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들의 공상소설-다르소녀와 달무리 검 4편]
이제는 제법 날씨가 쌀쌀하다. 그 여름에 나뭇잎들이 풍성해 푸른 숲을 이루었던 산과 들이 가을 고개를 넘어가니 풍요의 옷을 벗어 내주고, 앙상한 뼈대만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가을바람이 세차게 땅바닥을 훑어내듯이 불어와 낙엽들을 쓸어내고 있었다. 이를 바라본 다르는 옷깃을 세워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미 해는 서산에 지고 하늘만이 푸르게 맑았다. 어쩜 구름들도 가을 추위에 못 이겨 집에 갔는지 하늘은 더욱 푸르러 보였다.
왜? 다르는 이 시간, 늦은 시간에 어딜 가는 걸까?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양손을 청바지 주머니에 쏙 쓰셔 넣고는 말이다. 그렇게 몰려다니던 친구들은 어딜 갔을까? 그런 다르의 모습을 지켜보았는지, 하늘 높이 매 한 마리가 다르의 머리 위에 맴돌고 있었다. 마침 이때에 다르가 걸고 있는 길에 가로수에서 낙엽 하나가 춤추듯이 여유롭게 다르 앞에 떨어졌다.
다르의 발 앞에 떨어진 낙엽을 유심히 바라보던 다르는 고개를 들어 머리 위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니 하늘을 바라보았다기보다는 가로수 끝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르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하늘을 맴돌고 있는 한 마리의 매였다.
“어? 뭐지? 매가 맴돌고 있잖아! 뭘 찾고 있는 거지?”
그때에 매는 다르가 자기를 본 것을 알았는지 낙엽이 떨어지듯이 내려와 다르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순간 다르 소녀는 멈칫하고 말았다.
“뭐야? 왜 내 앞을 스쳐가는 거지?”
그러자 다시 매는 다르 소녀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다르 소녀의 눈은 그 매의 뒤를 쫓아가며 바라보았다. 이러한 사실을 알았는지, 매는 다시 다르 소녀의 앞에 가까이 한 나뭇가지에 앉았다. 다르 소녀는 매를 날카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매도 역시 다르 소녀를 매섭게 바라보고 있었다.
“넌 참매구나~ 왜 내 앞을 가로질러 가는 거지?”
“음, 넌 지금 매우 혼란스럽지?”
“아니? 네가 내게 말을 한 거야?”
“뭔 소리? 네가 내 말을 알아들은 거야.”
“내가 네 말을 알아들었다고? 우와〰”
“뭘 그리 놀라? 아담도 그랬어!, 프란체스카도 그랬지. 성경에도....... 발람이 나귀를 타고 가다가 여호와의 사자가 나타나자 나귀는 주저앉아버렸지. 그러자 발람은 나귀를 막 때렸지. 그러자 나귀가 말을 했어. 내가 뭘 어쨌다고 나를 세 번이나 때리는 것이냐? 하고 말이다.”
“오~ 그렇구나! 미안해~ 그런데 넌 왜 여기 있는 거니?”
“널 도와주라고 하셔서 왔지!”
“누구? 널 내게로 보냈어?”
“알면서 묻니? 지금 넌 갈등을 하고 있지?”
“갈등? 응, 그래! 미국에 있는 소라언니를 생각하고 있었어.”
“지금 넌 위험한 길을 가고 있어.”
“뭐? 위험한 길이라고? 내가?”
“곧 알게 될 거야~”
참매는 다르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하늘 높이 솟아 올라갔다. 다르는 하늘 높이 멀어지는 참매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르는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있었다. 묵묵히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면서 다르는 천천히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쌩하고 찬바람이 지나쳐도 다르는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다르는 전혀 상관없는 듯이 길을 걸어갔다.
왜 이 시간에 다르는 목적 없이 걸어가는 걸까? 다르는 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치르고 친구들이랑 1학년 담임이셨던 영어선생님 댁에 갔다. 친구들은 예지와 민지 그리고 은비와 미수였다. 여선생님은 집에 찾아온 다르와 친구들에게 따뜻한 녹차를 내어주며 근간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곧 졸업을 하게 되면 고등학교로 가게 되는데, 어느 고등학교로 가게 될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선생님과 헤어진다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대화도 많았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언제든 찾아오라고 하시며, 이젠 당당하게 너희들과 친구로서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하시면서 오히려 반가워하셨다. 그리고서 예지의 오빠의 소식과 미국에 있는 소라언니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이시며 묻기도 하셨다.
그렇게 긴 시간의 대화를 선생님과 가졌던 다르와 친구들은 날이 어두워짐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고 했다. 그때에 선생님은 별로 반찬은 없지만 저녁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했다. 그러나 다르의 친구들은 집에서 기다릴 것 같다고 하면서 다음에 찾아오면 선생님의 멋진 음식대접을 받고 싶다고 하며 나갈 차비를 하자 선생님은 포기하신 듯이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배웅을 해주셨다. 친구들은 선생님께 정중히 인사를 하자 선생님은 한 명 한 명 안아주시면서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말하셨다. 그러자 은비가 나서서 말했다.
“선생님! 우리의 소리에 자주 들어오셔요. 우리랑 대화를 많이 가져요!”
“오, 그래~ 그러면 되겠구나! 모두들 괜찮지?”
“네!”
그렇게 다르와 친구들은 선생님의 집을 떠나 큰길에 이르러 버스정류장에 왔다. 잠시 후에 집으로 가는 버스가 다가오자 예지와 다르와 민지와 은비는 미수에게 잘 가라고 서로 어깨인사를 했다. 미수는 친구들이 버스에 타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버스가 출발을 하는 것을 지켜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미수는 집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한편 버스에 탄 다르와 친구들은 늦은 시간이어서 인지 모두 자리에 앉았다. 얼마를 갔을까? 서넛 정류장이 지나자 다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먼저 가~ 난 여기서 내려 걸어가고 싶다. 괜찮지?”
“응? 왜?”
“그냥 홀로 걷고 싶어서 그래~”
다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자 바로 내렸다. 그리고 버스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버스 안에 친구들은 다르를 쳐다보며 말문이 닫혀버렸다. 다르는 버스가 움직여 가는 차 안에 친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는 곧 사라지는 버스를 바라보며 천천히 길을 걸었다. 버스 안에 친구들은 자리를 바로 하고 앉아서는 멍하니 말이 없었다. 평소에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던 친구들은 다르의 그런 행동에 많은 생각으로 잠겨 있었던 것이었다.
버스는 다르를 뒤로 한 채로 친구들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다르는 가방을 등에 메고 보조가방을 왼팔에 걸친 채로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상태로 조용히 그리고 큰 폭으로 걸음을 걸어가고 있었다. 다르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걸음을 세는 듯이 땅을 보며 걸었다.
왜 다르는 홀로 어두운 때에 갑자기 걸어서 집으로 가려고 했을까? 이런 생각을 친구들은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에 버스가 개울이 흐르는 작은 다리를 건너가고 있었다.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민지는 다리 위에 웬 남자아이들이 몰려 있는 것을 지켜보다가 버스가 두 정류장을 지나쳐갈 때에 민지는 문뜩 다르가 생각이 났다.
‘다르가~ 이 다리를 지나칠 텐데........ 혹시?’
민지는 그렇게 생각이 들자 멀리 보이는 다리를 뒤돌아보았다. 너무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민지는 벌떡 일어나 내리겠다는 버튼을 눌렀다. 버스는 곧바로 앞에 보이는 정류장에 섰다. 민지는 친구들에게 말할 새도 없이 바로 버스에서 내렸다. 민지가 버스에서 내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친구들은 여전히 말이 없이 앉아만 있었다. 버스는 멀리 떠나고 민지는 오던 길로 되돌아 급한 걸음으로 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어두워져 가는데 다르는 길을 걷고 걸으며 생각에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국에 있는 소라언니를 생각하며 다르는 소라언니처럼 홈스쿨링을 해서 미국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일본 오사카에 사는 하루를 생각하였다. 하루랑 같이 고등학교를 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었던 다르는 어느덧 작은 다리에 이르렀다. 어둠 속에서도 아직 햇빛이 다 사라지지 않았는지 작은 개울에 흐르는 물길에 빛이 반짝이는 것을 다르는 바라보았다. 다르는 잠시 다리 난간에 서서 흐르는 물길 따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생각에 멈추어 있었다.
그때에 다리에 여기저기 모여 있던 남자들이 슬금슬금 다르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이~ 아가씨! 여기서 뭐 하시나?”
다르는 고개를 돌려 남자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무시한 채로 다시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았다. 그때에 한 남자가 다르에게 바싹 다가와 팔을 잡으며 말했다.
“이봐! 우리말이 안 들려? 여기서 뭐 하냐고!”
“왜 그래요? 그냥 흐르는 물을 보고 있어요.”
다르는 팔을 잡은 남자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다른 남자들도 다르의 주변을 감싸고 서서는 지켜보고 있었다. 다르의 팔을 잡았던 남자가 다른 남자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어? 내 손을 쳤어!”
그 말에 다르는 뭔가 위기를 느꼈다. 그리고 곧 자신을 둘러싼 남자들을 쳐다보았다. 그때에 다르는 익숙한 남자를 발견했다. 일전에 결투했었던 검은 망투를 한 남자였다. 다르는 놀란 표정을 하면서 말했다.
“당신은? 그 검은 망투의 남자!”
“그래 날 알아보는군! 오늘 끝내줘야겠어~”
“어떻게? 경찰에 잡혀가진 않았어요?”
“오~ 그때, 난 빠져나왔지! 내가 누군데? 어둠의 사자라고 하지 않았나?”
“음~”
다르는 신음을 하듯이 긴장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때에 다르의 목에 있던 나무칼이 뜨거워짐을 직감한 다르는 곧 나무칼에 손이 갔다. 그러자 다르의 귀가에 소리가 들려왔다.
‘긴장하지 마라! 침착해라! 곧 네 손에 검이 들려질 것이다. 네 생각을 읽어라!’
어둠의 사자인 검은 망투의 남자가 다르에 손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는 안심을 했는지 망투에 숨겼던 긴 칼을 뽑았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뒤로 물러섰다. 어둠의 사자의 손에 긴 칼이 하늘로 뻗자 번쩍이었다. 그 순간 다르는 작은 소리로 외쳤다.
“달무리 검 나와!”
다르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번쩍이며 달무리 검이 다르의 손에 있었다. 이를 본 남자들은 더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어둠의 사자는 긴 칼을 휘날리며 다르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런 순간에 다르는 순간이동을 해서는 남자들의 뒤편에 서 있었다. 어둠의 사자의 칼이 허공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르를 둘러싼 남자들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다르를 찾고 있었다. 다르는 두리번거리는 남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들은 누구냐? 왜 날 헤치려는 거야?”
다르의 소리를 듣고 곧바로 뒤를 돌아본 남자들은 신속하게 다시 다르를 둘러쌓았다. 어디 빠져가지 못하게 말이다. 어둠의 사자는 칼을 바로 잡고는 다시 다르에게 다가갔다. 그때에 다르의 손에 든 검, 달무리 검에서 다르에게 소리가 들려왔다.
‘다르야! 침착해라~ 네 생각을 그려라!’
다르는 침착해졌다. 그리고 두 손으로 달무리 검을 힘껏 잡았다. 그리고 생각을 했다.
‘이젠 저놈을 살려줘서는 안 돼! 다시는 나타나지 못하게 해라!’
그렇게 다르가 생각을 하는 순간에 어둠의 사자는 칼을 번쩍이면서 다르의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한수 먼저 다르는 공중으로 솟아오르면서 어둠의 사자의 칼을 잡고 있던 손목을 순식간에 달무리 검으로 내려쳤다.
“윽~”
어둠의 사자가 칼을 놓치고는 다른 손으로 잘린 팔을 움켜잡으며 주저앉았다. 이를 본 남자들이 손에 자칼을 들고는 한꺼번에 다르에게 달려들었다. 그 짧은 순간에 다르는 생각을 했다.
‘아~ 하늘로!’
다르의 생각과 함께 다르는 곧바로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밑을 바라보았다. 남자들은 서로를 자칼로 찌르고 말았다. ‘윽, 아이코! 억?’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다르는 쓰러진 남자들의 머리를 달무리 검으로 기절할 정도의 충격을 순식간에 주었다. 그리고 다르는 땅 위에 내려왔다. 이를 지켜본 어둠의 사자는 어디런가 사라졌다. 땅바닥에는 남자들만이 쓰러져있었다.
그때에 멀리서 달려오는 민지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장면을 멀리서 보며 소리를 쳤다.
“다르야, 다르야~ 괜찮아!”
민지의 소리를 들은 다르는 자세를 바로 하고는 민지를 쳐다보았다. 헐떡이며 달려온 민지는 다르를 품어 안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십 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남자들이 여러 명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민지는 안심을 했다. 다르는 태연하게 민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넌 여기에 어쩐 일이니?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응, 버스가 이 다리를 지나치는데, 다리에 웬 남자들이 몰려 있는 거야. 그래서 직감에 뭔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달려왔지.”
“뭔 일? 역시 넌 눈치챘구나~”
“당근이지. 네가 이 다리를 건너올 것 같았으니깐....... 내가 누구니?”
“나도 처음에 당황했었지. 이 달무리 검이 날 구해준 거야.”
“넌 아직도 달무리 검을 손에 들고 있니?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 그래!”
“아참! 달무리 검 돌아와!”
다르의 말 한마디에 달무리 검은 곧 다르의 목걸이로 나무칼로 되돌아왔다. 다르는 민지와 주변을 둘러보고는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집을 향에 걸어가고 있었다. 다리 위에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들은 서로 자기들끼리 자칼로 상처 낸 부분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다르와 민지가 얼마나 걸어갔을까? 버스 안에서 민지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친구들은 바로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서는 오던 길을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다르와 민지는 멀리 어둠 속에서 친구들이 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자 친구들, 예지와 은비는 다르와 민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숨을 헐떡이며 예지와 은비는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어?”
“아니! 다르가 보고 싶어서 버스에서 먼저 내린 거야.”
“그래? 난 또 뭔 일이 있나 걱정을 했지!”
예지가 다르와 민지를 살피면서 말했다. 그러자 은비는 멀리 다리가 보이는 쪽을 바라보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에 다르가 은비의 어깨를 좀 쌔게 툭 치면서 말했다.
“은비야~ 뭘 봐!”
“아니. 다리에 뭐가 있는 것 같아서.........”
“우리 달도 밝은데 슬슬 걸어서 가자!”
민지가 예지와 은비를 앞으로 이끌면서 말했다. 다르는 살짝 미소를 민지에게 보내며 예지와 은비를 잡아 이끌 듯이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 근심스럽게 바라보던 달도 안심이 되는지 더 밝은 달빛을 내려주었다. 다르와 민지 그리고 예지와 은비의 그림자를 길게 선명하게 드러내주었다. 다르는 갑자기 달빛이 밝아지자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다르는 참매가 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