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즐기는 당 3 대장이 있다.
믹스커피, 아이스크림, 초콜릿.
일절 입 대지 않던 세 식품은 요즘 하루를 버티게 하는 소중한 연료로 나름 그 기능도 제각각이다. 긴장도가 오르면 초콜릿을 약처럼 먹는데 가장 즐기는 키세스는 금박지를 둘러싼 모양새가 청심환과 똑 닮았다. 믹스커피는 대게 한 박자 쉬어가고 싶을 때 몸을 움직일 겸 찾는다. 쌀쌀한 날씨에 바깥 휴게실에 나가 오들오들 떨다 오는 대신 앉은자리에서 한 모금, 두 모금 휴식을 마신다. 아이스크림은 퇴근 후, 온종일 바삐 움직이느라 과열된 몸과 머리를 식히는 데에 쓴다. 집에 들어왔다 다시 사러 나갈 힘은 없으므로 평소 배스킨라빈스에서 미리 사 쟁여두는데 맛은 늘 정해져 있다. ‘민트초코, 요거트, 뉴욕치즈’ 이 와중에 살찔 걸 걱정한다고 매번 제일 작은 사이즈로 주문한다. 어차피 떨어지면 계속 사둘 걸 알면서도 내 나름 마지막 저지선으로 그리하고 있다.
사실 좋아하는 음식은 날것 그대로의 재료를 조미나 양념 없이 굽거나 찌거나 익힌 것이다. 삶은 고구마와 감자, 구운 버섯과 애호박, 찐 옥수수와 계란 그리고 날 것대로의 회와 과일. 어떤 가공 과정도 들어가지 않아 건강에 좋고 맛있게 먹는 것들이다.
적당히 일하고 휴식을 충분히 취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면 지금이라도 3 대장을 끊고 좋아하는 건강식을 찾아 먹을 수 있지만, 2년만 일찍 일어나 쓰고 퇴근 후 치열하게 읽기로 했다.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부족한 지금 따뜻한 당, 차가운 당, 꾸덕한 당은 하루를 버티게 하는 러닝메이트가 되어있다. 2년 후 나는 눈 퀭한 뚱땡이가 되어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다. 지금은 건강하고 몸 튼실한 직장인으로 살기보다 조금은 망가진 몸과 밸런스를 가지더라도 목표하는 바를 추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