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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ssion Azumma Mar 26. 2024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싸는 소리 하고 있네

답답한 인간에게 나 혼자 내지르는 뒷담화

"아들 바지 어딨노?"

"따로 챙겨놨는데? 이따가 꼬멜라꼬"

"미루지 말고 빨리빨리 해라. 하기 싫어가 맨날 미루노"


이 양반이 며칠 아프다고 우쭈쭈 했더니 간이 배 밖에 나왔나. 어이가 없어서.

며칠 전에 아이가 체육 시간에 넘어져서 바지에 아주 조그마한 구멍이 났다. 버리기는 너무 아깝고 내가 조금 꿰매면 입는 데 지장은 없을 거 같다. 내친김에 구멍 난 내 양말도 생각나서 같이 한쪽에 모셔놨다. 좋은 양말인데 꼭 한쪽 발가락만 구멍이 난다. 손댄 김에 한꺼번에 할 요량으로 말이다. 주말에 큰 애 오고 정신없이 지나가고 어젠 지가 아파서 아침부터 병원 가고 심지어 나도 마법데이라 어제오늘 컨디션이 영 꽝이다.


마음이 확 상해서 설거지를 하다 말고 들어가서 바지를 꿰맸다. 더불어 할 심산이었던 내 구멍 난 양말도 같이.  조용히 티브이 보면서 꿰매든가 해야겠다 오늘 저녁에 할까? 배도 덜 아프고 하니 마침 그런던 차였다. 바지가 없어서 발가벗고 간 것도 아니고 지 컨디션 안 좋은데 어따 짜증을 못 내니 만만하게 또 나구나. 여기서 더 덧붙이면 그 현란한 주둥아리로 또 날 몰아가겠지. 앞에서 네네 기어야 맘이 풀리는 사람이니 일단 입 닥치고 있는데 보골이 난다. 일이 잘 안 풀리는데 몸까지 아프니 짜증이 날 만도 하다. 그래서 지금 얼마나 살얼음처럼 비위를 맞춰주고 있는데 굳이 아이 바지로 걸고넘어지다니 굳이 말이다. 상대방의 진심을 들여다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일까? 나도 그런데 너도 그렇겠구나.. 역지사지..니가 신경써주는구나 고맙구나. 그것도 안되려나? 나 장염 걸려 아플 땐 죽 한 그릇 한 사주더니 야채죽이 좋겠다는 둥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싼다고 잘해주니 선을 넘네 이걸 그냥 밥 안 주고 나가버려? 양말 꿰매다 서럽기는 참 또 오랜만이다.


'진짜 미루는 게 어떤 건지 함 보여줘?'

본격적으로 화가 날 거 같아서 노트북을 열었다. 글 쓰면서 감정이 또 요동을 친다. 안쓰러워 잘해 주고 싶다가 저 주둥이를 한 대 확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정말 안 바뀌는 걸까? 나이를 먹음 주변도 좀 돌아보고 마누라 안색도 좀 들여다봐주면 안 되냔 말이다. 나도 분명 아프다고 말했는데 내 아프다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나 보다. 하루에도 산더미처럼 나오는 쓰레기 한 번 버려 본 적 없으면서 요새 청소기 좀 돌린다고 살림에 간섭이 정도를 넘는다.


"된장이 너무 끓는 거 아냐?"

"저거 저렇게 놔둬도 돼?"


그럼 직접 하시든지? 뭘 안다고 살림에 입을 대는지 정작 할 수 있는 음식은 라면밖에 없으면서


"오늘은 감자탕이나 먹을까? 아니면 돼지갈비 사다가 김치찜 어때?"


내 오죽하면 집에서 치킨까지 튀길까? 게으르고 미루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지? 매일 들어가 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침밥도 못 먹고 다니고 심지어 육아까지 해야 하는 남편들이 얼마나 많은데 지금 나한테 그 딴 말을 용감하게 하는 거냐고.


'"간이 크면 거북이나 잡으라고요. 이 양반아!! 멍청하게 니랑 애새끼들 밖에 모르는 내를 잡을 게 아니고!'"

 

내 대나무숲..브런치 니 덕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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