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 비가 갠 후
잠자리들의 자유로운 하늘 비행
여름날, 비가 불규칙하게 하늘을 뚫을 듯 내렸다가 그치고 햇빛 살짝 내비치면 어느 사이엔가 푸른 하늘에 잠자리들의 군무가 시작된다. 비가 마구 쏟아질 때 저 아이들은 어디에 피신했을까? 오늘 처음해 본 생각이다.
늘 비가 오고 난 후 날이 개려면 그 징조가 잠자리의 비행이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오늘은 갑자기 비가 그치면 왜?라는 의문이 들었다. 여기저기서 매미의 청량한 소리가 들려오고, 떼 지어 잠자리들이 원을 그리며 자유를 만끽하며 하늘을 날고 있다. 비에 젖은 몸을 털면서 비에 젖은 날개를 말리고 있는 걸까? 무서운 천둥소리에 놀란 가슴 달래고 있을까?
매미 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잠자리들은 하늘을 유영하고 오랫동안 흐린 날 속에서 내 안으로 칩거하던 나도 오늘은 활갯짓하며 어딘가를 마구 거닐고 싶다.
누군가의 어떤 행동을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또는 많이 있다. 자기 나름대로의 잣대와 규정으로 판단하고 정의하곤 한다. 내 눈에 광기 어린 어떤 몸짓과 말도 너무나 간절한 절규일 수도 있을 텐데 내 상식 수준만으로 함부로 쉽게 판단하는 실수는 없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푸른 하늘의 잠자리들의 자유로움만 보았던 나는 아직도 어른이 안 된 미성숙한 인격체일 수도 있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나를 비 개인 날에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