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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울라 최 Feb 01. 2023

베를린 에세이

2014 떠오르지 않는 작가의 에세이

이 도시 위에는 하늘이 없다. 도대체 태양이 빛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쨌든 간혹 태양이 빛나면 사람들은 거리로 몰려든다. 사람들은 날씨를 욕하지만, 사실 베를린에 날씨랄 것은 없다.

베를린 사람에겐 시간이 없다. 그들은 늘 무언가를 계획하여, 전화하고, 약속하고, 지친 채로 약속장소에 약간 늦게 나오고, 굉장히 많은 걸 한다. 이 도시에서는 그냥 일을 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중노동(Schuft)을 한다.(여기서는 노는 것도 일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일을 위해 손에 침을 뱉고, 일을 통해 뭔가를 가지려고 한다.)

간혹 베를린 여자들이 발토니에 앉아 있는 걸 볼 수 있다. 발코니는 돌로 된 상자에 달라붙어 있는데, 그 상자는 여기서 집이라 불리고, 거기에 베를린 여자들이 살면서 휴식을 취한다.

그들은 정확히 둘씩 전화로 수다를 떨거나, 약속을 기다리거나, (별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는 한데) 뭔지 몰라도 무언가를 가지고 일찍 나타나서 거기에 앉아서 기다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활시위를 당기는 것처럼 재빨리 전화로 움직이는데, 다음 약속을 위해서이다.

베를린 사람은 대화를 할 후가 없다. 가끔 두 명이 서로 얘기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그들은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향해 서로 독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 사람들은 귀를 기울일 줄 모른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말이 끝나기를 완전히 긴장하며 기다릴 뿐이고, 그런 다음 이야기에 끼어든다. 이런 식으로 많은 베를린 사람들이 담화를 진행한다.

베를린 사람들은 서로 원수이다. 어디에서든 소개받지 않은 사람들끼리는 거리에서나 역 안에서 서로 으르렁거리는데, 그들이 서로 공유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알려하지 않고 모두가 자신만을 위해 살아간다. 베를린은 미국 대도시의 단점과 독일시골 도시의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Kurt Tucholsky*, “Berlin! Berlin!", 1919

* Kurt Tucholsky(1890. 1. 9 ~1935. 12. 21) : 베를린 출신의 문필가. 유머러스한 글로 유명했지만, 국가사회주의자들과 적대했고 스웨덴으로 망명하여 살다가 예테보리 근처 힌다스에서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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