk, 무인판매대)와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 승차 구매)입니다.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의 검사를 드라이브스루 형태로 시행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하였죠. 소비자가 차량에 탑승하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를 일컫는 드라이브스루는 1930년대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그랜드 내셔널 은행’에서 입금 창구로 선보인 모델이 1940년대 미주리주 고속도로변의 ‘레드 자이언트 햄버거’ 가게에서 응용되어 처음 시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 선보인 후 오랜 시간 크게 주목되지 않던 서비스였지만, 코로나로 외출을 자제하고 매장 방문을 꺼리면서 비대면 서비스의 대표주자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죠.
과거에는 단순히 차량에서 주문하고 픽업하는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여기에 기술로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인 스타벅스의 드라이브스루 또한 서비스 시작 후 화상으로 주문이 가능한 스마트 패널을 도입하여 직접적인 접촉을 최소화하였는데요. 약 4~5년 전에 도입된 스마트패널과 스타벅스의 대표 온라인 서비스인 사이렌오더 등이 더해져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며 주문 건수가 오히려 전년 대비 약 30% 늘어나는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 온라인 앱, 스마트 화상 패널 등을 통해 직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
이외에도 우리은행은 신세계면세점과 합작해 ‘드라이브스루 환전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국내외 고급 호텔이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도 유명 쉐프의 음식을 간편하게 맛볼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난감 대여나 민원센터 등 공공서비스에서도 드라이브스루 형태가 도입되고 있는데요. 최근 드라이브스루의 인기를 보며, 사회적 환경과 기술에 변화된 소비자 트렌드가 만나 기존에 있던 비즈니스 모델이 단기간 다양한 영역에서 도입되고 발전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최근 미국 대형 유통 식료품점들이 자율주행 배달 로봇, 식품 정리 로봇, 매장 안내 로봇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코로나19로 달라진 환경에 대처하여 소비자들의 비대면 거래를 유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계기로 인공지능 로봇의 일상생활 도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요. 로봇을 이용한 카페 등 로봇 서비스를 이제 다양한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인공지능 로봇으로 화제가 된 국내 호텔이 있습니다. 재작년 오픈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에는 호텔의 명물이 된 로봇 ‘코봇’이 있는데요. 로비와 라운지 층에 한 대씩 일하는 코봇은 손님이 프론트에 어메니티나 타올 등 서비스를 요청하면 객실로 전달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합니다. 직원이 코봇 안에 요청 물건을 넣고 객실 번호를 입력하면 코봇은 해당 층으로 스스로 찾아가며 객실에 도착하면 방으로 전화를 걸어 도착을 알려 손님이 요청한 물건을 픽업할 수 있게 하죠.
▲ 국내 호텔업계 최초 AI서비스 운반 로봇 코봇 (출처: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공식 페이지)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는 코봇 외에도 모바일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기존 미니바 등 객실 서비스를 확장해 손님이 핸드폰으로 객실 내에서 주문할 수 있도록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투숙객은 QR코드 등으로 손쉽게 접속이 가능하며 자유롭게 주문을 할 수 있고 이렇게 주문된 상품은 코봇을 통해 객실로 배달됩니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을 꺼리게 되는 불안한 심리의 소비자에게 로봇 및 온-오프 연계 서비스의 제공은 최적화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뉴노멀’이라 불리던 재택근무, 온라인 쇼핑이 이제 ‘노멀’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아래 현재 글로벌 시장 상황을 ‘기업과 소비자가 반강제적으로 맞은 새로운 변화의 시기’라고 하죠. 온라인 소통과 디지털 기술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오프라인 시장은 매 순간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었는데요. 직접적이면서도 실제적인 체험이 강점인 오프라인 공간이 현 상황 속에서 또 한 번 ‘어떤 체질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가’라는 과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환경과 문화가 바뀌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어떤 차별적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일 것입니다. 오프라인 시장이 주 무대였던 산업은 소비자의 변화된 생각과 환경을 고려하여 어떻게 차별적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발전해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어려움에 처한 우리 모두 새로운 관점으로 위기를 기회로 이겨 내실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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