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서C Apr 11. 2023

몰아 일하기와 몰아 쉬기

하루 8시간 일하고 연간 91일 쉬기 vs.

하루 12시간 일하고 연간 182일 쉬기

근무시간은 연간 2,190시간으로 동일하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최근 야근을 섞어 11일 연속근무 하는 와중, 일상 패턴(새벽 기상 및 신문과 책 읽기)을 그대로 고집하면 내 몸에 피가 고인다는 것을 알았다. 왼쪽 눈 터진 실핏줄은 눈동자 주변을 점점 붉게 에워쌌다. 몰아 일한 대가로 몰아 쉬어보니 기진맥진한 몸과 보상심리 때문에, 무언가 하기 귀찮아지고 더욱 격하게 쉬고 싶어 진다는 것도 깨닫는다.


요즘 교대근무 업종의 MZ 노동자들은 몰아 일하고(하루 12시간) 더 많은 날 쉬는 것(연 180일)을 선호하고 기업에서도 이를 반겨 몰아 일하기가 추세로 간다기에 상당히 부러웠다. 같진 않지만 비슷한 경험이나마 해보니 하루 일이 고되면 휴식과 여행에 대한 갈망, 보상심리가 늘어 휴일은 소비와 낭비의 주 무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부러움이 반감된다. 노동자가 열심히 일한 끝에 열심히 소비해 준다면, 기업과 경영자 측에선 상당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반복되는 좋은 루틴과 계획은 핵심 요소인데, 몰아 일하고 몰아 쉬기를 하면 좋은 루틴을 유지하기도, 어떤 계획을 세우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1년의 절반에 해당하는 180일의 휴일이라는 달콤하고 보기 좋은 열매를 내려놓기 역시 쉽지 않을 것 같다. 최선은 두 가지 중 무얼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단, 두 가지 시나리오 밖에 주어지지 않는 삶에서 단기간 탈출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따뜻한 당 차가운 당 꾸덕한 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