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다고 말해주던 노래
Baby you have become my addiction
Ne-Yo의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 편이다. So sick, Go on girl, Beautiful Monster 등 학창 시절부터 많이 들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Because of you다. 2007년 1월 1일에 나온 이 노래를 2022년을 앞둔 지금까지 듣고 있다. 나는 Ne-yo의 목소리, 과하지 않은 R&B 소울을 좋아하는데 내가 느끼기에 이 노래는 이런 점이 가장 잘 나타난 노래다. 이 노래의 가사는 여느 사랑 노래들과 비슷하다. 사랑에 깊이 빠진 남자가 그녀에게 중독되었고 본인의 변화들을 다 '너' 때문이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이 노래의 후렴 대부분은 Because of you라는 가사가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함께 반복된다.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참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노래는 나에게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춤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입시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취미를 가질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취미라고 해 봤자 산책하기 정도? 나는 춤을 좋아했고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대학교에 들어가면 꼭 춤을 추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힘든 재수 생활을 끝내고 대학에 입학했고 과 춤 동아리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 바람대로 춤을 췄었다. 정말 원 없이 췄다. 공연을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했기에 하루에 8시간을 춤 연습한 적도 있고 새벽에 잠을 자지 않고 부원들과 춤을 연습하곤 했다. 몸과 정신이 힘들 때도 많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걸 해 보겠나'라는 생각과 무대 위에 올라 춤을 출 때 받던 환호성과 그 순간 느낀 뿌듯함은 이 동아리 활동을 의미 있게 만들었다.
새내기 첫 공연을 마치고 윗 기수 선배들은 동아리를 졸업했다. 졸업하면서 우리 기수 중 누군가 동아리의 대표가 되었어야 했다. 평소에 의견을 잘 말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이유에선지 윗 기수 대표 선배는 나에게 동아리 대표를 맡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동아리에 대한 애정이 컸던 나는 그렇게 대표가 됐다.
즐기려고 들어온 동아리가 나에게 부담이 된 이유는 나의 어깨 위에 얹어진 책임감 때문이었겠지. 후배들이 들어오고 새로운 부원들이 함께 하게 되면서 열 명 남짓이었던 동아리는 어느새 서른 명이 넘는 큰 동아리가 됐다. 활동 기간 중 마지막 공연을 위해 연출 팀, 학교 본부 측, 조명 업체, 음향 업체, 시설 관리 부서와 끊임없이 연락을 하고 또 춤 연습은 따로 열심히 하면서 공연 준비를 했다. 혹자는 무슨 동아리를 그렇게 온 힘을 다 해서 하냐고 물었지만, 내가 이 동아리를 대표하기 시작한 그 시간부터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내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다. 연예인이 될 것도 아니었고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을 수 있던 동아리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에겐, 이 자리에 있는 한 내가 온 힘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믿고 동아리 활동을 즐기고 있는 부원들을 생각했을 때, 몇 천 원의 입장료를 내고 우리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을 생각했을 때, 내 책임감은 날로 커졌다.
이렇게 힘든 공연을 준비하면서 아무 걱정 없었던 유일한 시간은 이 노래의 안무를 연습할 때였다. 정말 애착을 가지고 내가 추진하고 팀을 꾸려서 했던 곡이었다. 슈트를 입고 춤을 추는 로망을 실현할 수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 내가 좋아하는 안무였다. 내가 이 무대를 사랑하는 이유로 충분했다. 사실 무대를 했던 노래는 잘 안 듣곤 했다. 연습하면서 너무 많이 듣다 보니 질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 노래는 아니었다.
그리고 공연을 마쳤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나로 인해 생긴 실수들로 공연 중간중간 힘든 일들이 생겼다. 허겁지겁 공연을 끝내게 됐고 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내가 조금만 더 철저했다면, 내가 조금만 더 준비했다면,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하면서 나에게 화살을 돌렸다. 관객들도 부원들도 다 성황리에 공연을 잘 끝냈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에게 너무 엄격했던 걸까, 나는 나를 향한 채찍질을 멈출 수 없었다. 공연이 끝난 후 뒤풀이 자리를 갔는데 솔직하게 하나도 즐겁지 않았고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다. 공연이 나를 충족할 만큼 잘 끝났다면 신나게 놀았을 나지만, 그날은 집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집에 돌아가려는 찰나에 부모님이 근처에 계셔서 날 데리러 오셨다. 차에 타서 문을 닫았고 힘든 몸을 좌석에 기댔다. 차에서는 라디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거짓말처럼 그 라디오에서는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하필 내가 탔던 그 시간에 하필 요즘 잘 듣지 않던 라디오가 틀어져 있었고, 하필 이 노래가 나왔다. 신기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노래가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수고했다고, 정말 수고했다고. 괜찮다고. 2년 전 강변대로를 달리면서 듣던 이 노래와 그 야경, 그리고 그때의 밤공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수십 개의 말들보다 노래 한 곡이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