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두번 살지는 못해도 이틀이 하루같지는 않아야지
적어도 30대까지는 그랬다.
그 전날 술을 정말 개떡같이 먹고 술독에 6시간 숙성 장아찌처럼 들어갔다 나와도 다음 날 벌떡 일어나서 출근을 했다.
정말 전설같은 추억으로는 시험기간이던 스무살 어느 때, 내일 헌법시험 하나만 앞두고 전날 11시부터(밤 아니고 오전) 17시간 가까이 술을 마시고, 다음날 해뜨는거 보고 나와서 도서관에 가서 4시간의 뜨거운 공부 끝에 헌법시험을 치뤄내고 또 시험쫑파티에서 술을 들이켰다는.......
그래... 그 나이때는 나뿐이었겠나. 술쟁이라면 아니, 술을 마시지 못하더라도 맨정신으로 밤새워 놀았던 하루를 두번 사는 듯한 전설을 모두가 가지고 있을게다.
나이가 40이라는 숫자를 딱 꺾어지는 그 순간. 밤 12시를 넘어 술을 마시는 삶은 굉장히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아 물론 마실수는 있다. 내 주변에는 아직도 술집 사장님이 12시면 문을 걸어잠그고 이제부터 우리끼리 이 집에 있는 술 다 마시자 달리자 하는 훌륭한 분들이 여전히 계시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마신 다음날 어김없이 찾아오지 않던가.
평일날 달리고 나면 그 다음날 어김없이 오전 반차를 쓰는 경우가 잦아졌다. 목소리에서 술냄새가 나지만, 내가 어제 달리다가 회사를 못간다고 할 수는 아직 없지 않는가. 다행히 술에 쩔은 목소리가 흡사 감기몸살때와 유사하기에 망정이다.
'몸이... 몸이 안좋아서... 오전에 반차를 좀'
몸이 안좋은건 사실이니 거짓말은 아니다. 그 원인에 있어 밝히지 않았을 뿐이다.
주말이라고 다르지는 않다. 6시 기상에 최적화된 노동에 익은 몸뚱아리라 아무리 술을 퍼마셔도 6시에 눈은 떠진다만 정말 떠지는것 더 이상은 없다. 백번 양보해서 12시쯤 몸이 반직립을 하고,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배회하다를 반복하다보면 1~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고양이가 꾹꾹이를 배위에서 백번 쯤하고, 머리에 든 뇌와 뼈가 다른 방향으로 노닐고 화장실 변기를 잡지만, 별 소득없이 나오기를 서너번 하고 나면 겨우 정신을 차리고 샤워를 한다.
샤워할때 몸을 타고 흐르는 물에서 소주냄새가 난다.
사람같은 형상을 갖추고 밖을 내다보면 이제 해가 저물고 있다. 술이 다 깨고 저녁을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동태탕과 뼈해장국이 번갈아 오고가다보면 소주가 덩달아 등장하기도 한다.
분명히 나는 이틀을 살았건만 하루밖에 못산거 같은 기분이다.
온전히 하루하루를 따박따박 살아가도 살아갈날은 한정되어 있는데 24시간을 술과 함께 쓰레기통에 쳐박은 것이다.
금주를 하고 난 후 내 365일은 온전한 내 시간이 되었다. 허투루 보내는 하루가 거의 사라져버렸다. (거의라는건, 병고나 피곤으로 인하여 늦은 잠을 자는 경우이지만 보통 12시 전에 일어나기 마련)
어차피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사회(울리히백) 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인데 실상 이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영화보러 가자는 아들의 제안에, 널부러져서 '엄마는 오늘 죽을거 같아.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라며 하루를 내버렸던 지난날이 아쉽다.
오늘은 내 소중한 사람들과 온전히 하루를 살아갈 수 있으니 많은 이들에게 금주를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