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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ssion Azumma Apr 08. 2024

금주 8일 차 일기

금단현상을 이겨내자!

음주 27년 만에 금주를 선언하고 8일이 지났다. 다행인 건 술 생각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는 것이고 불행인 건 두통이라는 금단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만 그런가 싶어 찾아보니 손떨림에 무기력.. 뭐 금주 후에 나타나는 금단현상도 각양각색이다. 다행히 두통 외엔 다른 건 없어 다행이구나 싶다. 


주말에 모처럼 느긋하게 티브이를 봤다. 이혼을 고려 중인 부부들이 나와서 각자의 고충을 터놓고 이혼을 할지 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갈지 캠프입소를 통해 관계 개선 및 결정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부부들 중 심각한 알코올 중독을 겪고 있는 남편을 보니 몇 년 뒤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도 처음 술을 입에 대면서 중독자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지 힘들어서, 지금을 잊고 싶어서, 회피하고 싶어서 술이라는 망각의 조력자를 택했을 것이고 그렇게 조금씩 기억들을 지워갔을 것이다. 


술 마시는 시간 대신에 삼국지를 완독을 했으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몇 번을 읽어도 맥락조차 잡지 못했던 내용들이 하나 둘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기분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늘 비몽사몽간에 읽었던 책들이라 읽고 나면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 어이없는 독서였다. 책 속에서 작가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지도 못한 채 읽었다는 결괏값만 저장해 오고 있었다. 서랍에 담기만 한 건가 싶어 전자책을 열었더니 이전 읽던 마지막 페이지가 나온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읽은 책이 되어버린 수많은 책들. 술에 기대 글자만 눈에 담았던 과거가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으니 아직도 내 머리는 텅텅이라는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다. 


지난주 금주를 선언하고 몇몇 작가님들이 응원을 해주셨다. 그중 한 작가님이 널리 널리 알리라고 하셨는데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선생님께 금주를 시작했노라 당당하게 말했다.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도 칭찬은 듣기 좋은가보다. 앞으로 수많은 유혹의 날들이 있을 것이다. 어제도 이기적인 김 씨 때문에 화가 났지만 이전처럼 술로 억울한 마음을 달래지 않고 잠시 나가서 바깥바람을 쐬고 왔더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더 이상 술 뒤에 숨어서 내 감정을 삭이는 바보는 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참기 힘들 때는 브런치 대나무숲에서 또 소리쳐야지. 그리고 이제 글다운 글을 쓰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찬란한 앞으로의 30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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