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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in Apr 05. 2024

특별한 디자인 경험, 한옥을 모티브로 한 공간 기획

2024. 3. 14.

몇몇 이벤트의 성공과 이슈화에 힘입어 최근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들이 국내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들을 한옥을 활용해서 열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작년 5월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구찌 패션쇼는 관련 업계 및 브랜드 팬뿐만 아니라 사회 여러 면에서도 이슈가 되었죠. K컬처가 전 세계 문화 코드로 공고히 됨과 동시에 가장 한국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은 덩달아 높아지고 있고, 그중 한옥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전통 공간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색다른 공간 아이덴티티를 형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가 되고 있는데요.


사실 한옥은 쉽게 차용할 수 있는 콘셉트이지만 성공적인 기획을 위해서는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한 소재입니다. 그렇기에 한옥을 모티브로 성공적으로 재해석한 공간 운영은 주목받는 사례로 언급되곤 하는데요. 이렇게 ‘한옥’을 다양한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해 성공적인 운영을 보여주고 있는 최근 공간 사례에 대해 소개합니다.


● 동서양의 경계에서 해석한 한옥, “스위스 한옥”


재건축이 끝나 들어선 신축 아파트들 사이에서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눈에 띄는 건축물이 있습니다. 1974년부터 자리해 지역의 변화를 지켜봤던 주한 스위스대사관인데요. 대사관은 부족한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국제공모를 통해 선정한 스위스 건축사 버크하르트+파트너(Burckhardt+Partner)와 6년간의 시간을 거쳐 지난 19년 ‘스위스 한옥’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한국의 전통 가옥 한옥과 스위스 전통 가옥 샬레를 동시에 연구하고 장점과 접점을 찾아 만들었다는 설명처럼 익숙한 듯 새로운 느낌을 주는 공간을 구현하였는데요. 19년 새롭게 오픈 이후 22년 사진전을 통해 첫 대중에게 개방하였고, 주기적으로 주최하는 문화 전시와 이벤트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높게 경계를 치고 있는 콘크리트 담장 안으로 중정을 품은 ㄷ자 모양의 목구조 건물이 위치하고 있는데요. ‘스위스 한옥’은 건물 자체로의 개성과 양국의 조화를 반영한 스토리텔링으로 한국에 위치한 스위스 대사관이라는 정체성을 잘 표현한 건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목구조와 콘크리트 물성의 대비와 한옥의 중첩과 비율을 반영한 스위스 한옥의 외부 전경       

▲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이뤄진 건물에는 대사관저와 응접실을 비롯하여 사무 공간, 회의실, 카페테리아, 다목적실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중정에 설치된 스위스 출신 예술가 레나 마리아 튀링(Lena Maria Thring)의 워터 커넥션 작품. 돌은 스위스에서 가져온 것으로 마당에 난 물길은 한강의 흐름을 형상화했다고 합니다.      


● 현대적인 감각으로 창의적 공간으로 새롭게 기획, “북촌 설화수의 집”


브랜드 설화수의 플래그쉽스토어인 북촌 설화수의 집은 작년 서울시가 한옥의 멋과 가치를 알리고 한옥 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관하는 ‘서울 우수 한옥 디자인으로 선정된 공간입니다.


공간은 30년대에 지어진 한옥과 60년대에 지어진 양옥을 연결해 하나의 브랜드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기존의 구조와 자재를 최대한 살리면서 브랜드의 정신을 담는 방향으로 기획하여 독특한 공간으로 완성도를 높였는데요. 한옥과 양옥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의 연결과 브랜드가 추구하는 전통에 기반한 스토리를 세련된 감각으로 풀어내, 북촌을 방문한다면 꼭 가봐야 장소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설화수라는 사람의 집에 초대받은 콘셉트로 진행되는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에서 느껴지듯, ‘집’이라는 설정을 살려 각 각의 방마다 브랜드 콘셉트와 역사를 담았는데요. 방문객을 환대하는 ‘응접실', 도예가의 작업실을 구현한 ‘공작실’과 전통 가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미전실’ 등 공간의 연결들이 경험의 스토리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 한옥과 양옥 사이에 위치한 중정에서 바라보면 2가지 건축이 대비돼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 보통 여러 개의 독립된 채로 구성된 특징을 가지고 있는 한옥처럼 각각의 공간들과 내외부를 반복해서 넘나드는 동선으로 재미를 준 설화수의 집   

▲ 곳곳에 반영된 한옥의 디테일 요소와 오브제들의 조화가 공간에 따뜻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 다양한 콘텐츠를 바꿔가며 담는 배경이 되는 공간, “휘겸재”


북촌 한옥마을 가운데 위치한 휘겸재는 12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개화기 이후 개량 한옥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민속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이 곳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최근 각종 대관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면서부터인데요. 사실 친일파의 집으로 출발한 역사적 사실로 인해, 누군가의 고택이라기보다는 휘겸재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진 이곳은 서양과 일본풍의 현대식 생활기능을 도입하여 지은 평면식 한옥으로 개량 주택의 과도기적인 집이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실제 역사가 있는 개화기 한옥이라는 장소적 특징으로 인해, 특히 국내 고객을 타깃으로 한 글로벌 브랜드의 다양한 이벤트 공간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공간은 본채와 행랑대문채로 구성되어 있고 본채는 사랑채 부분과 건넌방 부분이 복도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넓은 마당이 위치해 특별한 이벤트를 열기에 좋은 장소인데요. 브랜드 행사 외에도 특별한 이벤트 촬영을 위한 개인적인 대관도 가능하여 한옥에서 특별한 기억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의 장소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 최근 브랜드들의 팝업 행사 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는 북촌 휘겸재 내외부 전경

▲ 12명의 공예 장인과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130여년의 브랜드 역사를 보여주고 자 한 주류 브랜드 발베니의 팝업 전시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과 공간 기획"


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온오프 경계가 없는 시대이지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공간 속에서 개개인이 느끼는 분위기와 서비스 그리고 실물 제품을 경험하는 것은 생각과 사고는 상상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영역인데요. 그렇기에 우리가 현지화, 로컬을 이야기할 때 그 지역의 공간과 문화를 첫 번째로 이야기하고 접목시키려고 하는 이유가 되곤 합니다. 이런 이유로 고유의 브랜드 색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로컬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한옥을 찾는 것은 가장 기본에 충실한 공간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나만의 시각을 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뿌리가 되는 전통 디자인에 대해 연구해 보고 응용해 보는 것도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기에, 여러분도 단순히 유산으로 바라보기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주변의 전통 디자인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출처: https://blog.hsad.co.kr/3492 [HSAD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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