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시고 싶으신 파리나 근교의 미술관, 박물관을 댓글로 추천해 주시면 대신 가드립니다.
프로젝트 선정 이유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이름을 안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로댕'하면 '생각하는 사람'(Le penseur)이 수식어처럼 붙어 다닌다. 미술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은 로댕하면 '생각하는 사람'을 넘어 '지옥문'(La porte de l'enfer)도 연상하며 예술가의 주변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그의 연인 카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외에 로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 로댕의 명성에 대비되는 빈약한 지식 때문에 파리에 '로댕 미술관'이 있다는 걸 들은 관광객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로댕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데 가야 하나?', '로댕 미술관, 오르세이 미술관 통합 티켓을 구입하는 게 나을까?', '앵발리드 건물 보러 간 김에 한 번 들러볼까?' 등등.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로댕 미술관으로 결정했다.
간단한 역사
지금의 로댕 미술관 건물은 원래는 거대한 재산을 가진 드 모라스(Abraham Peyrenc de Moras)라는 사람의 개인 별장으로 쓰려고 계획되었다. 드 모라스 사후, 건물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으며 그중 한 명이 '비롱'(Louis Antoine de Gontaut, maréchal duc de Biron)이라는 총사령관으로, 이때부터 건물 이름이 비롱 호텔이 되었다. 비롱 사후, 건물은 공관, 교육기관, 종교장소 등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오다가 마지막으로 건물을 소유했던 종교 기관이 해체되는 1904년부터 로댕을 비롯한 쟝 콕토(Jean Cocteau),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부인 클라라 베스토프(Clara Westoff) 등의 아티스트들이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게 된다. 1911년 프랑스 정부가 건물을 사 들이면서 로댕을 제외한 모든 예술가들이 건물을 떠나게 된다. 로댕은건물에 머무르기 위해 정부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자신의 전 작품과 컬렉션을 국가에 기증할 테니, 비롱 호텔을 나중에 로댕 미술관으로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로댕이 죽고 나서 2년 후인 1919년 로댕 박물관이 비롱 호텔에서 문을 열게 된다.
로댕은 누구인가?
로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형태의 운동을 표현하면서 형태에 자유를 부여한 위대한 조각가'가 가장 어울릴 것 같다. 로댕은 조각을 할 때 형태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형태가 빛에 의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고민한 조각가였다. 그래서 로댕은 낭만주의와 인상주의의 특징을 모두 갖춘 아티스트라고 불리며, 동시에 '근대 조각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위대한 발명가(로댕 자기 자신은 발명하지 않고 발견할 뿐이라고 했지만), 예술가들이 그렇듯 로댕의 작품과 사생활에는 항상 스캔들이 붙어 다녔다. 카미유 클로델과의 부정한 연애사가 그중 가장 유명하지만 이외에도 '칼레의 시민들(Les bourgeois de Calais)', '발자크상(Le monument à Balzac)'과 같은 작품들 뒤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따라다닌다. 로댕 미술관의 작품들을 관람하면서 알지 못했던 스캔들을 발견하는 것도 미술관 관람의 소소한 재미이다.
문화/예술 프로그램
입구에서 유료로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수 있지만 아쉽게도 한국어가 없다.
로댕 미술관은 국립이지만 자체적으로 재정을 조달하는 특이한 미술관이다. 대부분의 재정을 방문객이 지불하는 입장료로 충당하는 만큼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특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로댕 아틀리에 - 놀고, 창작하고, 움직이기' 프로그램을 있어 아이들과 부모들이 들어가서 자유롭게 만들고 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적지 않은 아이들이 있었지만 아이들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던 점 양해 바란다)
뿐만 아니라 첫째 주 일요일을 제외한 매주 일요일은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일종의 투어 방문 같은 것이지만 매번 방문 주제가 바뀌므로 주제확인 후, 예약하면 된다. 입장료 외 별도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일반 요금 - 입장료 포함 24유로, 할인 요금 (18세 미만, 장애인- 입장료 무료) - 9유로)
관람 내용 및 규모
로댕 미술관 건물(비롱 호텔)을 들어가기 전 정원을 산책하면서 로댕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생각하는 사람', '지옥문', '칼레의 시민들', '발자크상'을 비롯한 유명한 작품들이 프랑스식 정원과 어우러져 관객을 맞이한다.
미술관 건물 뒤편에는 로댕 아틀리에도 있으며 간단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예쁜 정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카페에 앉아있으면 숲에 앉아있는 느낌이 든다.
로댕 미술관 건물에는 총 18개의 전시관이 있으며 시기별, 주제별로 전시관을 나눠 놓았다. 작품 시기를 따라서 전시관을 구성해 놓았기에 로댕 초창기의 회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로댕의 작품뿐 아니라 로댕이 수집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그림, 조각 혹은 선사 시대 유물도 있어 로댕의 취향을 짐작할 수 있다. 16번 전시관은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을 전시해 놓아 클로델의 유명한 작품을 만날 수도 있다.
예상 관람 시간
정원을 천천히 산책하고 로댕의 작품을 자세하게 감상하고자 한다면 네 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정원에서 작품만 감상하고 로댕 미술관 건물의 작품도 대략적으로 본다면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로댕이나 미술사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다면 세 시간 정도는 할애하는 걸 추천한다.
전시 포인트
이번 프로젝트에서 전시 포인트를 로댕의 중요 작품 위주로 구성해 보았다. 몇 이야기를 알고 보면 작품이 달리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혹은 여차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는 관람에 활기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담아 몇 작품을 소개한다. (가장 유명한 작품인 '생각하는 사람'은 소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청동 시대'(L'âge d'airain)는 로댕을 단숨에 스타로 만든 작품이다. 1877년 살롱(Salon)에 '청동 시대'가 전시되었을 때 로댕은 살아있는 사람 혹은 시체를 본떠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동료 아티스트들이 변론해 준 덕에 작품의 가치가 인정받고 로댕은 스타가 되었으며, 덕분에 '지옥문' 작품을 의뢰받게 된다.
프랑스 정부가 장식 박물관(Musée des Arts décoratifs)에 설치하기 위해 주문한 작품으로, 단테의 '신곡'중 지옥편에서 영감 받아 제작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1880년부터 시작한 이 작업은 결국 미완으로 남았으며 로댕 사후에야 청동으로 제작했다. 로댕의 가장 유명한 작품 '생각하는 사람'도 '지옥문'을 구상하던 중 '심판하는 사람'에게서 영감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옥문' 윗부분 가운데에는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칼레의 시민들'은 프랑스 북쪽 도시 칼레(Calais) 시가 1884년 로댕에게 의뢰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칼레 시는 작품을 통해, 영국과의 100년 전쟁 당시 칼레 시민의 학살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건 시민 대표자 6인의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했다. 하지만 막상 로댕이 조각한 작품에 나타난 6인은 영웅의 모습보다는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이는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들이었다. 용감함, 의연함 보다는 체념, 절망이 표현된 조각에 칼레 시는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다. 게다가 로댕은 이 작품이 엄청나게 높은 받침대 위에 만들어지거나 아예 받침대가 없이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받침대를 높게 만들기는 재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받침대를 없애는 건 칼레 시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초라한 옷을 입고 맨발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가여운 영웅들을 일반 시민들과 똑같은 높이에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로댕 자신이 주장을 어느 정도 굽혀 적당한 높이의 받침대를 만들었고 1895년, 칼레 시청 광장에 작품을 설치한다. 로댕 미술관에서는 '칼레의 시민들'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정원에는 인상적이지만 못생긴 조각상 '발자크 상'이 있다. 문인협회(La société des gens de lettres)는 로댕에게 위대한 문학가인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 상을 주문했으며 그에 따라 1898년 공개된 작품이 '발자크 상'이다. 로댕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발자크의 위대함과 재능을 표현했지만 문인협회는 펭귄처럼 우스꽝스럽기만 하다며 이 조각을 거절했다. 하지만 로댕 주변의 예술가들은 '발자크 상'을 극찬했으며 특히 모네는 "절대적으로 아름답고 위대하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클로델에 대해 사람들이 아는 건 로댕의 제자이자 내연녀였다는 점, 로딩 때문에 인생을 망친 여자였다는 점 정도이다. 하지만 실제로 클로델의 작품을 보게 되면 클로델이 왜 그토록 열정적인, 바보스러울 정도로 사랑에 집착했던 '아티스트'였는지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건물 안에 있는 기념품 샵도 가 볼만하다. 당연히 로댕 관련 책자, 기념품이 많이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조각 복제본이다. 큰 제품 복제본은 주문하고 자택에서 수령하는 방식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가장 비싼 제품 모조품 가격은 몇 천만원을 호가한다. 작은 제품 복제본은 2-3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가능한 관광 동선
주변에 앵발리드 건물이 있다. 앵발리드 건물 안에는 전쟁 기념관, 나폴레옹 무덤이 있지만 실제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건물 주변이 아름다우니 잠깐 머물러 숨도 고르고 사진도 찍으면 좋다.
아니면 지하철로 20분 정도 가면 트로카데로 광장(Trocadéro)이 나오니 로뎅 미술관을 본 후 에펠탑을 보러 이동하는 것도 좋다. 도보 22분 거리에 그랑 팔레(Grand Palais)가 있고, 로뎅 미술관 주변의 Varenne 역에서 지하철 13호선을 타고 샹젤리제로 갈 수도 있다.(두 정거장 후 Champs-Elysées Clémenceau 역 하차)
걸어서 15분 거리에 오르세이 미술관도 있다. 체력이 좋다면 하루에 오르세이 미술관과 로댕 미술관을 동시에 관람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통합권 구매 추천)
누가 가면 좋을까?
조각에 관심이 많은 분, 혹은 로댕에 대해 알고 싶은 분. 오르세이 미술관을 방문한 후 아주 만족하신 분.
기타
보통 대기줄이 그렇게 길지 않으며 성수기에 와도 줄이 못 기다릴 만큼 길진 않다. 그래도 혹시 줄이 길 것이 걱정되면 1유로 더 내고 인터넷으로 우선 입장권을 구매하면 된다. (우선 입장권 구매 시 날짜를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보다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많은 작품이 아크릴 상자에 둘러싸여 있어 반사가 되기 때문이다.
실용정보
주소 : 77 Rue de Varenne, 75007 Paris
가는 방법
지하철 13호선 Varenne 역 하차 후 도보 4분
RER C 혹은 지하철 8호선 Invalides 역 하차 후 도보 10분 - 15분
운영 시간
화-일 : 오전 10시 - 오후 6시 30분
월요일 휴관
가격
일반 : 14유로 (인터넷으로 구입 시 15유로이며 우선 입장 혜택 부여 - 날짜 예약 필요 없이 한 번 입장 가능)
*첫째 주 일요일은 무료(예약 없이 선착순 입장)
오르세 미술관 통합 티켓 : 25유로
캐브랑리 박물관 통합티켓 : 23유로
무료 : 18세 미만
오디오가이드 : 6.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